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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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은 말한다. 결국 (너는) 다시 외로워질 거라고. 고통 가운데서 틈을 헤아리다가 (결국 너의 존재는) 작아질 것이라고.

평사리에 위치한 작은 기도 방에서부터 시작된 공지영의 여정은 예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이르기까지 그 흔적이 곳곳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는 예루살렘으로 이어진다. 공지영의 산문집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그 발걸음을 충실히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공지영은 이편에서 저편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시간이 흐르고 바람이 불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여정의 복판을 사유한다. 신의 발자취를 되짚어가면서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무수한 고립과 단절이 낡지도 않고 계속되는 이 시기에 스스로를 대면하면서 자신의 외연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는데, 그것은 자기 자신을 이웃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사랑이 희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만 사랑의 한 부분이 희생이고 희생은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하는 것, 엄마가 아이에게, 어깨가 넓은 청년이 철로 위에 쓰러진 노파에게, 용광로 같은 심장을 지닌 자가 식민지가 된 가여운 조국에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예수는 신의 아들이었기에 죽은 것이고, 그가 인류를 위해 죽었기에 신의 아들임이 증명된 것이다.

p.269




신은 사랑을 말하고, 작가는 그 사랑을 체험하기 위해 순례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그 순간은, 공지영이 신의 흔적을 발견한 그 순간은, 우리 삶 속에 실재하지 않는다. 깊숙이 자기 자신의 내면을 탐구해 보지 않는 이상, 그것은 관념에 불과하다. 공지영은 사랑의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외로워지기를 택하고, 평사리에 고요한 기도 방에서 홀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비로소 스스로를 대면했다. 이것은 자신이라는 또 다른 인간을 마주한 오늘날 공지영의 비망록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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