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세상 속 한 줄의 시를 읽는 순간의 여유‘
아득한 옛날부터 일본인들은 한 줄짜리 시를 즐겼다.
5-7-5-7-7 글자수도 맞췄다.
이를 와카라 한다.
더러는 이도 길다고 5-7-5로 줄였다.
이를 하이쿠라 한다.
여기엔 반드시 계절을 나타내는 ‘키‘가 들어간다.
더러는 이를 무시하고 재치와 풍자의 해학을 담았다.
이를 센류라 한다.
이 시들은 존재를 포착하는 언어의 스냅사진과도 같다.
이 존재는 순간의 장면이다.
이 장면들엔 자연이 있고 인생이 있고 마음이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꽃과 새, 달과 별은 기본개구리, 매미, 벼룩, 까마귀, 비와 눈, 사랑과 작별...
그야말로 만유가, 삼라만상이, 이 한 줄의 시를 우주 삼아 노닌다.
이런 단순함과 깔끔함은 누가 뭐래도 일본의 매력이다.
이젠 온 세계가 이것을 주목하고 함께 즐긴다.
우리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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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 · 하이쿠 · 센류의 수작들을 한꺼번에 모은이런 일본 시가집은 아마 국내 최초일 것이다.
인연이 닿아 누군가가 이 책을 손에 들기를, 그리고 그손길과 눈길이 즐겁기를 기대한다.
2019년 봄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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