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만큼 내가 된다 - 매일의 순간이 모여 내일의 내가 되는 일에 대하여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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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만큼내가된다 #리니지음 #더퀘스트 #오퀘스트라3기

<쓰는 만큼 내가 된다>를 읽는 내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고민에 다정하게 답을 건네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록 방법은 물론 노트와 펜까지 세심하게 추천해 주는 방식은 책 읽는 독자를 쓰는 독자로 이끈다. 일상과 감정 그리고 내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아,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라며 기록의 세계에 깊은 통찰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글은 친절한 상담가의 말투를 떠올릴 만큼 문장이 따스했다.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한 사람의 고민을 곱씹으며 실제 마주하며 이야기하는듯 온기 품은 문장들이 심장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았다. 기록을 이렇게나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특히 어느 워킹맘의 사연은 내가 지나온 시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신없이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종종거리며 직장으로 가던 내가 눈앞에 다시 그려졌다. 도돌이표 같은 일상속에서 느꼈던 것은 아무것도 해낸 것 없이 하루를 버틴 나였다. 그런 나의 일상을 판박이처럼 옮겨온 누군가의 사연이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울컥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사연자의 물음에 성심성의껏 답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의 조언하는 대로 하면 정말 거짓말처럼 괜찮아질 것 같은 작은 희망이 피어난다. 자연스럽게 저자가 추천하는 필기구와 노트를 검색하게 되고, 기록의 세계는 무한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기록도 진정 장비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친절한 안내서라면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기록도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 모든 일 속에서도 너는 사라지지 않았어. 아이에게 미소 지으며 애쓴 건 다정한 너고, 동료의 말을 들어준 건 따뜻한 너고, 집밥을 차린 건 자신을 돌볼줄 아는 너잖아. 특별히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이미 네가 하는 일상의 일들 속에서 너라는 세계를 충분히 빛어내고 있어. 일상을 지탱하는 일들은 대부분 공기처럼 당연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너무 당연해서, 늘 하던 일이라서 더 쉽게 잊히는 것 같아. 하지만 나는 그런 하루들이 모여 너를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믿어. P73〕

저자는 잘 쓰는 기록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오늘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뻔한 기록이 아니다. 기록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는지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적는다는 것은 뭔가를 잘 해내서가 아니다. 오늘 나는 어떤 하루를 살아냈는지 노트에 기록하면서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고 불안을 덜어낼 수 있다. 그렇게 자기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갈 용기를 기록을 통해 얻는다.

우리는 백지 위에 무언가를 적으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한다. 나 역시 그랬다.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구체적인 기록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정제된 기록 레시피다. 저자가 제시한 기록의 방법들은 쓰기의 막막함을 줄여주고 쓰기라는 행위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든다. 또한 쌓여가는 기록들이 얼마나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주는지 읽으면서 절로 느껴진다.

<쓰는 만큼 내가 된다>는 일상의 사소한 기록부터 깊은 성찰까지 쓰는 행위가 주는 치유의 힘을 잘 다루고 있다. 남에게 보여 지는 글이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쓰는 만큼 내가 되는 시간이다. 사연자들의 고민 속에는 나를 되찾고자 하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그에 저자는 나를 위해 한 문장이라도 적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잘 살아낸 하루라고 전한다. 저자가 전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기록의 세계를 만나보길 바란다. 쓰기가 얼마나 사람을 유연하게 만드는지 알게 될 것이다.

더퀘스트 출판사 @thequest_book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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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알고 지낸 숙녀에게
박수아 지음 / 마음세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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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알고지낸숙녀에게 #박수아 #마음세상 #도서협찬

<오래 알고 지낸 숙녀에게>를 읽고 필사하며 ‘고양이를 북탁해’편에 이르러서야 책표지에 그려진 고양이의 모습이 저자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삼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색 털을 가진 코리안 숏헤어’라고 글로 옮겨 놓았던 삼보의 생김새와 많이 닮아 있다. 힌색 바탕에 갈색과 검은색 무늬가 섞여 있고. 저자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창가의 실루엣까지 주인공 삼보와 겹쳐진다. 표지 속 고양이 역시 창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삼보가 확실해 보인다. 표지 그림 역시 저자가 직접 그렸다고 했으니.

