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뇌 변호사 NEON SIGN 3
신조하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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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기심'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가, 그러니까 인간이 정의 내리는 것은 웃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이보그라면, 인간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계, 안드로이드라면 어떨까.

여기 실리콘 뇌를 이식받은 사이보그가 있다. '무뇌 변호사'라 불리는 그는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사건을 파헤치고 상대의 의중을 헤아린다. 그러나 그의 삶은 순탄치 않다. 부당한 억압 속에서 버려지고 폐기되며 무력하게 살아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명령을 따라서. 인간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서. 인간 같지 않아서. 지나치게 인간 같아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과 같은 기계들의 죄를 "변호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같은 생존 욕구를 감각하지 못하므로. 그들을 창조해낸 우리가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까? 우월한 존재가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할 때, 그 순종이 완벽할 때 닥칠 위험을. 설마 기계를 고양이같이 길들이려고 했던 걸까?

p. 164




신조하의 장편소설 『무뇌 변호사』는 한 인간을 지켜나가는 안드로이드의 이야기( 「피 흘리지 않는 제물」)와 주인과 한 몸이 되어버린 로봇의 이야기( 「복종하는 뇌」), 딸과 함께 성장하면서 사랑이라는 감각을 깨우친 인물의 이야기(「기억과 유전자의 밤」)가 한데 모여있는 집합체이다. 책 속에서 기계의 반란은 인간을 덜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의 발악은 기계를 더 기계답게 만든다. 그런데,

나는 문득 그런 것이 궁금하다. 정말 '책 속에서'만 그러는 것일까?

신조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기적이고 욕심은 많지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어서 기계로부터나마 사랑을 갈구하는 그런 존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처음으로 돌아가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에 대한 답을 해볼 수 있을 듯하다. 자기 안의 사랑이 부족할 때, 그때 인간의 이기심은 시작된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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