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여간해서는 자신의 것이 되지 않아요. - P44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남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인사를하는 것도 아주 서툴렀습니다. 어머니는 개업의였으니발이 넓고 사교적이었지요. 길을 가던 사람이 나한테도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자주 무시하고 지나가서어머니에게 만날 혼났죠. 그 이유를 아버지가 죽고 30년 가까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내가 인사에 서툰 것이아버지의 죽음과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비로소 ‘아버지가 죽었다‘ 하고 실감했지요. 그랬더니 갑자기 눈물이 넘쳐흘렀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 인사를 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그 직후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나는 아직 아버지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어, 그러니 아버지랑 헤어진 게 아니야, 하고 생각했던 거죠.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눈물을 흘리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때도 아버지의 죽음을 완전히 해석할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거의 다 해석했다고 생각한 것이 마 - P45
흔이 넘어서였고,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건 쉰 살이 넘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뭐든 간단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 P46
그 체험을 뒤집으면, 그럼 믿을 수 있는 건 뭘까 하고생각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사람이 신용할 수 있는 건 ‘행동‘이지 ‘말‘이 아니구나, 하고요. 그렇잖아요. 어떤 사람을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고있으면 됩니다.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죠. - P48
신앙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논리적으로말해 신앙은 자기 부정의 반대입니다. 믿는다는 행위와신이라는 존재는 거의 동급이에요. 신은 정체를 알 수없으므로, 신을 믿는 건 요컨대 ‘믿는다는 것‘을 믿는 겁니다. 더 말하자면 자기 자신이 옳다고 말하는 것이나마찬가지예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신 따위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건 어지간히 체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 P50
내가 이렇게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나는 80여 년 동안 내내 의심해왔으니까요. 그렇잖아요. 위화감을 못 느끼면 의심도 못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의심하다 보면그게 훈련이 돼요. 선생님이 하는 말이라도, 신문에 쓰여있는 내용이라도, ‘실상은 어떨까?‘ 일일이 생각하죠. 의심하거나 생각하는 건 매일 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근육이 생깁니다. 편하게 있으면 체력은 절대길러지지 않아요. 그래서 편하게 지내려는 사람을 보면화가 납니다. 의심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며, 피곤한 일이기도 합니다. - P51
세상이 뒤집어지는 변화를 체험하면, 다른 누군가를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스스로 생각을하게 됩니다. 직접 판단하는 수밖에 없구나, 하고요. 요즘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가질 기회가 없으니 무엇을 믿어야 할지 헷갈리는 거겠지요. 여러분, 본인이 무엇을 믿는지 알고 있나요. 돈 같은건 그저 종이 쪼가리일 뿐이에요. 내 손에 있는 만 엔을쓸 수 있는 이유는, 돈을 받은 상대가 그걸 또 다른 곳에서 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돈이 아니게 됩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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