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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루시 - 루시 바턴 시리즈 ㅣ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모르는 채로 나아가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바닷가의 루시』를 읽고
유난히 길었던 여름을 보내면서 소설 클래스 하나를 신청해 들었다.
강좌명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모르는 채로 나아가기'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모르면서도, 모르는 채로 그냥 나아갔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만큼만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만큼만 볼 수 있으니까. 모든 것이 다 처음인 현재에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온전히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모두 늘 록다운 상태에 있다는 생각.
단지 그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저 헤쳐나가려고 애쓸 뿐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바닷가의 루시』, 中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바닷가의 루시』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었던 팬데믹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의 전작인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오, 윌리엄!』에서도 등장했던 '루시 바턴'은 바이러스를 피해 한적한 바닷가 마을로 떠난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것들을 계속해서 마주하는 루시의 삶은 이전과 또 다른 국면으로 흘러간다. 그 시절, 우리 모두가 그러했던 것처럼.
사건은 벌어졌고, 상황은 펼쳐졌다. 소설 속에서 '루시'가 그러했듯이 우리는 여전히 모르지만, 여전히 나아간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고,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혐오와 차별, 분열과 혼란의 시대에서
삶이라는 미지의 세계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고 계속 소환해내야 하는 것은
서로를 연결시켜 줄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무언가가 어쩌면 우리의 기억 속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