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당나귀의 등은 굽어 가고 딱딱해져 간다.
딱딱해질 때까지 피 나고 곪고
다시 새살이 돋고 파리들이 왱왱거렸다.
당나귀는 그것도 모른다.
자기가 아팠는지 딱딱해졌는지,
그가 꾸는 꿈처럼 처음 같은 색깔이고
처음 같은 피부일 거라고 알고 있다.

당나귀가 헤치고 나아온 게 짐인지 세상인지
시간들인지 손가락질들인지
파란 바다인지 새벽 안개였는지
차가운 냉대들이었는지 모른다.
당나귀에겐 그저 꿈이 중요하다.
아니, 집이 중요하다.
이젠 짐을 져서 꿈을 꾸는 건지,
꿈을 꾸기 위해서 짐을 져야 하는 건지,
그것도 모르겠다.
당나귀에겐 꿈도 집이고 질도 꿈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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