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가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잔꾀를 쓰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둘째 자리로 만족하자니 허영심이 허락지 않아, 아무와도 만나지 않았다. "다른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야 한단다." 하고 그녀는 늘 말했다. 과연 처음에는 그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지만, 그 수가 차차 줄어들고 마침내는 만나 볼수가 없어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안락의자나 침대를 떠나는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자연주의자이면서도 청교 - P14
* 피에르샤를 루아(Pierre-Charles Roy, 1683~1764)의 시구에서 인용한 것. 얼음 지치는 사람에 빗대서 쾌락의 함정에 대해 경고하는 문구다. "겨울은얇은 빙판 밑으로 발을 빠지게 한다. 얼음 밑은 낭떠러지 그대의 쾌락의얇은 표면도 그러하니 인간들이여, 가볍게 스쳐가라. 힘껏 딛지 말아라." ** Adolphe Belot(1829~1890), 극작가, 통속 소설가 - P15
짐이 가벼워지는 것은 좋았지만, 동시에 특권을 잃게 되는 것이못마땅했다. 하루하루 늙어 가는 이 뒤틀린 여인에게는 한 가지 환상밖에 없었으니, 그것은 자기가 절대로 필요한 존재라는믿음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환상이 깨어지고 그녀는 딸에게 질투를 느끼기 시작했다. 불쌍한 안마리. 얌전히 앉아만 있었으면귀찮은 식객이라고 욕을 먹었을 것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일을 하니 이번에는 집안을 휘어잡으려 한다는 의심을 사게 되었다. 그러니 첫 번째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온갖 용기를 내야 했고 두 번째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겸손할 대로 겸손해야만 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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