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 - 미혹의 시대를 건너는 반야심경, 금강경, 천수경 필사집 원명 스님의 필사집
원명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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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참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무렵의 일이다.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때 함께 일하던 동료분이 ‘금강경’을 내게 주신 적이 있다. 금강경을 독송하면 마음이 위로 될 거라며 좋은 마음으로 주신 경전이라 나는 거절하지 못하고 선 듯 받아왔다. 이 귀한 경전을 내게 주신다니 감동이면서도 조금은 난감했다. 왜냐하면 분명히 우리 말로된 경전인데 뭔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좋다니 읽긴 읽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니 가슴이 반응할 일도 없었다. 그저 부처님의 고귀한 말쓰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한동안 그 경전을 펼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듯 우리가 경전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불교의 초기 경전 대부분이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글로 적혀 있는 경전이라도 산스크리트어를 한문으로 옮기고 그것을 다시 한국어 그대로 읽도록 해 놓은 직역투에 추상적이라 읽으면서도 알 수 없는 외계어를 외우고 있는 것처럼 지루하고 딱딱하다. 오히려 읽으면서 내 영혼이 탈탈 털리는 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었다.

그런데 <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는 감사하게도 직역된 우리말을 다시 알아들기 쉽게 풀이해놓은 필사집이라 더 의미가 있겠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이 책을 필사하고 읽으면서 ‘오~ 반야심경이 이런 내용이었어?’ ‘금강경이 이렇게 깊이 있는 부처님의 말씀을 다루고 있었구나.’ ‘ 천수경은 이런 기도였구나’ 그동안 경전을 접할 때마다 느꼈던 답답함이 안개 걷히듯 머릿속과 마음이 맑아진 느낌이 들었다.

필사집 한 권을 지녔을 뿐인데 여러 권의 부처님 말씀을 새긴 우리말 경전을 여러 권 가진 기분마저 든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어도 병원에서 만난 인연으로 보호자에게 성경책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성경도 이해하기 힘들어서 늘 읽겠다고 펼칠 때마다 제자리를 맴돌곤 한다. 종교에 매인 몸이 아니니 자유롭게 성경과 경전을 오가지만, 이해를 하고 읽는 것과 아닌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이번 기회에 이전에 받았던 금강경을 다시 펼쳐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뜻을 이해하고 읽으니 마음가짐 또한 그 앞에서 더욱더 경건해진다.

<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는 원명 스님께서 반야심경, 금강경, 천수경을 우리말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문장들이며 매일 필사하면 3권의 경전을 사경(寫經)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것 같다. 평소에 경전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나, 나처럼 읽어도 무슨 말이었는지 깊이 와닿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필사하며 더 깊이 부처님의 말씀에 가까이 가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종교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삶의 지혜를 구하는 시간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새벽에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통해 하루를 겸허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부처님 앞에 있는 나는 분명히 ‘존재하는 나’였지만, 나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게 된다. 에고도 잠시 쉼을 선택한다. 필사를 하며 욕심, 집착, 아집마저 더는 내 것이 아닌 비워낸 상태로의 나를 만난다. 나를 낮추는 108번의 절과 부처님 한 말씀 더해 마음을 가다듬으니, 세상 앞에 ‘나’라는 존재는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유형의 무’였다.

꾸준히 필사하며 필사인증 해볼게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
두 권씩이나 직접 필사하며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카시오페아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cassiopeia_book 카시오페아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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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 - 108번의 비움으로 나를 다스리는 부처의 말 필사집 원명 스님의 필사집
원명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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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 속 필사글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법구경><숫타니파타><아함경류>와 같은 초기 경전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 거부감없이 필사하며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 마음 수양이 필요했던 탓인지 최근들어 읽는 책이나 필사하는 책이 ‘마음’가 관련된 책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책도 인연이 있어서 내 상황과 때에 따라 읽히는 책도 다른 듯하다.

나는 108배 절운동을 하고 있다. 절실한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경전은 경전대로 좋고, 성경은 성경대로 좋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 덕분에 갖게 된 20분간의 108배 절운동은 은근히 몸을 달궈주고 머리를 맑게 해줘서 좋다. 밤근무 전담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지라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절운동 후 필사를 해봤는데 이 또한 마음의 평온함에 이르기에 참 좋았다. <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책은 아침에 필사했고, <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는 새벽에 필사했다. 이런 선택을 한 나 자신을 칭찬할 만하다. 때와 장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직장에서 어린 아동과 보호자들 속에서 심신이 많이 지쳐 돌아왔을 때, 이 책을 필사하니 산만했던 머릿속에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은 대단하지만, 삶은 단 한 번도 나에게 거창하고 화려한 무언가를 원한 적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내 삶을 나답게 살아가는 것을 원했을 뿐인데 내 머리와 마음이 자꾸만 남의 길을 내 길처럼 가고자 죽으라 발버둥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고 아팠구나, 하고 한 줌, 또 한 줌 내려놓는 것을 선택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게 아니라는데 저 사람은 왜 그렇게 할까’ 싶었던 마음도 내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 좋았던 것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지나치게 기뻐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사라져가는 것에 슬퍼하지 않고 끌어당기는 것에 마음을 붙잡히지도 말아야 합니다. P180」

