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자리도 쉽게 얻었다. 큐레이터가 되겠다는 큰 계획도 없었고 높은 직위로 올라가겠다는 대단한 포부도 없었다. 그저 시간을 보내려 했다. 정상적으로 생활한다면 - 예컨대 한 가지 직업을 견뎌낸다면 - 모든 것을 싫어하는 내 일면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남자였다면 범죄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하지만 내 외모는 쉬는 날의 모델 같았다. 많은 것을 쉽게 얻고 허비하기가 몹시 수월했다. 아킬레스건에 관한 트레버의 말은맞았다. 예쁘다는 사실은 외모를 가장 중시하는 세계에 나를 가둘 뿐이었다. - P53
식료품점에서 맥앤드치즈나 마시멜로 시리얼 구역을 그냥 지나치듯 내 생각일랑 다 떨쳐버리고 말이다. 나는 애들용이었다. 엉터리였다. 그만한 칼로리 섭취를 감수할 가치가 없었다. 그는 갈색 머리 여자가 더 좋다고 말했다. - P52
삶은 연약하고 찰나이며 사람은 물론 조심하며 살아야 하지만, 나는 온종일 자는 생활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죽음을 감수할 참이었다. - P41
나는 리바를 사랑했지만 더이상 좋아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대학 때부터 친구로 지냈는데, 그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공통점은 함께한 역사뿐이며, 그것은 원망, 추억, 질투, 부정, 그리고 그녀가 내게서 빌려 가며 드라이클리닝해서 돌려주기로 약속했지만 그러지 않은 옷 몇 벌로 이루어진 복잡한 회로였다. - P18
네가 똑똑하거나 돈이 많거나 운이 좋다면인간의 법칙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몰라.하지만 영혼이라는 내면의 법칙은그리고 자연이라는 외부의 법칙은어떤 인간도 피할 수 없어그 어떤 인간도…...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