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눈물 고인 이들을 위한 인생탐사 에세이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

가슴에 눈물 고인 이들을 위한...
내가 읽어도 되는 책일까?
아니, 읽어야 되는 책 아닐까?
이유 없이, 아니.. 사실은 이유가 너무도 극명하게.
한번씩 나를 무너져내리게 하는 그것들을 끄집어내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펴든 책.

아침 햇살이 길게 드리운 어느 날 아침
일부러 여유를 부려 책을 대해본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만들어온 눈사람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벌써 아득한
어느때의 일상이였던가 싶으면서도,
여유를 부려보는 어느날 아침.. 색다르게 예뻐보이고
뜨겁게 내린 진한 커피와 함께 한 컷 남겨보니 아이들의 그 날이
상상이 된다.
혹시, 내가 충분히 반응을 못해줬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스쳐가면서.
자기들끼리 놀이하는 아이들 뒤로 한마디 던져본다.
"근데 이거 진짜 예쁘게 잘 만들었다. 다시봐도. ^^ "

그러고는 그 안에서 내가 만난 저자 이윤진,
그리고 그가 여행 중 느낀 영감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에 한참을
빠져든다.
개인사에 있어서도 침체기와 위기를 번갈아 겪었고
낯선 곳에서 급작스런 사고를 만나 죽음 직전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고,
하지만 저자는 당시의 퍽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을 스스로는 축하할
만한 사건들이였다고 고백한다.
쓰라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떠났던 여행지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그곳에서 맞닥뜨린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공감의 값진 치유력을
체험하게 했기에.
그리고 그날 이후 '위로와 공감'을 소명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독자의 마음을 배려해 형식을 구성했다고 전한다.
내 안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이 여행을 한 번에 끝내려 욕심내지
말고
그저 마음 내키는 곳까지만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고.
내가 지금 파묻혀 있는 생각의 골짜기를 마주해 , 그 곳이 오늘의
여행지가 되도록.
책장을 넘기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찾아냈다면 발길을 멈추고 거기에
지친 마음을 눕혀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보도록.
저자의 프롤로그를 접하면서
어느새 참 비밀스럽게 꽁꽁 가두어 놓았던 어느 시간의 기억속으로
가는 내 자신을 접하노라니
정말 이책은..
내가 여유를 부릴거라는 작정을 하고 저자가 사용한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가며 의식적으로 읽고프다.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읽는 구절이 많았고,
적어보고 싶은 구절이 많았고,
마치 내 안의 생각들을 언어마술사가 기다란 실을 끄집어 내고 또
끄집어 내어도 계속되는,
내안의 생각타래가 풀려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내려간
책이였다.

일찍부터 찾아든 추위에 유난히 길것만 같은 겨울이라..
이리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이 감사하여 그 햇살을 담아낼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다.
저자는 열 한번째의 여행지를 담기까지 그 여정 중
두 번째 여행지 워싱턴 DC에서 절망을 맞닥뜨린다.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
행운의 여신이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던 삶에
생명이 아직 내 안에 있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면서
뒤엉킨 실타래처럼 갈수록 꼬여가는 삶을 그만 포기하고 싶은 충동과
싸웠던 모든 순간을 달리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다.
무거운 과거를 벗고 멋진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거창한 목표까지의
욕심도 아니다.
다만 자기 연민과 시름 속에서 허우적대며 소중한 삶을 탕진하는 일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기로 결심했을뿐.
그 마음이였을까.
저자가 느낀 일상의 사소한 하나하나가 나로 하여금
아이들이 만들어온 소품에 눈을 돌리게 하고 여느날처럼 잘 드는 볕을
오늘에는 붙잡아두고 싶어했던것은..

저자가 표현한 열한 번의 방황, 열한 번의 방랑을 아직 다 만나보진
못했다.
아니, 아직 다 만나고 싶지 않았다.
공감, 절망, 희망, 소명, 행복, 죽음, 트라우마,
자아정체감, 고정관념, 고난, 무기력.
눈물을 닦아주는 풍경이라 표현된 한컷 한컷의 사진을 보며
일부러 부려보는 여유때마다 저자가 드러내고자 했던 감흥을 고스란히
다 느껴보고 싶다.

인생은 당신에게 주어진 오직 한 번뿐인
여행이라고 말하는 저자를
난
오늘도, 내일도, 내가 만들어 내는 여유라는 것을 대할때마다
만나보려 한다.

읽는 것만으로 내 마음을 만져주고 내 마음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듯한 느낌 가득한 책이였네요.
이제서야 저자의 그 말이 가슴에서
울립니다.
"이 책이 당신의 손에 맞닿아 따스한 말을 건넬 수 있도록
당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쓰라린 가슴을 안고 잠 못 이루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