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부모님을 여의어본 경험이 없으니까 네가 얼마나힘든지 다 안다고 위로하지는 못해. 설령 내 부모님이돌아가셨더라도 네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한소리라고 생각해. 각자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네모토는 내게서 눈을 돌리지 않은 채 "그래도 난 믿어"
라고 시원스레 내뱉고 나서 다음 말을 이었다.
"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의 분신인 넌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테니까. 핏줄이란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 항상 웃으면서 살면 된다고." - P40
신경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병원에 데리고 다녔다. 로비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그때 아버지가 내게 해준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도모코, 마음이 병든 건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란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놈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거든. 넌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거야.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으니까 난 네가 병을 자랑스레 여겼으면 싶다." - P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