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라, 공! - 각자의 방식으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1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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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계획 세우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계획보다는 다짐에 가까운데, 특별한 건 없고 가령 이런 것들이다.

─ 분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거짓말하지 않기

─ 함부로 위로나 충고, 혹은 조언하지 않기

─ 손톱 물어뜯지 않기

─ 시간 약속 잘 지키기

─ 모두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지만,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하기

마음만 먹으면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데도 나는 (생각보다 자주) 이 계획들을 지키지 못한다. 왜 그러는 것일까?

얼마 전에 읽은 박하령의 소설 『굴러라, 공!』은 하나의 사건(자전거 도난 사건)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목소리가 연작 형태로 얽혀있다. 십 대들의 솔직한 내면을 여러 시선에서 파헤친 이 소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시시때때로 급변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때로는 센티멘털하게, 또 때로는 시니컬한 태도로 지적인 면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하윤은 같은 반 남학생 주홍모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다. 주홍모가 여학생들의 외모를 가지고 인기투표를 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하윤은 CCTV를 피해 홍모의 자전거 걸쇠를 푸는 것으로 간접적인 경고를 대신하는데, 다음 날 학교에 가보니 홍모의 자전거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자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사건이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하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소설은 당사자인 주홍모와 옆에서 그 일을 바라보는 같은 반 친구들 한시연, 손지희, 정인섭의 시선까지 더해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조명한다.







인간은 복잡다단하다. 하나로 설명되지 않고, 하나의 행동 안에도 여러 가지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다섯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배움과 동시에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나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 또한 문학을 통해서 삶의 진실을 배워 가는 방법 중 하나이리라.

작가의 말 中

소설을 읽고 내가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여느 때와 같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 또한 매번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 때로는 굴러가는 공을 한없이 바라보는 일처럼 일상을 지내는 일이 덧없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내가 삶의 방향을 이타적인 쪽으로 계속 가져가려 하는 이유는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볼 수 없는, 그래서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마음이 기저에 무수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계획을 잘 지키지 못하고 예기치 못한 숱한 삶의 국면을 맞이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깨달음의 지점이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모든 마음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모든 마음을 살펴보려 노력할 것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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