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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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모두가 아는 대한민국 대표 시인 정호승. 시인이 직접 뽑은 총 68편의 시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그러모았다. 반 백 년을 시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삶이 담긴 이 산문집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감동이 무궁무진하게 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압도적인 분량임에도 뭐 하나 걸리는 점 없이 술술 읽히는 것이, 과연 편안한 문체로 위장한 노장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내가 겪지 못한 경험들과 그것에서 얻는 가지각색의 깨달음, 게다가 특별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진솔한 생각이라니, 보물 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이야기에 철학이 담겨 있다. 수의에 관한 이야기, 시간에 관한 이야기, '내가 밥값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통해 얻게 되는 성찰 등등.


어쩌면 나는 요즘 세상을 너무 삐뚤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인 역시 삶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삶을 살아냈겠지만, 비록 써낼 수 없던 시절이 있을지언정 마음속 한 켠에는 항상 시와 함께 있었고 그로 인해 위로받을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에게도 세상과 나를 이어줄 '시'와 같은 매개체가 있는지 깊이 고민해보게 됐다. 아직 없는 것 같다면 계속해서 찾아나가야겠지. 그것이 올바른 행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는 유독 어려운 문학이라고 생각해 왔다. 시인이 쓰는 단어와 감성을 이해하기엔 난 지극히 현실을 쫓는 사람이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가끔, 커피 한 잔 마시듯 시를 읽으면 위로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온정 어린 시인의 문체 속에서 펄펄 뿜어 나오는 따스한 기운으로, 요즘 여러 일로 너무 힘들고 지쳐 있었는데 마치 단비와도 같이 마음을 촉촉히 적신 고마운 책… 오랜만에 편안히 휴식한 기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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