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읻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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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의 패터슨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을 읽고

"저는 저의 주인공을 패터슨 씨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시 전체에 걸쳐서 패터슨에 대해 말할 때,

저는 패터슨이라는 남자와 도시를 동시에 말하고 있는 거예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패터슨이 있다. 패터슨에 패터슨이 있다. 패터슨의 패터슨도 있다. 말장난을 하려는 게 아니다. 패터슨과 패터슨의 일정한 상호 작용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 패터슨이 있다.

어느 여름, 짐 자무쉬의 영화 <패터슨>을 감명 깊게 봤다. 패터슨 시에 사는 버스 기사 패터슨의 일상을 다룬 영화였다.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그저 그런 음식을 차려먹고 출근길에 오르는 패터슨. 그에게 특별한 점이 있다면 틈틈이 시를 쓴다는 것. 그가 보여주는 평화로운 일상의 경과를 지켜보며 '시'라는 것의 무용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즉흥적인 일이었고 그 자체로 무용함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몹시 애써야 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시인의 업무를 "개별적인 것에서 보편적인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는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이하 윌리엄스)의 말은 타당하다.


그럼 다시. 윌리엄스의 『패터슨』은 어떠한가. 『패터슨』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무려 13년에 걸쳐 총 다섯 권으로 출간된 서사시"(328쪽)이다. 그 규모나 형식 자체만으로도 독자를 압도하기에 충분한데, 무엇보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윌리엄스가 구어를 자유롭게 활용하여 리듬과 이미지를 창출하는 '이미지즘'의 선구자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여기, 시가 있다. 일상이 있고, 언어가 있다.

누구보다 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이 시인의 '자세'라면, 시가 있는 곳, 다시 말해 일상이 있는 곳이 곧 시인의 '자리'일 것이다. 윌리엄스의 『패터슨』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를 이 말을 열렬히도 보여주고 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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