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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꿈과 시간
─앨런 라이트먼의 『아인슈타인의 꿈』을 읽고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작가인 앨런 라이트먼. 그의 소설 데뷔작인 『아인슈타인의 꿈』을 읽었다. 서른 번의 꿈같은 이야기가 모여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관념의 세계를 모조리 파괴한다. 파괴함으로써 재건의 기회를 선사하고, 상상력이라는 재료를 더해 기어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기억이 없는 세계는 현재의 세계다. 과거는 책 속에서만, 기록 속에서만 존재한다.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제각기 자신의 일기책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거기에는 자기 인생의 역사가 가득 적혀 있다. 날마다 그 책을 읽어서 자기 부모들의 신분을 다시 알아내고, 자기가 귀족 태생인지 천민 태생인지,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살아오면서 뭔가 이룩해 놓은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일기책이 없으면 그 사람은 스냅사진이나 2차원의 인상, 유령과 다를 바가 없다.
p. 83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미학성이 더해진 시공간에 대한 사유는 '꿈과 시간'이라는 무경계 지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짧고 굵직한 서른 편의 이야기 사이(인터루드)에는 아인슈타인과 그의 절친인 베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다가 인상적인 일화 하나를 발견했다.
1955년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죽기 몇 주 전, 자신의 절친 마이클 베소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죽음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확신을 가진 물리학자들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은 그저 환상에 불과합니다. 비록 그것이 아무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미래가 고정된 세계에서 인생은 끝없이 방이 늘어서 있는 복도와 같다. 매 순간 방 하나에 불이 들어오고 다음 방은 아직 어둡지만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람들은 한 방에서 다음 방으로 걸어가 불이 켜져 있는 방을, 현재의 순간을 들여다보고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어떤 방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은 안다. 우리는 우리 삶의 구경꾼이다.
p. 149
시간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앨런 라이트먼의 『아인슈타인의 꿈』은 그 진부한 생각을 문학으로 승화시킨다. 우리는 각자만의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저마다의 무수한 시간이 어떤 형태로, 어느 궤도에서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꿈과 시간은 없다. 그러나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