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은 이런 일에 그리 개의치 않는다. 나와 관계의 결이 너무 다른 사람에게는더 이상 마음과 정성을 쏟지 않기로 했다. 나에게는 작은 일 하나에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고 더 좋은 일이많이 생길 거라며 축하해주는 소중한 인연들이 있으니깐. 난 그저 진심을 다해 서로를 대하는 그들과의 관계를단단하게 부여잡으면, 그러면 된거다. - P75
어른이 된다는 건 한 살 더 나이를 먹어간다는 단순한 사실일 뿐만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오롯이 본인 몫이라는 것도. - P85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술, 담배처럼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비로소 온전히 허락되는 제법 멋진 행위일지 모르지만 동시에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되기도 한다. 선택되지 못하고 남겨진 다른 것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홀로 감당하면서, 뚜렷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흔들려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나에게도 매번 선택의 순간은 항상 거대한 고민의 연속이었다. 한번은 이런 상상을 했던 적도 있다. 어딘가에모든 걸 꿰뚫고 있는 전지전능한 시스템이 다양한 선택의 예상 결과들을 뽑아서 완벽하게 분석한 후 선택은바로 이거라고 말해준다면 어쩌면 삶은 한결 쉽고 편해질 것 같은데, 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 P86
수년간 다녔던 회사를 관두고 스페인으로 가겠다고 부모님에게 선언할 때, 뜬금없이 독일로 가게 됐을 때, 그리고 최근까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독일에 남아있을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 내 머릿속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나리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상하게 만약 내가...‘로 시작되는 이런 부류의 생각은 끝도 없이물고 늘어지며 결국에는 한껏 우울하고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무한대로 펼쳐지는 상상 속 미래의나는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되려 ‘내가 어떻게 이걸할 수 있겠어… ‘그래, 나한테 이건 좀 무리지…‘ 하며고개를 내젓고 있는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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