맞다, 내가 좋았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나눔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새로운 반응에 누구보다 들떠 있었던 나였다. 나도 모르게 더 잘해내고 싶은 욕심과 집착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끄는 그 마음에도 내려놓았야 했다. 그래서 물처럼 흘러가도록 두련다. 나는 나의 길을 평정심을 유지하고 가면 가만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한결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나 자신이 부처라고 하지만 나는 부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노력하면 부처와 같은 비슷한 마음은 낼 수 있지 않을까.

108배 절과 부처의 한 말씀은 완전 찰떡궁합이다.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숙이는 순간마다 나는 나를 내려놓는다. 108번 절로 마음을 비워도 인간이기에 품지 않으면 좋은 마음은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가득 찬다. 그러니 매일 비워낼 수밖에. 어느 날은 필사하다가 절로 눈물이 났다.

「모든 것이 공허함을 깨달으면 탐욕스러운 마음도 버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게 되면 미워하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의 허망함을 깨달으면 어리석은 마음마저 버릴 수 있습니다.
탐욕, 분노, 무지를 없애면 내면의 작은 약함까지 모조리 뽑아낼 수 있습니다. p30」

채워짐은 착각이었다. 애초에 모든 것은 ‘공(空)’이었다. 내 것이 아닌 것은 빨리 알아차리고 미련없이 버려야 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어려풋이 아는 것과 명확하게 아는 것은 다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내 마음이 고요하길 바랍니다> 필사책과 함께 나를 공의 상태로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 채워 넣은 것이 많아 진짜 떠나야 할 때 무거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비극은 없어야델테니.

저의 경우, 아침과 새벽을 이용한 필사를 했지만,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고 비워내는 필사를 해도 참 좋을 듯하다. 나의 경우 남들과 다른 일상을 사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인지라 자신에게 맞는 필사 시간대를 정해 부처의 말씀을 손으로 또박또박 음미하듯 써보며 버림과 채움의 균형을 찾아가길 바란다.

꾸준히 필사하며 필사인증 해볼게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
두 권씩이나 직접 필사하며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카시오페아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cassiopeia_book 카시오페아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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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마음 공부 - 소란과 번뇌를 다스려줄 2500년 도덕경의 문장들
장석주 지음 / 윌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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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도덕경>이 이토록 나를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도덕경>을 읽으려 하는가. <도덕경>은 2500년 전에 쓰여져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5000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대를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더 많이 가져야 할 것 같고, 누구보다 더 빨리 앞서가야만 덜 불안할 것 같고, 더 잘해야만 한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도덕경>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의 ‘삶의 숨구멍’과 같다. 인간의 본질적인 갈증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우리가 안달하는 것들로부터 잠시 자유를 준다.

저자 역시 노자의 짧은 말들 속에서 읽고 멈추기를 반복하며 자기만의 삶의 통찰과 철학으로 이 책을 엮어나갔다. 얼마나 오랜 기간을 깊이 고뇌하고 그 순간에 머물러 있었는지 글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는 듯했다. 한 문장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남달랐다고 해야 하나. 노자의 말과 저자의 글이 만나는 그 어떤 지점에서 나는 멈춰 설 때마다 큰 위로를 받았다.

이 책은 ‘굳이 그렇게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을 줘서 좋았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눈에 머물 때마다 ‘나는 제대로 내 삶을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노자의 말을 진지하게 풀어가는 저자의 글에서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받았다.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줏대 없이 휩쓸려 가기보다 노자의 말들을 곱씹어 생각해 보는 시간을 통해 자기만의 삶의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가장 깊이 고민하고 방황했던 날들의 저자였던 만큼 울림도 크게 오는 듯하다.

‘어짊과 의로움조차도 무위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배워서 익힌 지혜다. 노자는 무위로 돌아가라고 권유한다. “사사로움을 누르고,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욕심을 적게 하라.” ‘소(素)’는 물들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다. ‘박(樸)’은 다듬지 않은 통나무를 가리킨다. 통나무는 표면으로는 깎거나 다듬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이고, 속뜻은 소박함이다. 무위는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있음 속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우리 안의 욕심이란 늘 자연의 그러함을 초과하는 일이다.’ p55

위 글은 나에게 ‘타고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 보는 글이었다. 본연의 나로 돌아가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본래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되묻게 하는 이 글이 한동안 먹먹하게 머물게 했다.

