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고노스케 길을 열다 - 경영의 신이 운명을 개척해온 영원불멸의 원칙 마스터스 5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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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다 고노스케의 글을 우연히 서점에서 만났었다. 짧지만 글 속에는 그의 인생철학이 짙게 스며있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처럼 흔들리지 않는 그만의 신념과 지조가 느껴졌다. 그 느낌이 참 인상적으로 남아서 필사를 통해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리스 필사서평단을 신청했다. 역시 굵직한 그의 말들은 가슴 깊이 박혔다. 그는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더 나아가 세계로 확장되어 메시지를 전한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많은 생각들과 씨름하는 날이 많아졌을 이들을 위한 인생 지침서라고 해도 좋을 만하다. 저자의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반드시 걸어야만 하는 나만의 인생길에서 무엇을 버리고, 어떤 것에 더 에너지를 쏟으면 살아가야 할지를 배우게 된다. 나보다 더 앞서 산 이답게 하는 말들이 대인배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주옥같은 글들이다. 짧지만 마음 끝에 닿아 나를 흔들고 머물게 하는 그의 말이 쓰면서도 달다.

유독 내가 가는 길만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 때 이 책을 읽어본다면 우리가 얼마나 사사로운 것에 마음을 쓰며 전전긍긍하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글이 그리 길지 않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고, 그 짧은 글 속 공감의 언어에 먹먹해질 것이다. 매일 필사하면서 느린 독서로 이어가면 더 금상첨화겠지만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그의 글이 당신을 끌어당길 것이다. 흐리멍덩하게 살지 말라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 하루에도 수십 번 길을 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우리는 당장의 1초 뒤의 순간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매일 만나고 있다. 그곳은 아직 닦이지 않은 비포장 길이라 여기저기서 흙먼지가 날리며 눈앞을 흐리게도 하고, 그대 걸음을 방해하는 모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할 것이다. 이름 모를 잡초들이 무성히 자라 아직 길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그 길이 내 길이라면 어떻게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글을 읽고 쓰고 있다 보면 눈에는 날이 서 있고, 허리는 꼿꼿하게 세워 앉아 침착하게 말하는 나이 지긋한 어른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가 걸어갈 길을 열어 주는 것만 같다. 나침반 같은 그의 언어가 차가운 듯 따뜻하다.

“늙었든 젊었든 뜻이 있다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 p21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을 먼저 움직이는 이에게만 열리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젊다고 자동으로 길이 열리는 것도 아니고 늙었다고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의 나이대로 살면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살아보니 그렇다. 청춘은 푸르기에 나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마음의 나이가 얼마인지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참 좋을 때다”라는 그 말이 그저 노인들의 지나가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가벼운 말이 아님을 알았다. 30대는 너무 바빠서 마음의 주름을 가늠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흔에 접어들면서 나이를 먹어도 마음의 나이에는 주름살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마음은 언제나 꽃핀 청춘이었다. 내가 더 나이가 들어서도 내 마음의 나이는 늘 지금과 같이 젊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러니 삶도 마음의 나이대로 살아간다면 뭐든 시작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우리이기에 육신은 건강하게 나이 들게 하고, 뜻을 세워 마음을 먼저 움직여 본다면 길이야 어디에서든 열리지 않겠는가.


@gbb_mom @wlsdud2976 @water_liliesjin 님께서 모집한 필사서평단에 선정되어 @jiinpill21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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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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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다(정이 많다)’ ‘다정다감하다(정이 많고 감정이 풍부하여 감동하기 쉽다)’ 이 짧은 문장이 주는 온도는 어릴 적 온돌방 아랫목 같은 따뜻함이 묻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다정한 말은 ‘언어’에 한계를 두지 않는 ‘사람’ ‘관계’ ‘삶’ 전반적인 것들로부터의 따뜻한 시선이었다. 마음에 휘몰아치던 칼날 같은 바람을 이기고 그 속에서 피어난 꽃 같은 언어만 남았다. 저자가 기억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들의 언어들 속에서 나를 보게 될 때도 있고, 내 주변의 어떤 이를 떠올리게 할 때도 있었다

저자가 선을 긋고 물러나 바라보던 그들 속에 나는 없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았을지, 나를 스쳐 갔던 이들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었는지,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나는 어떤 말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결국 내게 남은 이들을 보게 했다.

