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성수진 외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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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시선과 저마다의 이야기

─『2024 제1회 림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1. 성수진의 「눈사람들, 눈사람들」

덕분에 살고 싶어졌거든요.

p.19

살고 싶어졌다는 말. 그 말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어쩌면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은 이 말을 듣고, 또 들려주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떠난다는 것은 '다른 곳으로 옮기다',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다'라는 뜻이다. 아주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떠났지만 어딘가에 도착했을 거"라는 뜻이다. 성수진의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떠남의 주저함을 삶의 긍정으로 전도한다.


2. 이돌별의 「포도알만큼의 거짓말」

나는 인간에게는 거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가릴 거짓.

p. 58

진실이 아닌 거짓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작품. 그러나 진실로 가득한 작품. 그래서 필요한 작품. 이돌별의 「포도알만큼의 거짓말」을 읽고 처음 든 감각은 '매섭다'는 것이었다. 나는 여전히 교육 현장을 다루는 이야기가 더 많이, 더 새롭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작품이 그 시작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3. 고하나의 「우주 순례」

시선은 다시 풍경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바위들을

지나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 나갈 듯 닿았다.

p. 92

현실과 비현실, 가상과 실재, 진실과 거짓, 이 모든 것들이 고하나의 「우주 순례」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기묘한 장면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며 반복되어서 수상작품집의 폭을 한층 넓힌 작품. 완성도를 떠나 개인적으로는 수상 목록의 SF작품이 있다는 것이 흡족하기도 하다.


4. 이서현의 「얼얼한 밤」

엿을 먹어도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 순 없었다.

그 엿 같은 지론은 엿 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제야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p. 121

'단편 소설'이라는 장르의 구조적 짜임새를 가장 잘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이 작품이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인물들간의 관계성과 사건 이후의 변화된 지점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섬세하게 잘 포착한 작품.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얼얼한 상태로 달콤한 감각을 맛볼 수 있는, 그런 작품.


5. 장진영의 「날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직선으로든 기든 뛰든 구르든 헤엄치든, 아니

너는 날아갈 수 있어.

p. 153

지극히 주관적으로, 좋은 의미에서 제일 '문제작'처럼 보였던 작품. 이제 "너는 날아갈 수 있어."라는 말 너무 좋았다. 그 말이 작품의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것도. (그러고보니 제목은 더 좋은 것 같다.) 내가 가진 상처와 흉터를, 그 안에 새겨진 무수한 시간을 떠올려보게 만드는 작품.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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