우리는 어쩌면 도가 사라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도덕을 지키기 위한 수많은 법규와 규칙, 규범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무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닐까. 노자가 살던 시대는 도가 있었을까. 그리하여 도덕이라는 말 그 자체도 필요 없었던 시절이 과연 존재하기는 했을까. 어떤 통제도 없는, 그 자체로 완벽한, 조화로운 세상이 존재하기나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할 것만 같다. 그러나 자연으로 돌아가 보면 답이 보이는 듯하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 자체로 모든 것이 완벽하다. 그들만의 질서 속에서 세상을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본연의 나로 돌아가면 우리 안의 선을 만나게 된다. 순수하고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내 안의 질서를 우리는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모처럼 <노자의 마음공부>를 통해 잠시나마 마음과 정신을 수양할 수 있었다.

노자는 ‘물’을 ‘도’에 비유하였다. 우리는 물의 흐름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평온함을 느낀다.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물은 계절에 따라 드는 빛이 다르고, 그 흐름을 거슬러 오르려 하지도 않는다. 오직 아래로만 흐른다. 가장 연약해 보이는 것 속에 강함이 숨어 있다. 물을 바라보는 이 마음이 평온한 것은, 그 흐름 지체에 집중하며 내 안의 억지와 욕심을 덜어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애쓰지 않고 흐르는 물은 유연하고 멈춤이 없지만 동시에 거칠고 단단했다. 나는 그런 흐름 속에서 내 삶과 나 자신을 투영해 보게 된다. 노자의 <도덕경>은 이런 나로 돌아가게 한다. 저자 역시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 보는 듯하다. 삶에서 묻어나는 노자의 철학이 고스란히 글 속에 스며 있다. 무위의 글쓰기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노자의 마음공부> 책 속에는 우리 안의 모든 계절이 저자의 생각과 만나 물 흐르듯이 멈춤이 없었다. 함께 읽는 사람인 나 역시 어떤 거슬림도 없이 이 책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레 따라갈 뿐이었다.

노자의 철학을 어렵지 않게 삶과 맞대어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으며,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삶의 시름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어서 편안했다. 마음이 쉴 새 없이 분주하거나, 노자의 <도덕경>이 어렵게 느껴졌던 분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물 흐르듯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기보다 노자의 말을 음미하며 삶의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구구의 서재 @book.gu_book.gu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윌마 @wilma.pub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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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2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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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시작에 불과했으며 2권은 그야말로 범접할 수 없는 피날레 그 자체였다. 소설 속 문장은 우리 내면을 반영한 살아있는 언어였다. 사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무수한 감정들이 문장 하나하나에 깊게 스며 있었다. 읽는 이의 심장을 바운스바운스하게 만들다가, 어떤 때는 한없이 파멸에 이르기도 하면서 끝내 스스로를 구원하기에 이른다. 이슬을 품고 있는 연둣빛 풀잎처럼, 햇살에 비친 물 위의 윤슬처럼 문장은 한없이 반짝이다가도 빛을 잃어가곤 했다. 그때마다 주인공들의 어긋나버린 시간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려 간호사의 삶을 선택한 매들린을 응원했다. 맞다. 간호사는 성직자가 아니다. 그 일을 한다고 해서 그녀의 말대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간호사로 살게한 힘이다. 저자는 이런 삶을 꿰뚫어 본 것처럼 간호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매들린이라는 인물의 삶을 심도있게 그려나가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 두 남녀의 사랑이 다시 연결되느냐, 이대로 어긋난 채 각자의 길을 가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인지 모른다.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아픔을 자기승화로 다시 일어서기를 더 바랐었다. 꽃이 피기를 꺼려하는 차가운 겨울에도 저만은 그 자리를 지키며 꿋꿋하게 피어난 설중매처럼 나는 이들의 삶이 그와 같이, 그 자체로 아름답게 영글길 바라며 한시도 행간을 벗어날 수 없는 읽는 즐거움에 빠졌다.

