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속 달, 파아란 바람 - 윤동주 서지운 향기시집 향기시집 2
윤동주 지음, 서지운 향 / 더블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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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뭔지, 알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단지 그 사람의 냄새이기 때문에 그 냄새가 좋아진다든지, 그 사람이 썼기 때문에 그 편지가 특별히 귀하고, 그 사람이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그 공간을 한없이 그리워하는 일, 사살은 닫혀 있던 감각을 일깨우며, 미운 것을 어여삐 보게 하고, 없던 능력이 생기게 한다.”

“우물속 달, 파아란 바람” 이라는 시집을 펼치니, 좋은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화사한 봄 같은 향기, 청량한 바다 같은 향기가 너무 좋아서 계속 책을 코에 대보는 나. 시집에 시인만의 향기를 입혀 좋은 향기와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게 기획된 “향기시집” 이다.
따스하면서 서늘하고, 우직하고도 청명한 푸르른 청춘이었던 윤동주 시인의 마음을 담은 향이 책을 통해 느껴진다.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끕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 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延長) 이옵기에 ㅡ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 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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