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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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매우 번잡하면서도 고요하게 지나갔다. 얕은 그릇에 담긴 채 양달에 놓인물처럼 시간이 증발해버렸다. 세제와 파 뿌리 냄새와 물얼룩이 밴 우물가에서, 누가 오지 않는다. 궤짝에 담긴 조기 한뭇에 소금을 뿌리거나 하며 이순일은 생각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누가 안 와.
순자야.
하루는 고모가 부엌으로 들어서며 내일부터 이웃집에서 물을 길으러 올 거라고 이순일에게 일렀다. 한달에 오십원씩을 내고 우물을 빌려 쓰는 거라고 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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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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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엄마, 한만수에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아.

그 애는 거기 살라고 하면서 내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
돌아오지 말라고.
너 살기 좋은 데 있으라고.

나는 늘 그것을 묻고 싶었는데.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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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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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진이 생각하기에 생각이란 안간힘 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 그는 그것을 덜 할 뿐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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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 푸른사상 시선 105
박상화 지음 / 푸른사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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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다 보면
포크에 수없이 가로 새겨진 긁힌 자국,
철수세미로도 지워지지 않은 잇자국,
입에 음식을 넣는 일은
쇠에 고랑을 내는 치열한 일이어서,
포크도 숟가락도 상처투성이.
상처 없는 밥이 없고
고통 없는 기쁨도 없어,
보드라운 하얀 빵도
뜨거운 불길을 견디고 익어간 것을.
그대를
마주 앉아 천천히 밥을 먹을 때
상처도 고통도 모락모락 증발하는
햇살이 차려진 식탁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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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 푸른사상 시선 105
박상화 지음 / 푸른사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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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안 보이면 마음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지 못하면 눈으로 말할 수 있는데
단지 도구(tool)가 없는 사람을
왜 굳이 장애인이라 구별해 부르나
돈을 신성시하는 사람
배려가 결핍된 사람
남이 아픈 건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도 사람이라고 하면서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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