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어째서요? 저는 그저 좋은 의도로 말한 것뿐인데... 케케스팔바 씨한테 이야기한 것은 그저......"
"알아요, 압니다. 콘도어가 내 말을 끊었다. "물론 그 노인네가 당신에게서 그 말을 억지로 끄집어냈을 겁니다. 그의 절망 어린 집착은 사값을 정말 무력하게 만들 수 있죠. 네, 압니다. 나는 당신이 그저 연민 때문에 마음이 약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전에도 한번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연민이라는 것은 양날을 가졌답니다. 연민을 잘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손을 떼고, 특히 마음을 떼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치료도 되지한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독이 됩니다. 처음 몇 번 맞을 때에는 마음이 진정되고 통증도 없애주죠.
그렇지만 우리의 신체나 정신은 모두 놀라울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나답니다. 신경이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찾게 되는 것처럼 감정은 더 많은 연민을원하게 됩니다. 결국에는 옆에서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원하게되죠. 언젠가는 ‘안돼‘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마련입니다. 그 거절 때문에 환자가 처음부터 도와주지 않은 사람보다도 자신을더 증오하게 될지라도 그렇게 말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래요. 소위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 의사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판사나 법 집행관, 전당포 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연민에 굴복한다면 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연민이라는 거. 아주 위험한 겁니다!
이번 경우에도 당신의 나약함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보십시오!"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떻게 절망에 빠진 사람을 그냥 모른 척합니까? 저는 그저......" - P235
갑자기 콘도어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그게 아니에요! 책임감을 느껴야죠! 엄청난 책임감이요! 연민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면, 그건 엄청난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고요! 성인이라면 어떤 일에 관여하기 전에 자신이 어디까지 함께 갈 건지부터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남의 감정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죠!
물론 당신이 좋은 의도로 그 사람들을 기쁘게 해준 건 압니다. 하지만 이세상에서는 강경책을 쓰건 회유책을 쓰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입니다! 연민이라...... 좋죠! 하지만 연민에는 두 종류가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합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닌 남의 고통으로부터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연민을 말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