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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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요즘 '인성교육'이다, 이큐개발이다 등등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참된 교육을 하기 위한 운동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다. 이렇게 교육의 개혁이 일어나고 있을 때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는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좋은 보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포리스터 카터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을 중심으로 쓴 책으로 1991년 에비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카터는 일찍이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인디언인 할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카터는 생활의 지혜나 자연의 신비로움 같은 것들을 할아버지를 통해 배웠다.
이 책은 솔직히 다른 책들보다 머릿속에 남은 내용은 많지 않았고, 정말로 가슴을 울리는 큰 감동 같은 건 못느겼다. 하지만 책 중간중간의 잔잔한 감동을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은 다른 책들보다 더욱더 많았다.
카터의 어린 시절 이름은 인디언 이름으로 '작은 나무'였다. 작은 나무는 항상 할아버지를 따라 다녔다. 할아버지도 작은 나무를 진심으로 매우 사랑하였다. 이 책에서는 작은 나무와 할아버지의 다정스런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부분을 읽을 때마다 몇 년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께서 지금 살아 계시면 멋진 교복을 입고 학교 다니는 모습을 모시며 흐뭇해 하실 텐데...
할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위스키를 만들며 생계를 꾸려갔다. 할아버지는 작은 나무에게 농사를 짓는 방법이나 사냥 요령, 위스키 제조법 등 그 나이엔 조금 어려울 듯한 일들을 가르쳤고 작은 나무도 그것들을 아주 재미있게 배웠다. 하지만 작은 나무가 진짜로 배운 건 농사방법이나 사냥 요령 등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생활철학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생활철학들은 모두 자연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가서 산이 깨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 등을 배웠고 달이 찬 정도를 보고 농사짓는 시기를 정하는걸 배우며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깨달았다. 나도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을 보고 '우리 인간들이 함부로 자연을 이용하고 있진 않은가?', '우리가 자연과 같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순 없을까?' 하는 생각들을 했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는건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일지도 모른다. 요즘 같이 서로의 생각이 대립하고 사람들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가르쳐주는 무엇인가도 모든 사람들이 '아하'하고 믿을만한게 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을 가르치는 건 매우 쉽고 그것이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이야말로 거짓이 없고 우리가 이렇게 자연을 괴롭혀도 그것을 넓은 마음으로 다 받아주고 우리에게 좋은 것들을 베풀어주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훌륭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정말 읽을만한 책이다. 그래서 주변에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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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5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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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을 읽고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가깝고, 자신의 속마음까지도 잘 알아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의 가족일 것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 사회생활에 있어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가족의 사랑은 희망과 용기를 얻게 해주고 더불어 따뜻한 정까지도 느끼게 해주는데
이러한 일들은 우리의 생활에서 보다 많은 활력소를 주고,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러한 계기를 제공해 준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이런 행복을 바탕으로 한 층 더 높은 삶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누구나 누리는 행복, 가족간의 따스한 유대감이나
사랑이 없이 어머니와 자기 자신과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서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나’가 모처럼 만에 고향집을 찾아 왔지만 고향집에 얽힌 사연이
심사를 괴롭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고향집을 떠나려 한다. 그러한 아들의 행
동에 조금의 섭섭한 마음을 가졌지만 그런 마음을 내보이지 않던 노인은 동네에서 이루어지
고 잇는 지붕개량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은연중 우리집도 고쳐야 한다는 희망을 비추고
있다.
그러나 나는 집 고치는 일을 도우는 것은 모두 노인에 대한 빛을 갚기 위해서 하는 일이
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혼자 힘으로 노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나는 노인에게 빚이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그 상황에
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그러한 마음을 노인도 아는지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그런 모습을 안타까워 하던 아내는 나에게 핀잔을 주면서 노인을 위로한다는 명목아래 지
난 날의 이야기를 들춰내기 위해 애를 쓰고 결국 어머니는 17, 8년 전 술 버릇이 사나워져
전답과 집까지 팔아먹은 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던
경험을 되살린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집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 갔는데 어머
니는 그 사실을 감춘 채 집주인의 허락을 얻어 자기 집인 냥 보이기 위해 옷궤 하나를 두고
아들에게 밥을 해먹이고 잠까지 재워 보냈던 것이다.
