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몸과 고백들
이서수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고백의 목소리(들)
─이서수의 『몸과 고백들』을 읽고
'고백'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추어 둔 것을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한다"는 뜻이다.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라는 뜻이다.
고백에는 진실이 내포되어 있다.
이서수의 『몸과 고백들』을 읽었다. 이 책은 앞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적 있는 「몸과 여자들」을 포함해 다섯 편의 중·단편 소설이 수록된 연작 소설집이다. 「미조의 시대」를 읽었을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이서수의 소설에는 지금-여기에서 따져봐야 할 마땅한 문제의식들이 팽배하다. 이번 책에서 그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여러 질문을 관통하는 고백의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
이서수, 「몸과 여자들」, 『몸과 고백들』, 현대문학, 2024, 9쪽.
저에겐 비밀이 있습니다.
커다란 비밀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여성인가요, 남성인가요. 혹은 저처럼 그런 구별이 무의미한 사람인가요.
지금부터 제가 오랫동안 고여 있었던 대화의 순간들로 당신을 데려가겠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선명한 시각적 장면이 아니라 소곤거리는 이야기 소리입니다. 그러니 가만히 귀 기울여 주세요.
이서수, 「몸과 우리들」, 『몸과 고백들』, 현대문학, 2024, 95쪽.
책 속에서는 다양한 섹슈얼리티가 인물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그들이 들려주는 고백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경청을 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는 합당하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귀 기울여 듣는 행위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구조 안에서 개인의 섹슈얼리티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범성으로 무장한 일상의 현실을 뛰어넘는 '무경계 지대'인지도 모른다.
가장 내밀한 공간이면서, 가장 분명한 물리적 실체인 몸을 탐구하는 인물들의 고백에는 연대의 손길이 담겨 있다. 작가의 말에서도 볼 수 있듯 "누군가에게 고백은 가장 큰 연대의 방식"일 것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