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 책방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이 이 책방에서도 울려 퍼 "좋은 책한권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 P9
칼은 예전에는 배가 약간 나왔지만, 그 배는 세월이 흐르면서, 머리숱과 떠나자고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사라졌다. 일흔둘, 오늘의 그는 야위었지만, 예전에 입었던 큰 옷을 아직도 입고 다녔다. 지난번 책방 사장은 칼이 이제 탄수화물도 없는 책 속의 단어들만 먹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얘기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칼은, 그래도 영양가는 많다고 대꾸했다. - P11
"입고되자마자 셰퍼 씨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프로방스가 배경이라 단어 하나하나에서 라벤더 향이 나죠." "와인색 책들이 최고예요! 키스로 마무리되나요?" "제가 결말을 알려 드린 적이 있었던가요?" "없죠!" 우르젤은 칼을 한 번 흘기고 책을 가로챘다.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소설을 권해 준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말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긴장감을 칼은 절대 빼앗고 싶지 않았다. "책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책은 절대 변하지않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것이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변해서요. 이제는 모두가 카드로만 계산하잖아요. 제가 계산대 앞에서 동전을 딱 맞게 찾아서 내면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고요." "종이책은 늘 있을 거예요, 셰퍼 씨. 어떤 것들은 더 나은 방법으로 표현 될 수가 없거든요.그리고 책은 생각과 이야기를 저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에요. 그 속에서는 수 백년 동안도 보존 할 수 있죠." - P13
칼은 우표를 모으듯 책을 모으는 사람을 이해했다. 책속에는 자신과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함께 나누는, 혹은 함께 나누고 싶은 운명이 펼쳐지는 곳이기때문에 눈으로 책등을 훑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했다. 마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인 양 자신의책을 불러 모으는 사람들 말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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