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뿐만 아니라 남극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크릴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크릴의 상업적 조업이다. 크릴은 주로 낚시의 미끼나 양식업에 이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인기 건강 보조 식품으로 그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르웨이, 일본과 더불어 세계 3대 크릴 조업국이다. 한국은 2013년에 이어 2019년에도 남극에서의 이빨고기(메로) 등의 불법 어업이 적발되어 예비 불법 어업국에 지정된 바 있다. 남극에서 과학적 기여는 하지 않고 자원 채취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P161
가장 왕성한 생명을 느낄 수 있는 번식지의 이면에서 죽음 또한 강하게 다가왔다. 죽은 펭귄은 그대로 다른 펭귄의 둥지재료가 되고,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었으며, 번식지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었다. 가능한 한 펭귄의 사체를 밟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펭귄의 묘지에서 짧은 묵념을 하고 돌아섰다. 펭귄들은 무심한 듯 사체들 사이를 지나쳤다. 자연에서 삶과 죽음은 다름이 아니었다. - P111
남극은 사막에 비견될 정도로 건조한 곳이다. 실제로 많은 지역은 사막으로 불리기도 한다. 낮은 기온이 공기 중의 수분조차도 얼려 버려 그야말로 물기 하나 없이 건조하다. 남극에서 번식하는 펭귄은 극한 저온에 적응되도록 진화했어도 비가 오는 것에는 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이다. 이 비에 새끼 펭귄들이 많이 죽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 P78
「이젠 넌더리가 납니다. 톨스토이도 넌더리 나고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도 넌더리 나고 체호프도 넌더리가 납니다.인텔리겐치아도 넌더리가 나요. 나는 자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놓치지 않고 잘 이해하는 사람, 자기가 한 말을 뒤집지 않는 사람, 무슨 말을 하든 믿어도 되는 사람을 원합니다. 거창한 소리, 점잔 빼는 소리, 미사여구 따위는 이제 지긋지긋해요.」 - P377
식사라기보다는 하나의 의례를 거행하는 듯 허식은 없어도 호화로웠으며, 전통만 아니었더라면 조금 우스꽝스러울 뻔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 관저 담장 너머에는 쉴 새 없이 들끓는 소란하고 난폭한 군중이 언제 유혈 혁명을 일으킬지 모르는 위태로운 현실이 진행 중이며, 또 3백 킬로미터만 나가면 병사들이 혹독한 추위와 무자비한 포탄 공격을 피해 참호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싸우고 있다는 생각에 어센든은 묘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 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