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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장 밝은 밤에 헤어졌다 - 도스토옙스키 단편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윌마 / 2026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 단단한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받았습니다.
[ 첫 번째 밤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런 밤은, 친애하는 독자여, 젊 은 날에나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별빛 가 득한 밤하늘은 어찌나 찬란하던지, 그 하늘을 바라 보며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러시아 문학의 기본은 고생이라더니, 첫 문단이 감성적이고 서정적으로 시작한 것에 비해 페이지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너무 고생한다. 어쩌다 길에서 만난 '나스텐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마음까지 내어준다. 거기다 그녀의 조건을 듣고서도 기다려 주기까지 한다. 그는 요즘 말로 '굴림'을 당한다. 그래서 나스텐가의 선택에 어이가 없었다. 이름도 없이 등장하는 주인공인 '나'를 놀리는건가 싶었는데. 언제 봤다고 몇 초만에 사랑에 빠진 주인공도 만만치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침
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맑기를, 그대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언제가 밝고 구김 없기를, 한없이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 그대에게 축복이 넘치기를, 그대는 어떤 이의 외로운 가슴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안겨 주어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게 했으니!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상처를 받은 당사자인 '나'는 그녀를 원망하지도 않고, 배신감도 분노도 없이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의 도시, 상트페테르 부르크는 5월말부터 7월 중순까지 백야( 하루 에 21시간 이상 해가 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진 곳이라고 한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캄캄해 지지 않는 밤,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이 지나치게 연극적이고 격양되어 있다 느꼈던 것은 이런 계절적 특성 탓일까.
만약 백야가 이어지는 도시에서 살아간다면 어떨까.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고, 한여름 밤의 꿈처럼 스친 짧은 만남이 운명처럼 느껴지다가도 내 외로운 마음에 기쁨의 순간을 주었으니 감사한 마음을 담아 상대의 행복만을 바라며 그를 홀연히 떠나 보낼 수 있을까.
[아침
그래! 한순간이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찰나의 기쁨이고 행복이었을지라도 이 기억이 한 사람의 일생에서 충분하다.'는 감성이 나는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