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의 간격을 가늠해본다. 삶과 죽음의 거리를.
귀신의 모습을 하고 '공중산책'을 이어나가는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안쓰러운 존재였다. 인간은 매 순간 안쓰러웠다. 어쩌면 인간을 잘 아는 자는 인간이 아닌 자일지도 몰랐다."
소설을 읽고 나니 문득 '공중산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귀신이 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중달리기도 해보고 싶고, 공중수면, 공중독서, 공중식사도 해보고 싶다. 투명해져야만 가능할까.
그런데,
비로소, 완전히, 투명해진 사람의 마음은 온전할 수 있을까. 죽어야만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처음과 끝의 간격을 가늠해 볼 필요가 없을 때. 삶과 죽음의 거리를 계산해 보지 않아도 괜찮을 때. 그때는 '공중산책'을 할 수 있을까.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