‘삼보는 삼색 털을 가진 코리안 숏헤어였다. 우리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만큼 깊이 교감했다. 동물과 소통하며 감정을 나눈다는 것, 그것은 내가 처음 맛본 지극히 순수한 행복이었다. 기분이 좋을 때 내는 갸르릉 소리와 촉촉한 핑크코, 젤리 같은 발바닥...나를 기다리며 서 있던 그 창가의 실루엣.’p96

저자에게 가장 깊은 울림과 사랑 그리고 상처를 동시에 남긴 존재, 삼보였다. 저자 내면의 숙녀를 깨운 상징적인 존재로 보인다. 현실에서는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을 안겨준 존재이지만 저자는 그림을 통해 삼보에게 가장 평온한 시간을 선물하고 있는 듯했다. 저자에게 삼보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단순 반려동물이 아니었다. 지극히 순수한 행복의 실체이자,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 앞에 무참히 짓밟힌 보호받지 못한 존재이다. 엄마에게 버려지고 차가운 길에서 생을 마감했을 삼보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여기까지 보면 비극이지만, 상실 이후 저자의 선택은 참으로 눈물겹다. 다시 겪게 될 상실의 공포를 딛고 ‘동식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한다. 그렇게 저자는 상처받은 내면의 숙녀를 일으켜 세운다. 이번에 너무 몰입하게 되는 사랑이 아니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는 관계를 삶이 선물했나. 사랑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기꺼이 서로의 삶 속에 들이는 일이다.

숙녀' 라는 단어는 내 오랜 기억을 깨운다. 그 시절 나는 변진섭의 '숙녀에게'를 들으며 스무 살의 정숙한 숙녀를 꿈꿨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귀한 존재에 편입하고 싶어서 조급증이 났던 시절, 동경의 대상이 숙녀였다. 그런 나를 잊고 살았는데 이 책 한 권이 내 안의 숙녀를 다시 깨웠다. 중년이라는 생애주기에 이르러 일상의 무료함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딛고 저자는 숙녀의 의미를 깊은 통찰로 파고 들었다.

서른을 지나 마흔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꿈 많던 천진한 소녀도 정숙한 숙녀는 없다. 노래처럼 중년의 시간은 감미롭지 않았고 다양한 역할을 해내느라 나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고양이 삼보를 잃었던 저자의 아픔처럼 살면서 나도 그렇게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어갔다. 숙녀에 대한 환상 대신 남은 것은 삶의 파편들이 남긴 생활의 굳은 살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타인이 나를 구원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주는 것, 오십 줄에 깨달은 진짜 숙녀의 모습일 것이다. 스무 살을 꿈꾸던 소녀는 이미 내 안에 잘 자라 있었다. 비록 내가 꿈꾸던 정숙한 숙녀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귀찮은 생일을 다시 챙기며 스스로를 다독여 줄 수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 숙녀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중년의 성숙한 품격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젊은 날의 사랑이 집착에 가까웠다면 중년의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할 용기를 배워가고 있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가장 늦게 친해진 나에게 보내는 편지같은 이 책은 읽을수록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이 많았다. 내 안에도 여전히 숙녀는 잠들어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그 숙녀를 깨워 지금껏 참 애썼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나라는 숙녀에게 ‘잘 부탁한다’고 손을 먼저 내밀 것이다.


마음세상 출판사 @maumsesang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필사하고 서평합니다.

서평으로 받은 책을 ‘DREAM WITH 필사 독서 모임’에서 문장 필사하며 서평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oliviahj1220 로 오셔서 뜨거운 응원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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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 마법학교 2 - 어둠과 빛의 초대 런던이의 마법
김미란 지음, 스티브 그림 / 주부(JUBOO)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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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마법학교 #김미란글 #서평 #주부출판사

<런던이의 마법학교>는 다시 한번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 런던이의 성장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이 시리즈는 출간 때마다 그 깊이가 더욱 성숙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동화 속의 학교는 가라앉았다. 이 붕괴의 원인은 어떤 물리적이 요소가 작용한 것이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아이스크림을 팔 수밖에 없었던 매점 아주머니의 절규에서 시작되었다. 그 이면에는 도덕적 해이와 소통의 부재가 있었다.

런던이는 아주머니의 슬픈 사연을 들으며, 인간에게 무참히 버려지고 상처받은 동물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인류의 구원하는 한마디, “미안해...정말 미안해...”라는 말을 건넨다. 진정한 사과를 통해 런던이는 세상의 어둠을 기꺼이 안는다.

