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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손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2
단요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2월
평점 :

언젠가 '좋은 작품은 좋은 질문을 던진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근래에 읽은 소설 중에는 단요의 『케이크 손』이 그러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좋은 소설'이다. 단순히 '좋은 소설'이라고 평하는 것이 자칫 이 작품만의 고유한 시선이나 미학적 요소를 소거하는 독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 머릿속에 떠오른 여러 질문 가운데서 한참을 헤매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밖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소설은 16세 소녀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소녀는 업소에서 일하는 엄마의 무관심과 친구들의 멸시와 외면 속에서 소외된 채 살아간다. 그렇게 철저히 배제당한 삶을 살아가던 중에 소녀는 한 남자를 만난다. 남자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맨손으로 살아 있는 걸 만지면" 그게 무엇이든 케이크로 변해버린다는 것이다. 남자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소녀는 "악함과 약함과 불쌍함은 다른 체계일지라도 뒤섞여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앞뒤가 맞지 않은 방식으로 질서 정연"한 세상을 경험한다.

『케이크 손』은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가해자들의 사정을 상상하는 작업은 대개 옹호론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다소 터부시되기 마련입니다만, 픽션의 존재 의의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이 글에 비겁하거나 그른 면이 있다면, 그 비겁성은 아마도 남자가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선량하며 유능했다거나, 주인공이 눈에 띄게 영리하다거나 하는 대목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단요 작가는 『케이크 손』을 "가해자들의 이야기"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 소설을 '안과 밖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대개 우리는 안에 품고 있는 것들을 바깥으로 잘 꺼내놓지 못하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행복이든 불행이든 빛이 든 어둠이든 경계를 지닌 무수한 '상태'는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이기호의 추천의 말을 빌려보자면)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나는 지금 이 소설이 무섭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