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그들에게서 내가 감지한 정서는 어떤 벅찬 충만감이었다. 그것은 아주 오랜만에 ‘살맛 나는’ 시간을 보내는 중인, 삶의 입맛을 되찾은 이의 에너지였다.

애초부터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이 대통령을 ‘호위’하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이용’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무엇을 이용한다. 공허한 삶을 ‘의미’로 채우기 위해서는 이용할 무엇이 필요하다. 나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 그 일을 할 때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러므로 나는 여전히 살 가치가 있다는 것…… 그런 느낌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 삶은 얼마나 충만해지는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태극기 집회는 정치적 저항이라기보다는 존재론적 축제일지도 모른다. -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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