다정한 사람은 그들이 하는 말의 온도가 높다. 말을 하는 동안 표정에도, 목소리에도, 손짓, 눈빛에는 언어의 온도는 어긋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달궈진 핫팩처럼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가 머물다 가게 된다. 삶은 나를 꽃길 위에 매번 올려놓지 않지만, 내가 어느 길을 걷고 있든 그 곁에서 나를 응원해 주고, 믿어주며, 한마디를 거들더라도 다시 걷게 하는 이들이 있었다. 언어의 온도가 높은 사람들이 남겨 놓은 그 아련한 기억 덕분에 또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이란 책은 ‘나를 살게 한 다정한 사람들’로 기억되었다. 책을 읽고 자칫 소홀할 뻔했던 이들에게 말을 걸게 한다. 다정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은 ‘다정한 언어’가 많다는 뜻일 테니, 다가올 겨울 마음의 난방비는 걱정 없이 보내겠다. 또한 이런 생각도 해본다.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그들 중 한 사람만 내 곁에 있어도 온실 속 화초처럼 겨울을 날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의 온도를 높여줄 다정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의 온도를 높여줄 수 있는 다정다감한 사람이고 싶어졌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출근 길에 만나게 되는 이들은 무표정한 채 내 곁을 스쳐가지만, ‘오늘도 수고해’라는 친구의 말 한 마디에도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지쳐가는 일상속에서도 나를 힘나게 하는 이들의 다정한 말이 결국 나를 살게 한다.

‘나를 아프게 한 것도, 나를 살게 한 것도 단 하나의 기억이자 단 하나의 말이었다.’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나온 문장이다. 나는 이 한 줄의 문장이 이 책이 건네고자 하는 모든 의미가 내포된 말 같아 좋았다. 우리가 기억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그가 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말을 남기고 있는가.

이 책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에도 좋고, 다정해지고 싶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할 때도 도움이 될 만하다.

@peonynote_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부크럼출판사@bookrum.official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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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1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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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아내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기분 좋은 ‘설렘’과 잔잔하게 울리는 가슴의 ‘두근거림’을 만났다. 1권을 읽었을 뿐인데 다음에 이어질 스토리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타임스립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나 <구원 방정식>은 그저 흔한 로맨스 스토리가 아니라, 차가움으로 자신을 지키는 남자와 자존심으로 사랑을 감춘 여자가 만나 오해와 역경을 딛고 진정한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대서사라고 말하고 싶다. 후속편에는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모르나 1권을 읽은 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과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 때의 감동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매들린은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스칼렛 오하라’를, 이안은 냉정하고 자존심 강하지만 내면은 따뜻한 ‘디아시’를 닮았다. (완전 꿀조합일세 ^^) 이들 둘은 마치 스칼렛 오하라와 디아시의 교차점에 있는 듯했다. 왠지 이들이 이해와 성숙으로 완전한 사랑에 이르렀던 것처럼 이안과 매들린도 부디 오해와 상처를 딛고 그들만의 사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기를 바라며 1권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야기의 서막은 서로를 경멸하는 듯한 부부싸움으로 시작된다. 자기 품 안에 두고 싶은 자와 그 품을 벗어나려는 격렬한 말다툼 끝에 여주인공 매들린은 계단에서 추락해 과거로 회귀한다. 미래를 아는 여자와 다가올 미래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 몰락한 귀족 가문의 딸이자. 끔찍한 결혼 생활의 고통과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매들린. 그리고 명문 귀족이지만 전쟁으로 인한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이안 이 둘은 어떤 사랑에 이르게 될까.

