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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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에서 만났던 아베 코보의 우울함과 실존에 대한 문제는

이 책에서도 이어진다는 느낌이다.

아베 코보는

얼굴잃은 남자를 통하여

얼굴의 의미와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다.

'모래의 여자'에서 유동하는 모래에 천착하여 그 본질을 깊이 파헤쳤다면,

여기서는 피부, 얼굴에 대하여 깊이 파고든다.

소재는 마치 SF 소설 같이 기발하지만,

내용은 인간 그 자체를 다룬다.

인간 내면의 본질과 가면에 대한 이중성,

관계와 소통의 문제,

얼굴로 인하여 소통이 단절되었고, 자연히 회복할 수 없다는 생각

여기서 '가면'의 본질과 실체가 무엇인지 물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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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봐도 인간이라는 존재 속에서 얼굴 따위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할 리가 없다. 인간의 무게는 어디까지나 그 일의 내용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그것은 대뇌 피질과 관계될 수는 있어도 얼굴이 참견할 여지는 없는 세계다. 고작 얼굴의 상실 때문에 저울의 눈금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내용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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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나 마음 역시 마찬가지로 얼굴로밖에 통용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습관에서 오는 일종의 선입견은 아닐싸.

백 년 동안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보다 시 한 편, 책 한 권, 레코드 한 장이

훨씬 깊은 심적 교류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경우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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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다, 관례다, 법도다 하며 아무리 거품 물며 외쳐댄들 결국은 맨얼굴이라고 하는 아주 얇은 가죽 한 장으로 지탱하고 있는,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래성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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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통한 다중성과 일탈은 현대 사회의 속성일 수도 있다.

어딘가 뒤에 숨어서 나도 모르는 내면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실제로 누군가 속일 수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을 속일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하면서.

반전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아내에게서 나온다.

혼자 가면 놀이에 빠진 바보로 전락한 남자는

좌절감, 열등감에 빠진 현대인을 드러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관계와 소통의 문제와 소외의 문제가

소설속 인물을 통하여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 모두 자신의 가면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 얼굴을 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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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천 가지 표정이 있다고 하면

내게는 하나의 얼굴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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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서 서평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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