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행성 지구를 위한 문학 채석장 시리즈
마틴 푸크너 지음, 김지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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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담아내고 있는 세계는 무엇인가. 얼마전 귀국 비행기에서 제인 오스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제인 오스틴은 뛰어난 풍자가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사회상을 잘 비틀어 보여준다는 의미) 나는 사실 그런점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소설속의 세계로만 단절시켜가며 읽었다. 그녀의 많은 작품들은 수만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원형이기에 나는 그녀의 작품이 이 세계에 발 닿아 있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녀는 그녀가 관찰한 실제 세계를 그녀의 문학 안에 온전히, 약간 비틀어서 또는 흐릿하게 담아낸다. 문학은 아무리 상상속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하더라도 인간이 서술하기 때문에 그들이 숨쉬고 사는 실제세계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한편 문학이 담아내는 세계는 대체적으로 정복자의 세계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수많은 문학이 얼마나 주류의 시각에 찌들어 있었는지 새삼 느꼈다. 소수자를 위한 문학도 결국은 다수에 대비한 소수자의 삶을 그리며, 인간 이라는 종 자체가 정복자이므로 이에 벗어나는 세계를 그려낼 수 있는 시각은 진정으로 가능한 것인가.

나는 인간이 아닌 비인간 주체를 위한 문학이 주류를 이룰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해야하는 작업은 어렴풋이 비추는 현실의 그림자를 통해 인간이 이 세계를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 어떤 영향과 상처를 남겨왔는지 깨닫는 것이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나치게 빠르게 흘러가는 종말의 시계를 전혀 늦출 수 없을 것이고 종국에는 절멸로 향하게 되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노력은 불가능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여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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