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 혹은 단절 윤곽 3부작
레이첼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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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다 발을 헛디뎌 어딘가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등산객을 산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종종, 인생이란 그렇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갔던 순간들에 대한 형벌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 혹은 공감하지 못했던 일들일 거라고, 그가 모르는 것 혹은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았던 것들을 언젠가는 억지로 알게 될 수밖에 없는 거라고 말이다. 내가 말을 하는 동안 파니오티스는 점점 더놀란 표정이 되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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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 혹은 단절 윤곽 3부작
레이첼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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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변했다고, 자신이 알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그녀의 이전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만 우호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사람이 그렇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는 없다고, 윤리와 관련하여 그 정도로 알아보지 못할 만큼의 변화를 겪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 사람의 그런 부분은 그저 잠자고 있었을 뿐이고, 발현될 수 있는 상황이 닥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우리들 대부분은 스스로가 진정 얼마나 착하고, 진정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없다고, 그걸 알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시험에 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아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옆자리 남자도 아주 순간적으로나마 알아차릴때가 있었음에 틀림없다고 했다. 그는 아니라고, 그런 순간은 없었다고 대답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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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니코 워커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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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무렵에야 우리 모두 살짝 얼이 빠졌다는 걸 알아챘다. 그상태에서는 아무도 상류 사회에 편입될 수 없었다. 문을 발로 차고 집을 부수고 사람을 총으로 쏘다 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우리는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는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시간만 낭비했다. 우리는 패배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어 나갔다. 하나씩 둘씩, 영웅도 없고 전투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냥 보조이고 허울만 좋은 허수아비였다. 도로를 오가고 바쁜 척을 하면서 돈만 펑펑 쓰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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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니코 워커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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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망에서 단단히 결심한 것 같은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가 됐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40명을 골로 보냈다. 불과 몇 분밖에 안 걸렸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각자 자기 위치에 있을 뿐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야후 뉴스에서 기사를 읽지 않았다면 40명이 죽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그때 우리가 장난으로 거기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우리는 인생을 망치거나 폭탄에 맞아 죽거나 시간을 낭비할 목적으로 군대에 왔다고 생각했지, 그게 뭐가 됐든 실제로 전쟁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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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니코 워커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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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일에 발을 들였고,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져 버렸다. 딱 한 번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어느새 다음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버릇처럼 계속되고 만 것이다. 상황이 좋아졌다가 다시 안 좋아지기를 반복했다. 그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졌는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최악의 상황에 내팽개쳐진 것이다.
어쩌면 미친 건지도 모르겠다. 총까지 들고 다니면서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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