책을 읽으며 매들린이 과거로 온 이유를 생각했다. 어쩌면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이안의 일그러진 겉모습 뒤에 감춰진 그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함이 아닐까.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듯 온전한 모습의 이안을 처음부터 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책 속에는 이안이 매들린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깨알같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왜 매들린은 모르냐고요~ 부부로 지낼 때도 그는 말없이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아 주었다. 자신의 서재 속 책을 읽도록 배려했다.

“여기 있는 건 전부, 당신의 정원이 내 정원이듯, 내 서재도 당신의 서재지.”

이 대사 넘 심쿵이다. ‘너를 위해 준비했어, 너 다 가져.’ 무심한 척 내뱉은 그 말이 차갑지만 따뜻한 배려가 깃든 말....나는 이런 말랑한 말에 끌린다. 또한

이안이 매들린에게 청혼할 때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의 이상한 철학자 같은 표현, 감정,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당신의 아버지와 달리-이 표현은 어쩔 수 없군요-, 나름 이성적인 면모도요.”
·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눈에 콩깍지가 씌면 어떤 이상한 짓을 해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법이니까. 그러나 매들린은 미래에서 겪은 끔찍한 결혼생활의 연장선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어디까지 어긋나고 찢겨야 하는가. 제발 2권에서는 부디 상처주지 말고, 더는 밀어내지 말고, 서로와 스스로를 용서하길 바라며 2권이 첫 장을 펼쳐 든다.

이 소설의 몰입도와 스토리 구성을 굳이 별점을 매긴다면 ★★★★★


@knitting79books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book.anothe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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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티나 씨.야마자키 마리 지음, 박수남 옮김 / 윌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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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사용했던 일상 속 좋은 문장이 알고 보니 2000년 전에 쓰인 라틴어였다는 사실에 놀라우면서도 경이롭기까지 하다. 생각을 곱씹을수록 시간이 흐르면서 언어의 형태는 바뀌었을지 몰라도 그 뿌리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통감할 수 있었다.

책 속의 격언들은 전쟁과 권력, 신앙과 철학 그리고 생존의 긴장 속에서 탄생한 문장들이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시대의 혼란을 엿볼 힘이 그 짧은 문장 속에 응축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던 만큼 그 시대의 언어도 힘을 잃을 법도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문장 하나가 따뜻한 위로가 되는 것을 보면 격동의 시대 중심에 있었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오죽할까 싶다. 절망을 견디게 하고 불확실 속에서 자라는 불안을 잠재우는 진정제 역할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혼란 속에서 태어난 보석 같은 말들이 시대를 초월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다니, 역시 언어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싶다. 오래된 격언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감정을 느껴보고, 그 시대적 배경을 어림으로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그들이 남긴 굵고 날카로운 짧은 문장 덕분이다.

이 책에는 마음에 와닿는 격언과 글이 많았다. 야마자키와 라티나 이 두 사람이 격언 하나를 두고 역사적 배경과 함께 서로의 삶의 경험을 맞대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물 흐르듯 이어가는 깊이 있고 진솔한 대화 속에 빠져 있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잊게 된다. 라틴어 격언도 참 좋았지만, 이들의 대화 속 자기 생각을 옮긴 문장 하나하나가 알알이 심장을 파고들어 한동안 먹먹했다.

이 책은 서평을 위해 읽었지만, 결국은 다시 읽고 싶고 두고두고 펼쳐보며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이 책 속의 많은 라틴어 문장 중에서 책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남는 문장은 ‘황금 중용(aurea mediocritas)’이다.

‘황금 중용’을 사랑하는 자는 누구든지 쓰러질 듯한 초라한 집도, 호화로운 대저택도 피함으로써 안정 속에서 타인의 시기 없이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P36

100세를 기준으로 보면 절반도 아직 못 왔지만,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보니 화려하고 그럴싸한 것들에 마음이 덜 간다. 부도 좋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삶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건강이 최고의 재산이라는 것을 깨닫고, 남은 삶을 혼자 독식하려 하기보다 ‘함께’ 나누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너무 끝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누리는 모든 것의 한가운데서도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꾼다. 로마의 몰락은 이 ‘황금 중용’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이나 한 인간의 삶이나 너무 지나치면 결국 ‘파멸’에 이른다.

