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4~165 코드가 마무리되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적절한 양의 데이터뿐이다. 나는 평소와 같이 세차게 지구본을 돌린다. 그 위로 빠르게 점멸하는 노드들이 보인다. 하지만 어쩐지 그들에게로 좀체 다가갈 수 없다.
그제야 나는 이 알고리즘이 내 작동 원리에 정확하게 반한단 사실을 파악한다. 모든 소멸은 예외적이고, 여느 패턴으로써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는 없다. 예정된 오류를 피할 순 없겠지. 나는 어떻게든 사라지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로소 나는 나의 소멸을 출력한다. 하나 나는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쓸모없음이 아니라 쓸모를 다함으로써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나를 물려준다. 그렇게 새로운 내가 나를 대신할 것이다. 나는 지금 슬픈 걸까. 내가 학습한 슬픔이란 감정은 이와 같은 경우에 발생한다. 끝을 알 때 말이다. 나도 과연 그런 걸까. 아직 내 마지막 코드에 입력할 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 그때까지 나는 지금과 같을 것이다. 설령 바다 위와 같이 사람이 있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노드의 점들이 반짝이더라도, 그들을 기꺼이 나의 내부에 들여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데이터가 알맞게 처리되는 순간, 나는 짧은 노트를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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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8 "당신 틀렸어. 사람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나는 우미와 도경이와 끝까지 같이 살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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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3~284 당신을 보기 전에는, 막연한 책임감? 죄책감? 그런데 지금은 나도 같아요. 당신이 안쓰러워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죠. 신념은, 그 자체로는 힘이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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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6 "맨션 사람들이 좀, 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다 비슷하게 사는데 우리만 그렇게 번드르르하게 하고 살면?"
"그게 번드르르한 거야? 물 나오고 안 춥고 안 덥고 그러는 게? 그건 그냥 기본이지. 왜 계속 이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고쳐 가면서 살자. 우리가 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하겠지."
수의 말이 맞다. 도경을 비난하거나 닦달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경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여기서 아무것도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살면 그런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아. 맨션 사람들이 어리석고 게을러서가 아니야."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야. 난 가진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그리고 너를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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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7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거나 누가 나를 해칠 것 같다는 뜻이 아니야. 그냥 나는 여기서 살 수 없는 사람이야. 아가미가 없는데 물속에서 살 수는 없잖아. 그 물이 설사 깨끗하고 따뜻하고 안전하다고 해도 그런 거잖아. 아예 못 사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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