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럽게 행동할 기회가 올 때마다, 나는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사랑에 대해서. 돌이켜보면 그건 사실 나도 사랑에 빠져 보고 싶다, 라는 생각에 더가까웠던 것 같아요. 사실 난 이제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 것같아, 라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하잖아요.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아무 준비도 필요 없으니까. - P30
셜리에게에밀리가 이미 멋진 편지를 써서 나는 그리 할 말이 없다.네가 찾고 있는 사람도 혼혈이라고 했지.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네가 찾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주는 사랑이 그 사람을 완성해 줄 거다.건강해야 한다.너의 충실한(Your sincere)셜리 넬슨
2학년 통합시간에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배운다. 동물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들도 있었는데 그때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함께 읽었다. 근본적인 것을 말해보고 싶었다. 멧돼지가 민가까지 내려오는 이유,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지키겠다고 무기를 꺼냈던 것이다.비겁하고 이기적인 모습에 아이들은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우리는 ˝공존˝을 생각하나? 우리 멋대로 ˝판단˝하여 ˝유해˝라는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느껴진다. 도야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사람을 유해동물로 판단하여 아이를 지킬 기회를 놓쳤었다. 그래서 도야는 사람의 물건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공존을 생각한다.그리고 도야는 산 속 동물들과도 ˝공존˝을 위해 노력한다. 서로의 경계를 허물면서, 서로가 조금은 나누면서 힘든 겨울나기를 함께한다. 우두머리 도야가 때로는 엄격하지만 포용하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처음 솔랑이 두 발 괴물과 화해하면 안 돼냐고 하는 부분에서 화해가 맞는지 계속 생각이 났다. 화해라는 것은 누군가 잘못해서 그 일이 대해 사과와 용서가 있는 것인데 그것을 동물들이 먼저 꺼내다니.. 용서할 마음이 있기에 화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인데 픽션이지만 부끄럽고 마음 아팠다.산 속 동물의 삶으로부터 공존의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Q. 해랑이와 솔랑이의 성격차이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울긋불긋 예쁜 붉은 산을 위험을 감수하고도 간다vs 평탄하지만 심심한 잣나무 숲에서 계속 산다-> 나라면 위험한 도전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ㅠㅠ Q. 원래 잣나무 숲에 살고 있던 고라니들은 초록 리본을 보고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냥 두 발 괴물과 화해하면 안 돼요? 그러면 싸우지 않아도되잖아요.""어휴, 순진한 꼬마 같으니....…." - P93
"우리가 해를 끼친다고? 웃기는 소리! 인간이야말로 산에서나는 우리 먹이를 다 빼앗아가잖아. 게다가 넓은 땅은 죄다 인간이 차지했다고, 북쪽 잣나무 숲으로 가는 길을 막아 버린 건또 어떻고, 대체 누가 유해 동물인지 모르겠군." - P112
"그야 그렇지. 나는 우리를 해치는 인간하곤 상대하고 싶지않아. 하지만 우리를 좋게 생각하는 인간은 대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인간에게 방해된다고 판단하면 제거 대상이 되지요. 사실은 짐승의 자유로운 삶을 인간이 막고 있는데도요.이야기를 써 내려갈수록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특히 인간에게미움받는 짐승들에게요. 사람이 먼저 벌인 일이니, 이제는 먼저 손을내밀면 좋겠어요. 우린 모두 같은 지구별의 주민이잖아요.사람과 짐승이 초록 리본으로 이어지길 꿈꾸며박상기 - P167
어느 하나의 주인공의 이야기라기보다 더스트 시대와 재건 이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프림빌리지가 서로에게 소중했던 것은 ˝약속,사랑,기억˝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를 딛고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간의 유대, 서로의 맡은 일을 계속 해가는 것으로 프림이 만들어졌으며 모스바나가 퍼지며 작은 점들로 표현된 그들이 지킨 약속들로 재건의 싹이 텄을 것이다.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에 부끄러워질 때가 많았다. 얼마나 인간중심적으로 기록해왔는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으면서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것처럼 지내오고 그 사이에서도 물고 무는 관계인 사람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사람은 사람이 없으면 안 됐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삶은 이어진다. 나오미와 아마라가, 대니와 하루가, 지수와 레이첼이 그랬다.레이첼은 식물 같았다. 독립적으로 온실 속에서 혼자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식물에 더 매료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식물은 무엇이든 가능하니까. 그러나 레이첼에게도 지수가 필요했고 레이첼도 사람이었다.<마음 감정도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보면 그 표면이 점차 깎여 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핵심이 남잖아요.그렇게 남은 건 정말오 당신이 가졌던 마음이라고요. 시간조차 그 마음을 지우지 못한 거예요.>아마라가 기억을 잃어가며 힘들어했던 이유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오미도 프림빌리지를 똑같이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의 기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우리 곁에 머무르다 사라졌지만 언제까지나 남아있는 것으로.Q.모스바나의 푸른 빛이 푸르다라고 설정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지구로 상징되는 색이 푸른 색. 붉은 더스트를 잠재우고 그 속에서 생명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한 모스바나의 작은 빛들이었을 것 같다.Q.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관계?-지수와 나오미/지수와 아영지수는 계속 후대와 소통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삶의 방식을 전수하기도 하고 그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것이 우리의 역사가 전해져 온 방식이라고 생각해서 이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어떤 신념 없이 그저 내일을믿었다. 그들은 이 마을의 끝을 상상하지 않았다. - P299
지수는 덫에 걸린 기분을 느꼈다. 모스바나는더스트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었지만 동시에 그들이 오랜시간 가꾸어온 어떤 가능성을 모두 집어삼키고 있었다. 간신히죽음을 피해 가면, 그곳에는 또다른 예정된 멸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저 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모스바나는 원래 그 자체로 더스트를 닮은 생물로, 끊임없이 증식하고 공격하고 침투하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동시에 유전적 다양성이 없기에 단일 바이러스 하나에도 멸종에 이를 수 있는 취약한 생물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모스바나가 더스트와 같이 역사의편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모스바나는 공존과 유전적 다양성을 습득하고 더스트 시대의 흔적을 자신을 지우는 것으로 살아남았지요. - P366
인류는 그간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역사만을 써온 것일까요. 식물 인지 편향은 동물로서의 인간이 가진 오래된 습성입니다. 우리는 동물을 과대평가하고 식물을 과소평가합니다. 동물들의 개별성에 비해 식물들의 집단적 고유성을폄하합니다. 식물들의 삶에 가득한 경쟁과 분투를 보지 않습니다. 문질러 지운 듯 흐릿한 식물 풍경을 바라볼 뿐입니다. 우리는 피라미드형 생물관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식물과 미생물,곤충들은 피라미드를 떠받치는 바닥일 뿐이고, 비인간 동물들이 그 위에 있고, 인간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셈이지요.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식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언제나 지구라는 생태에 잠시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지위였지요. - P365
저는 그렇게 한 사람의 평생을 사로잡는 기억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그때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당신의 마음이 실제로 전부 유도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그 무엇도 지수 씨의 잘못을 해명해줄 수는 없어요. 어쨌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마음도 감정도 물질적인 것이고,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보면 그 표면이 점차 깎여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떤 핵심이 남잖아요. 그렇게 남은 건 정말로 당신이 가졌던 마음이라고요. 시간조차 그 마음을 지우지 못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