이 책을 통해 인생의 무게를 견뎌낸 이들의 온도 높은 문장을 만나 보시길 바란다.

북피티 @book_withppt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윌마출판사 @wilma.pub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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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재 - 아편의 감춰진 이야기
아미타브 고시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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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이 ‘연기와 재’일까?를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다. 연기는 흔적이자 소멸이다. 그렇다면 재는 타고 남은 것들의 흔적이나 잔해다. 저자는 아편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 ‘아편의 감춰진 이야기’ 이 작은 한 문장이 주는 묵직한 경종은 뭔가 어둡고 축축한 두려움이 이었다. 아편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과 고통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아편은 화마가 지나가고도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재와 같은 느낌이 든다.

아편이 처음에는 약제로 쓰였지만 이것은 흡연용으로 변하면서 인간에게 강한 중독성과 즉각적인 쾌감에 도취되게 만들었다. 아편은 약품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상품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와 권력의 이동이었다. 아편의 역사를 알면 문명도 연기처럼 전염되고 인간의 탐욕이 남긴 잔해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안락함과 명예만 좇다 보면 결국은 타락하기 마련이다. 타인의 고통을 밟고 일어선 자신의 안락이 더는 부끄럽지 않게 되고, 불의를 보고도 눈감는 타락만 남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아들의 장래와 관련해 그 선에서 타협을 보고, 더 많은 교육을 시키느라 돈들이고 맘졸이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유혹에 넘어갔다. ’ P73

이 대목은 현재의 우리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살아가는 시대와 환경이 다를 뿐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일이다. 부패가 만연하고, 착복과 횡령을 일삼는 일들이 반복되는 사회 속에서 격차는 벌어지고 인간의 존엄 또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아편이 국가와 사회를 어떤 식으로 잠식해 나가는지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타락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러했다.
‘아편은 식민지 시대 농부들의 노동착취로 일어선 신기루와 같구나’

아편재배를 강요당하고 개인의 삶을 위해 일하지 못했다. 제국의 부를 위해 인간의 고통을 제물로 바쳐야 했다. 이 책은 읽을수록 작은 불씨 하나가 온 산을 잿더미로 만든 기분이 들었다. 아편 상업화의 시작이 한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간의 내면까지 태워 버렸다.

캘커타 경매장을 통해 본 아편의 선물거래는 이미 노동이 투기의 대상이 되었고, 그곳은 거대하고 정교한 통신과 운송 시스템으로 투기와 착취의 자행으로 이어졌음을 엿볼 수 있었다. 캘커타는 아편이 몰려드는 심장부였으며, 그 아편의 조직적 움직임 또한 짐작할 수 있다. 탐욕도 착취도 모든 것이 구조화되고 정보화되고 있었다. 아편의 유통망은 오늘날의 자본이 움직이는 시스템과 닮아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시장경제는 아편의 유통망 위에 구축된 자본의 유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에 나는 물음이 생긴다. 아편이 상업화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아편은 반드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본성은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갈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든 교환 가능한 가치로 만들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단지 아편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수단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라고. 세상을 망친 건 아편이 아니라 인간의 추악한 욕망때문일지 모른다.

아편이 아니면 돈이 안 되는 시대의 끔찍함은 오늘의 예고와 같아서 이미 자본주의의 윤리는 붕괴되기 시작했고 인간의 가치 상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기와 재>를 읽으면서 아편이 이렇게까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깊숙이 관여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오늘날의 부의 근원지는 아편이라도 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사회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아편에 대해 이토록 심도 있는 고찰은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할 것같다. 섬뜩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역사의 한 단편과 마주해야 했다. 아편의 연기는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편의 재 위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깊이 들어와 우리의 정신을 좀먹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이 시사하는 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gbb_mom 단단한맘 @takjibook 탁지북님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ecolivres_official 에코리브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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