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자리도 쉽게 얻었다. 큐레이터가 되겠다는 큰 계획도 없었고 높은 직위로 올라가겠다는 대단한 포부도 없었다. 그저 시간을 보내려 했다. 정상적으로 생활한다면 - 예컨대 한 가지 직업을 견뎌낸다면 - 모든 것을 싫어하는 내 일면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남자였다면 범죄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내 외모는 쉬는 날의 모델 같았다. 많은 것을 쉽게 얻고 허비하기가 몹시 수월했다. 아킬레스건에 관한 트레버의 말은맞았다. 예쁘다는 사실은 외모를 가장 중시하는 세계에 나를 가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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