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없는 밤의 도시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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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늦은 밤에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은 한국형 미스터리 소설 신간 발견-! 무려 《홍학의 자리》로 모든 독서계 인구(?)들을 혼란과 재미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정해연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표지의 보랏빛 분위기와 더불어 의미심장한 제목까지, 미스터리와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총 4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제각각의 사연을 갖고 있는 주인공들이 파멸적인 엔딩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제3자인 독자로서 무척 도파민이 돌고 말았다. 솔직히 이런 류의 소설은 워낙 비슷한 줄거리나 개연성을 갖고 있는 것들이 많아 흥미를 갖기 힘든데 역시 작가님이 뒤틀린 플롯과 반전의 퀸이시라 그런지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들며 흡인력을 추구했다.

모든 단편이 재밌었지만 난 특히 마지막 준구 씨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들 하지만, 인간이 환경을 꾸리는 경우도 많은 법…… 선하지 못한 인성은 영 갱생이 불가한가 싶다. 그에게 이용당한 누군가(!)가 제일 불쌍할 뿐.

참으로 현실적인 인물들을 보면서 지금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느끼기도 했다. 작품 속 극단적인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데 익숙해져서 뭐가 잘못된지도 모르는 현 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마주한 기분이다. 정해연 작가님이 선사한 이 지옥 같은 세계관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기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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