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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숲 ㅣ The 그림책 4
조수경 지음 / 한솔수북 / 2024년 10월
평점 :
사람 얼굴 모양의 거대한 문 너머
울창히 우거진 숲 속에서 손을 들어 반기는 누군가가 있네요.
여기가 마음 숲일까요? 숲과 아이를 바라보는 남자 앞에는 가면이 떨어져 있어요.
가면을 벗은 남자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표지가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나요? ^^
책의 첫 장에는 가면을 쓴 채 얼굴을 가리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들은 서로를 보지 않고 앞만 바라봐요. 자신을 숨기고서요.
한 남자가 그 속에서 괴로워해요. 보이지 않는 끈이 자신을 사로잡아 꽉 억죄어요.
남자의 집 바닥에는 많은 가면들이 버려져 있어요.
하지만 진짜 자신의 얼굴은 사라져버렸죠. 얼굴을 잃어버렸다니...
더이상 아무도 아닌 것이 되었어요.
끈은 더욱 더 자신을 옭아매고 남자는 벗어날 수도 없어요.
그때 한 아이가 다가와 묶인 끈을 풀어주고 남자를 숲으로 데리고 가요.
아이와 함께 낯선 곳으로 가게 된 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찾을 수 있을까요?
자신의 얼굴을 비로소 볼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숲은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 내 마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숨이 막히도록 답답하고 외로울 때, 내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나를 웃게 해주는 마음 숲이 있다면 그곳에 어떻게 갈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조수경 작가는 '가면'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가면은 나를 가리고 숨겨주지요. 일상에서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일이 많고요.
내가 가진 수많은 가면들을 떠올려봅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이웃들 사이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데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가면을 쓴다는 것은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타인을 대할 때 지켜야 할 모습을 갖추려는 사회성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내 아이 대하듯이, 또는 내 친구 대하듯이 할 수는 없으니까요.
상황과 대상에 따라 예의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키며 사람들은 거기에 알맞은 가면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속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과 생각, 인정과 평가가 커지면,
점점 더 나를 타인에게 맞춰가고
진짜 내 모습을 잃어버릴 수 있겠지요.
자꾸만 나의 본질과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겠고요.
게다가 가면을 쓰도록 강요하는 사회의 분위기와 주변의 압박도 있을 것 같아요.
가면을 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상황들도 많고요...
그렇지만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삶의 중요한 가치와 기준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스스로 찾고 추구해야 한다는 것,
타인의 기준에 맞추는 삶은 젠틀하고 고마울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나다움과 나의 본모습, 나의 소중한 가치는 누군가와 비교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누구를 위한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나요?
부모의 기대, 주변 사람들의 시선, 자녀의 성공...
혹시 그 속에서 나의 소중함과 나의 꿈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만 행복한 것도, 타인만 행복한 것도 옳지 않겠지요.
더불어 행복하고
나의 소중함과 가치를 잊지 않는 것,
내가 진짜 바라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계속해서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나를 옥죄는 가면은 벗고 어느새 마음 숲에 와 있을 것 같아요.
나의 참 모습을 찾아가도록 안내해주는 멋진 그림책을 만나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