버려지고 학대당한 동물들의 분노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 문제이며 책임의 회피를 반영하고 있다. 인간을 더는 믿지 못하게 된 동물들. 이러한 비극의 중심에서 런던이는 관찰자의 입장이자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성장한다. 우리 자신과 늘 가까이 있던 그림자의 존재를 마주하며 자기 안의 용기를 직면하고 누군가의 고통에 진정성 있는 공감을 이뤄낸다. 마구 쏟아내는 동물들의 분노를 외면하기보다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오히려 인정하건 인정하고 먼저 사과를 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재대로 된 사과와 인정을 할 줄 아는 어른인가 되묻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런던이의 손바닥에 놓인 버니의 하얀털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허문다. 우리가 아직 깊게 들여다보지 못한 어떤 책임의 흔적이 무엇이냐고 되묻는 듯하다. 어른들의 과오를 런던이라는 아이의 순수함을 통해 말끔히 지워주는 여정은 표정과 감정이 살아있는 삽화 덕분에 한껏 몰입할 수 있었다. 도입부의 기괴한 상황 설정과 동물들과의 따스한 교감이 그려진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통해 저자는 어른들의 ‘무관심’의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시사하고 있다.

주인공 런던이가 화마에 휩싸인 동물들을 구하겠다고 몸을 사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잠시 뜨끈해지는 심장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몸집의 아이가 샘명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불길에 뛰어든 숭고한 용기와 책임감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용기 없는 어른은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여리고 작은 앳된 소녀, 런던이의 호수같은 눈망울에서 흐르는 순수한 눈물의 결정체가 숲에 난 불씨를 거두고, 생명을 구한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는 무감각해져 버린 책임감을, 아이들에겐 새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진정한 사과는 성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와 같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책 읽는 쥬리 @happiness_jury님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 @juboo_books.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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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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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소비하고 동시에 소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들인 물건들에 대한 만족감은 과연 얼마 동안 지속될까?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로 자신을 설명하려 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진정한 소유와 소비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서 이케아 가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목을 읽으며 너무나 쉽게 사고 버려지는 가구들 속에서 점차 가벼워지고 파편화되는 현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는 이케아라는 가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인을 통해서였다. 남편의 직장 일로 외국에서 1년 정도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외국으로 나갈 때도 가구 같은 것을 모두 처분하고 돌아오면 다시 구입할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이제는 그곳에서 쓰던 가구들이 모두 이케아 제품이라 그냥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쉽게 버리고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가구라니. 나는 그 말이 참 낯설었다.

우리는 가구라고 하면 덩치가 크고 그 무게 또한 상당하여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케아는 조립 가구여서 실용성과 가격 면에서 부담이 적어 필요할 때 사고 필요없으면 버릴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참 세상 편리해졌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정성 들여 만든 침대를 버리고 이케아를 사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인간과 물건의 관계 역시 점점 얕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귀가하는 차 안에서도 여전히 책도 못 읽을 만큼 피곤하지만, 그래도 오늘 무언가를 해냈다고 느낀다. 아니면 목걸이가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냈을 것이다.’p44

위의 문장을 읽었을 때 묘한 공감이 일어났다. 미술관이나 뮤지컬 관람을 갔을 때 공연과 예술 작품에 깊은 감흥을 받았던 순간이 무색하게 굿즈를 구입하며 더 행복했던 한때가 스쳐갔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 주변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머무는 공간 그리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물건들은 마냥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정성과 돌봄으로 살려낸 것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진정한 소유란 돈을 주고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책임지고 보살펴서 다음 세대에 잘 물려줄 것인가로 이어지는 과정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삶에 들여온 물건들을 너무 쉽게 버리거나, 사놓고 잊고 지낼 만큼 방치해 둔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했다.

