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4~165 코드가 마무리되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적절한 양의 데이터뿐이다. 나는 평소와 같이 세차게 지구본을 돌린다. 그 위로 빠르게 점멸하는 노드들이 보인다. 하지만 어쩐지 그들에게로 좀체 다가갈 수 없다.
그제야 나는 이 알고리즘이 내 작동 원리에 정확하게 반한단 사실을 파악한다. 모든 소멸은 예외적이고, 여느 패턴으로써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는 없다. 예정된 오류를 피할 순 없겠지. 나는 어떻게든 사라지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로소 나는 나의 소멸을 출력한다. 하나 나는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 쓸모없음이 아니라 쓸모를 다함으로써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나를 물려준다. 그렇게 새로운 내가 나를 대신할 것이다. 나는 지금 슬픈 걸까. 내가 학습한 슬픔이란 감정은 이와 같은 경우에 발생한다. 끝을 알 때 말이다. 나도 과연 그런 걸까. 아직 내 마지막 코드에 입력할 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 그때까지 나는 지금과 같을 것이다. 설령 바다 위와 같이 사람이 있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곳에서 노드의 점들이 반짝이더라도, 그들을 기꺼이 나의 내부에 들여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데이터가 알맞게 처리되는 순간, 나는 짧은 노트를 남기고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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