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훌륭한 아버지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일반 법칙이다. 남자들이 나쁜 탓이 아니라 부자 간의 관계란 원래 고약한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뭐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이를 소유하겠다니 그런 당치 않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 P22

나는 남의 우두머리가 아니고또 그렇게 될 생각도 없다. 명령하는 것과 복종하는 것은 똑같은 짓이다. 가장 권위 있는 지배자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아버지라는 거룩한 기생자의 이름으로 명령을 내리고,
자기가 겪은 추상적 폭력을 남에게 행사한다. 나는 일생 동안스스로 웃고 또 남을 웃기지 않고서는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내가 권력이라는 암에 걸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도 내게 복종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지는 못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복종해야 했단 말인가? 모두들 내게 덩치 - P24

큰 젊은 여인을 가리켜 보이면서 그녀가 내 어머니라고 했다.
나 자신에게는 차라리 누이 같았는데 말이다. 집 안에 감금되고 누구에게나 순종하는 이 여인은 내 시중을 들기 위한 사람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녀가 좋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너를 존경하지 않는데 어찌 나만이 존경할 수 있었으랴? 우리집에는 침실이 세 개 있었다. 그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아이들의 침실이다. ‘아이들‘이란 다 같이 미성년이며 다 같이 얻어 먹고 사는 우리 모자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직 나만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내‘ 방에 한 처녀의 침대를 갖다놓은셈이었다. 그 처녀는 혼자 자고 얌전히 일어났다. 내가 아직 자고 있는 동안 그녀는 욕실로 가서 잠깐 탕에 들어갔다가 단단히 차려입고 나온다. 내가 그녀의 몸에서 태어났다니 그럴 수가있을까? 그녀는 내게 자기의 불행을 이야기하고 나는 그녀를가엽게 여기면서 듣는다. 어른이 되면 그녀와 결혼해서 잘 돌보아주겠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에게 손을 내밀고 당신을 위해서내 값진 청춘을 바치리라고 약속까지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그녀에게 복종하려는 것이었을까? 나는 너그럽게 그녀의 소원을들어주려고 했을 뿐이다. 더구나 그녀는 내게 무슨 명령을 내린일이 없다. 다만 지나가는 말처럼 내게 어떤 미래를 그려 보이고내가 그러겠다고 하면 칭찬해 주는 것이었다. "우리 아기는 정말 귀엽고 착한 아기가 될 거야. 코에 약을 넣어도 얌전히 있겠지." 나는 함정에 걸려들듯 이런 달콤한 예언에 걸려들고 만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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