프로이드는 <유머>라는 글에서 말한다. "유머는 희귀하고도 귀중한 재질이다."
그런데 그 뒤에 이렇게 덧붙인다. "다른 사람이 들려주는유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유머를 구사한다는 것은 곧 실언한다는 것이고 이를 빌미로 자신이 고발당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후회할 괜한 짓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머가 통용되지 않는사람들이 대부분인 사회가 달성되었을 때, 그것은 냉혹한 법과 답답한 당위의 눈치를 보면서 겨우 안전한 길을 찾는 일만할 수 있는 겨울이 도래했다는 뜻이다. 요컨대 유머의 존재여부는 사회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 P191

유머는 이렇게 마비된 사회에 벌을 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머는 철학 속으로 파고든다. 우리는 고대 철학자 크리시포스XgionO의 정신에서 유머를 발견한다. 크리시포스는 문답을 주고받는 변증술로 명성을 얻었는데, 신들이 변증술을지녔다면 크리시포스의 것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평가를 사람들로부터 받았다. 그의 논변엔 유머가 깃들어 있다. 이런 식이다. ‘만일 네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너는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너는 뿔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는 뿔을 가지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는 스스로 농담을 하고 너무 웃겨서 죽었다. 어느 당나귀가 그의 무화과를 입에 넣자, 주인 노파에게
"이제 포도주를 당나귀에게 먹여 무화과 열매를 삼키게 하시오"라고 말한 뒤 자신의 이 말이 너무 웃겨 죽었단다. 후에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 웃다 죽는 사건을 계승한다. "그들은 오히려 너무 웃어대다 죽고 만 것이다!"" - P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