또한 신용대출의 환상에서 조금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주변을 보면 모두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겐 그 또한 삶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임을 경고한다.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사는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한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마주하는 주변의 풍요가 어쩌면 대출이 만든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얼마나 많은 것이 허상이고 진짜일지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그저 물건을 사서 버리는 소비를 위한 기계가 아니다. 우리는 음악을 듣거나, 음식을 먹거나. 직장에서 일을 하며 삶을 완성해 가는 충분히 가치 있고 생산적인 존재이다. 이 사실을 저자는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한 이 책은 일의 의미와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글을 쓰는 간호사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겐 완전한 퇴근이 없다. 글을 쓰는 일은 늘 머릿속에 머물며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간호사로서의 일은 정해진 근무 시간이 끝나면 해방되지만, 퇴근 후 이어지는 창작이라는 노동에는 퇴근이라는 말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글쓰기는 끝이 없다. 글쓰기를 버지니아 울프가 죽기 직전까지 붙들고 있었던 육체적 노동에 빗대어 보면 그녀에게 글쓰기는 생명을 갉아먹는 치열한 사투였을 것이다. 우리가 귀찮게 여기는 집안일은 어쩌면 우리 정신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보호막일지도 모른다. 그 일을 할 때는 정신적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집안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몸을 쓰면서 느끼는 가뿐해지는 경험,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을수록 개인적 소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국가 경제, 지구와 환경의 문제로까지 확장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은 분리수거를 잘하기 수준을 넘어선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의 근간을 바꾸고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문제임을 깨닫게 했다.


열린책들@openbooks21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소유하기소유되기 #율라비스 #열린책들 #서평 #책리뷰 #도서협찬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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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구두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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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샘과 니샤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샘은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가정주부이고 니샤는 재벌가의 아내이자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전혀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이 둘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얽히게 된다. 샤워 후 샘이 자신의 운동 가방인 줄 알고 니샤의 가방을 가져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가방 안에는 매우 고가의 구두가 들어 있었으며 샘은 그 구두를 신게 되면서 묘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샘의 남편 필은 우울증으로 직장을 잃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남자다. 경제적으로 가족들이 샘에게 의지하고 있고 샘은 경제적인 부담을 혼자 짊어지며 남편의 우울까지 감내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점점 지쳐갔고, 자존감마저 낮아져 있었다. 서서히 삶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샘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졌다. 그녀에게 뭔가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반면 니샤는 아주 세련되고 패션 감각이 남다른 여자다. 명품 구두를 사랑하는 여자이며 사람들 앞에서도 늘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중요한 구두를 잃어버리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정사정없는 남편이 일방적으로 그녀를 집에서 내쫓으면서 남편과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니샤는 하루 아침에 경제적으로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 집도 돈도 사회적 지위도 다 부질없어지면서 그녀의 자존감과 삶의 기반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니샤는 생각보다 씩씩했고, 사랑스럽고 이해심이 많은 여자였다. 깊은 좌절의 순간에도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남편에게 당당하게 맞섰으며 그결과 결국 속시원한 결말을 이끌어 낸다. 게다가 마음은 얼마나 바다와 같은지 그동안 구두를 찾기 위해 함께 해준 이들에게 보답을 잊지 않는다. 이런 멋진 여자보았나! 엄지 척이다.

구두라는 물건이 사건의 발단이 되어 서로의 인생이 연결되고, 샘은 그 구두 덕분에 잊고 잇던 자존감과 용기를 회복할 수 있게 되고, 니샤 역시 위기 속에서 난관을 헤쳐 나가며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아간다.

샘과 남편 필의 모습은 중년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샘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했다. 우리 삶의 어느 한 부분을 건드린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져서 어쩌면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했던 그런 면면들이 있다는 것을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중년 부부라면 알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보다 더 깊은 신뢰일지 모른다.

샘은 실수로 니샤의 구두를 가져갔지만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 후 구두를 가져다 주려고 했지만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어찌하였거나 그녀는 자신이 애초에 잘못가져와 생긴 문제가 여기며 구두를 찾는데 물씬 양면으로 돕는다. 그 모습만 봐도 샘이 얼마나 책임감 있고 양심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니샤는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려왔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남편의 악세사리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바닥까지 내려간 그녀를 한결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챙겨주는 알렉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또 다른 인물, 재스민은 니샤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 흔쾌히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한다. 낯선 사람에게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일텐데 재스민은 그렇게 했다. 타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그녀의 선의는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

이 책은 감동과 코믹이 가미된 따뜻한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을 들게 했다. 활자가 하나의 장면처럼 펼쳐져 읽는 즐거움이 배로 다가왔다. 소설은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어서 신중을 기하고 읽는 편인데 역시나 <타인의 구두>역시 그런 작품이었다.

다산스토리 @dasan_story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타인의구두 #조조모예스 #다산북스 #서평 #도서협찬 #책리뷰 #북스타그램 #소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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