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는 『두이노의 비가』에서 융과 헤세도 동의할 만한 글귀를 썼다.
그러나 여기 있음이 대단한 것이기에, 그리고 겉보기에는 우리를
여기의 모든 것들이 필요로 하기에, 이 사라져가는 것들,
묘하게도 우리와 관계가 있는, 우리, 가장 쉽게 사라지는 존재와.
한 번,
그때마다, 오직 한 번. 한 번 그러고는 그만. 그리고 우리도 또한
한 번뿐. 되풀이는 결코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한 번 있었다는 것, 단 한 번이라도,
지상에 있었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
─ 그리고 이들, 사라짐으로써
살아가는 사물들은 이해한다, 그대가 그들을 찬양하고 있다는 것을,
덧없이,
그들은 우리, 가장 덧없는 존재들에 구원을 의탁한다.
그들은 원하노니, 우리가 그들을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 온전히
─ 오, 무한히─ 우리 자신으로 변용시키기를! 끝내 우리가 누구이든.
대지여, 이것이 네가 원하는 바가 아닌가,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 안에서 되살아나기가? ─ 그대의 꿈이 아닌가,
한 번은 눈에 보이지 않기가?─ 대지여, 보이지 않음이여!
무엇이, 변형이 아니라면, 그대의 가장 긴박한 위탁이랴?1 - < 헤세와 융, 미구엘세라노 지음, 박광자,이미선 옮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