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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비오톱
나기라 유 지음, 부윤아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11월
평점 :
이루기 힘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루하는 사랑하는 남편 가노군을 사고로 잃지만 떠나보내지 못했다. 환상인지 현실인지 가노군은 우루하의 주변을 계속해서 맴돈다. 담소를 나누고 같이 밥을 먹고, 죽기 전의 평범했던 일상을 그대로 재현하며. 물론 가노군은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남편이 죽었단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탓이라며 사람들은 우루하를 측은히 여긴다. 하지만 우루하는 개의치 않는다. 가노군을 사랑하는 마음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별한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우루하 주변에 각기 다른 형태로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굉장히…… 잔잔한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Positive). 물론 개인의 관념에 따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물도 등장하지만, 법적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건 아니라서 그래 뭐, 그럴 수도 있나 싶기도 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개방적인 성인식을 지닌 사회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현실에 혹은 허구에 드러나는 사랑이란 감정은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다. 각자의 사정과 환경에 따라 갑작스레 사고처럼 발생하는…… 불가해한 방식으로 피어나는 감정을 참 투명하고 정적으로 그려내서 신기했다. 나기라 유의 유려한 필체가 이런 분위기 잡는 것에 한몫했을지도. 어쩐지 담담하면서도 그 속에 숨어 든 깊은 내면을 만들어내는 점이 이 작품의 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