아내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를 떠나 보낼 때의 심경을 캐묻지만 노인은 끝까지 아무
일이 아니라는 듯이 발뺌하고 나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애써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결국은
노인과 아내가 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때에 처음으로 자기가 돌아간
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노모는 그 날 새벽에 매정한 아들을 멀리까지 배웅하고 하얀 눈길을 밟으며 돌아오면서
눈길에 남아 있는 자신과 아들의 발자국을 보면서 아들에 대한 사랑의 눈물을 흘렸으며, 아
들의 발자국마다 눈물을 뿌리며, 아들의 앞길이 잘되길 빌며 돌아왔음을 말해 준다.
그 날밤 이야기를 들은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내가 깨어
있는 것을 눈치챈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음에도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이 부끄러워
잠이든 척 버틴다.
맨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주인공이 “내게는 빚이 없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과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모자간의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안타
까웠다. 그러나 옷궤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이 이러한 오해를 풀어주는 듯 하고 또한 어머
니의 가슴 속에 담긴 따뜻한 사랑을 깨닫고 흘린 주인공의 눈물을 보니 씁쓸했던 마음 한
구석이 밝아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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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세계편 1 퇴마록
이우혁 지음 / 들녘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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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늘 독후감을 쓰고 싶었던 책 몇 권이 있다. 모두 여러 권 책인데, 하나는 지금 쓰는 퇴마록이고, 다른 하나는 드래곤 라자 라는 책이다. 항상 깊은 주제가 담긴 것만 쓰라고 강요받아 왔던 나는 아무 것이나 써도 되는 이 자리를 빌어, 가벼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싶었던 욕구를 해소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재미있다. 그런데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난 이 책도 다른 책 못지 않은 깊은 감동과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내 나름대로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각각 개성 있고, 약간은 비현실적인 사람들이 나온다. 난 이들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칼 들고 설치는 현암이란 사람을 팔. 그리고 준후란 잔재주 많은 아이를 손으로.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인 리더가 되어주는 박신부를 머리와 가슴으로. 마지막으로 승희라는 여자를 눈과 귀로. 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람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다시 하나의 큰 사람을 이루고, 이렇게 이루어진 하나의 큰 사람은 각각의 역할을 맡아 악과 싸운다. 이 큰 사람이 난 지금 현실세계의 사람들 같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징에 따라서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이 책에서 나오는 큰 사람은 악을 물리친다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나아가는 것이다. 준후란 등장인물이 자신의 여러 능력을 이용해 악과 맞서 싸우는 것처럼, 손은 온갖 물건을 사용하며 외부에 적응한다. 또 팔은 힘을 쓰고 머리는 몸을 이끌며, 눈과 귀는 외부를 느낀다. 이 책에서 이 등장인물들은 항상 뭉쳐서 돌아다닌다. 가끔 떨어져서 다닐 때, 성하게 이야기가 끝나는 경우가 적었다. 힘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을 때, 우리 사회도 이처럼 엄청난 위기를 맞고,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주제는 이렇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할이 있으며, 그 역할에 알맞게 자신이 일을 해야지 그 사회 전체가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글을 쓸 때에도 모든 몸이 서로 잘 돌아가지 않고,(예를 들자면 손이 연필을 잘 못 쥐고 자꾸 떨어뜨린다거나, 팔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거나, 결정적으로 머리에서 글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자기 멋대로 움직이거나 놀고 있으면, 그 글이 완성되기는 힘들 것이다.