‘이안’이라는 남자, 참 매력있다. 어쩜 이리도 사랑에 서툰 것일까. 현생에서도 과거에서 만난 이안은 매들린만 생각한다. 때론 그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광기 어린 집착으로 비춰질 만큼.
“옷이 멋지군.”
“좋지 않은 시력으로 공부하는 건 무리잖소. 그뿐이니까, 사양하지 말고.”
“모르겠어. 당신에게 무엇을 줄 수 있고, 무엇을 줄 수 없는지.”
으악~내가 좋아하는 심쿵 포인트. 남자가 사랑할 때 하는 행동을 다 하고 있는 이안이다. 매들린이 병원에 있는 동안 그녀를 위해, 다시 돌아올 그녀 위한 공간을 준비한 남자, 이안. 이 둘의 사랑이 예뻐서 다시 현실로 돌아갈까 봐 애간장을 태우며 읽었다.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라)

‘이안’이라는 남자, ‘매들린’이라는 여자 이 둘은 현생에서도 서로의 보이지 않는 사슬에 묶여 구속되어 있었지만, 회귀로 맞이한 새로운 생 역시 서로가 서로를 놓아주질 못했다. 운명이 만들이 놓은 다리 위에서 결국은 교차한다. 과거로의 회귀는 ‘사랑의 재발견’이라고 말하고 싶다. 회귀된 삶에서 현생에서 보지 못한 이안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의 빛깔은 다채롭지만, 결국은 하나였다. 수많은 색색의 물감을 몽땅 다 섞어 버리면 검정하나만 남듯이 결국엔 사랑 하나로 모든 것을 용서받는다. 사랑이 빛날 수 있는 것은 암흑과도 같은 상실과 좌절, 오해와 상처, 배신과 절망과 같은 빛이 바랜 것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안과 매들린의 구원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시작된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면 그 감정이 사랑인지, 증오인지, 연민인지 알아채지 못한다. 이들 사랑도 그랬던 것일까. 자꾸만 엇나가는 서로의 표현이, 비켜 가는 차디찬 시선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현실에서든 소설 속에서든 사랑은 잔인하다. 그러나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서로를 구원해준 하나뿐인 '은인'이라면 우리는 모두 회귀된 새삶을 살아갈 수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까지 마주해야 했던 그들만의 역사, 우리는 저마다의 유구한 사랑을 기억한다.

@knitting79books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book.another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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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혼란의 시대 - 기후 위기는 문화의 위기이자 상상력의 위기다
아미타브 고시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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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브 고시는 기후 위기를 문학과 역사 그리고 정치와 관련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를 기존의 문학 형식이나 사고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들은 예전의 내러티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기후 위기와 같은 사건에 대해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즉, 인간이 가진 상상력은 이러한 변화의 규모를 이해하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말한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러한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누구도 그런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 존재를 새롭게 상상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 인간이 자연을 다루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이 자연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일부일 뿐이다. 자연은 역동적이며 앞으로도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자각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지만, 눈뜬 장님행세를 한다.

기후 위기는 지연 현상이라 하기엔 ‘사건’에 가깝다. 이제 문학은 내러티브에서 벗어나 이 사건을 이야기의 중심에 둬야 한다. 세계적 문제일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상력의 실패로 빚어진 문제에 가깝다. 작가의 이런 시선은 지극히 날카롭기에 폭넓은 관점에서 고민하게 한다.

현재 직면한 상상력의 한계는 기후 위기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에 제동을 걸게 한다.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했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력과 사고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 간극을 채우기 이해서는 문학, 역사, 정치적 측면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도시가 침수당하거나 생태계의 변화같이 이미 지구는 변화를 겪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 문화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왜곡된 진실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거대한 변화를 뛰어넘지 못하는 단절이 바로 ‘대혼란의 시대’이다.

저자는 기후 위기가 산업혁명 이후 강대국이 만들어낸 탄소 경제의 산물임을 지적한다. 강대국은 산업혁명과 화석연료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오히려 역사적 불평등 구조에 편승된 희생자일 뿐이다.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탄소 경제 산업이 영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기후 위기의 시작 또한 이 시기에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니 환경이 망가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초한 일인 셈이다. 가난한 나라가 더 가난한 이유 또한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살면서 겪는 온갖 상처나 문제들이 진짜 우리 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해도 좋을까란 의문을 품게 된다. 우리는 서로가 얽히고 설켜 있기에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면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느 하나의 책임이라 볼 수 없다.

문학이 기후 위기를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저자는 비판하고 있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 세상이 왔다. ‘설마 그럴라고...’ 현실 자각을 미루면서 우리는 지금 실시간으로 경혐하는 모든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어쩌다 현실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는 능력을 잃게 되었을까. 지구는 이미 변했고 우리는 매일 달라진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면서 말이다.

기후 위기를 되돌리려는 싸움은 분명 일어나고 있지만, 이미 그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 부분은 나 역시 몹시 안타깝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자연 그 자체로 삶을 바라보고, 배경이 아닌 사람과 자연의 융화된 관계를 다시 써야 한다.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세대는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시는 이러한 믿음을 전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 했다.

@gbb_mom 단단한맘 @takjibook 탁지북님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ecolivres_official 에코리브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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