난 옛날에 순전히 재미로만 읽은 책을 다시 한번 천천히 내 나름대로 주제를 찾아보았다. 다른 사람이 대부분 '남는 것'이 없는 책으로 결정하고, 흥미 위주의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에서도 이런 주제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지, 자기가 읽은 책에서 자신에게 유익한 교훈을 찾아낸다면, 그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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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불 - 김동리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3
김동리 지음, 이동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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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은 내가 읽은 단편 중에서 다른 것 보다 더 재미있게 봤던 단편인 것 같다.
이 단편의 시작은 태평양전쟁에 학병으로 끌려나간 주인공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 불교에 몸을 담아 절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제 말기 학병으로 끌려가 남경이란 곳에 있다가, 진기수라는 대학선배에게서 혈서까지 써 보이며 허락을 받아 그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래서 정원사란 절로 들어가 중이 되기로 한다. 그 곳에서 주인공은 청운이라는 스님과 돌아다니다가 금불각의 등신불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불상은 여느 불상과는 달리 매우 기괴한 모양을 하고 있어 주인공은 그것을 보고 무서워한다. 근데 그 불상은 옛날 소신 공양으로 성불한 '만적'이란 스님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을 씌운 것이라고 주인공은 원혜 대사를 통하여 신비로운 성불의 역사를 듣게 된다. '만적'은 당나라 때의 인물로, 자기를 위하여 이복 형제를 독살하려는 어머니로 큰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집을 나간 이복 형제 '신'을 찾아 집을 나와 불가에 몸을 맡긴다. 10년 후 어느 날, 자기가 찾던 '신'이 문둥이라는 천형에 고통받고 있음을 알고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그런 문둥이들과 이복형제 '신'을 위해 소신 공양을 할 것을 결심한다. 그가 1년 동안의 준비 끝에 소신 공양하던 날 여러 가지 이상한일이 일어나게 된다. 온몸에 기름을 바른 천을 감고 불을 붙이고 그의 머리에 씌운 향로에서는 점점 많은 연기가 나오는데 이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비는 타고있는 불을 끄지 않고 '만적'이 앉아있던 단위에는 내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후로 새전이 3년간 끊이지 않아 '만적'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을 씌우고 금불각을 짓게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그 불상이 '만적'이 인간의 고뇌의 슬픔이 아로새겨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를 마친 원혜 대사는 주인공에게, 남경에서 진기수씨에게 혈서를 바치느라 입으로 살을 물었던 오른손 식지를 들어 보라고 한다.
왜 그 손가락을 들어 보라고 했는지, 주인공은 의아해 하고 또 이 손가락과 '만적'의 소신 공양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궁금해 하지만 대사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리고 북 소리와 목어 소리만 들려 온다.
이 책은 나에게 내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남을 위해 자진으로 소신공양을 했던 만적의 생각과 인간의 고뇌로 슬프면서도 종교적으로 좀더 나은 인간이 되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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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닭을 낳는다 - 생태학자의 세상보기, 개정증보판
최재천 지음 / 도요새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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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생물에세이가 나와있지만 최재천 교수의 책이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일전에 나온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와 상당히 비슷한 책인데 아주 최근의 책이라 요즈음의 이야기라 너무 잘 와서 닿은 것 같다.
몸로비사건이나 올해의 가뭄, 아주 최근의 이영자의 살빼기 파문등 정말 최신의 이슈들과 생물학과의 연관지어서 하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은 시간이 많이 지난후에는 재미가 반감되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아주 절실히 와서 닿는다.
저자가 미국에서 생활을 한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암컷 우위로 돌아가는 생물사회를 제대로 연구한 이유에서인지 너무나 페미니즘적인 분위기는 이해를 하면서도 남자로서는 아쉬운 감도 있다.
일전의 책과 같이 한권에서 같은 내용을 어려번 언급하는 것은 식상하기도 하고 영장류쪽의 이야기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재미야 있지만 반복적이어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을 교수님이 이 책을 환경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서문이었던 것 같다.
흘러내리는 옷의 마지막을 움켜지고 있는 그들에게 바친다는 이책. 최재천 교수님의 생물에세이는 콘나드 로렌츠의 유머러스한 생물에세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 최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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