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퇴마록 세계편 1 ㅣ 퇴마록
이우혁 지음 / 들녘 / 199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늘 독후감을 쓰고 싶었던 책 몇 권이 있다. 모두 여러 권 책인데, 하나는 지금 쓰는 퇴마록이고, 다른 하나는 드래곤 라자 라는 책이다. 항상 깊은 주제가 담긴 것만 쓰라고 강요받아 왔던 나는 아무 것이나 써도 되는 이 자리를 빌어, 가벼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싶었던 욕구를 해소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
'재미있다. 그런데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난 이 책도 다른 책 못지 않은 깊은 감동과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내 나름대로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각각 개성 있고, 약간은 비현실적인 사람들이 나온다. 난 이들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칼 들고 설치는 현암이란 사람을 팔. 그리고 준후란 잔재주 많은 아이를 손으로.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인 리더가 되어주는 박신부를 머리와 가슴으로. 마지막으로 승희라는 여자를 눈과 귀로. 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람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다시 하나의 큰 사람을 이루고, 이렇게 이루어진 하나의 큰 사람은 각각의 역할을 맡아 악과 싸운다. 이 큰 사람이 난 지금 현실세계의 사람들 같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징에 따라서 자신의 역할을 가지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이 책에서 나오는 큰 사람은 악을 물리친다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나아가는 것이다. 준후란 등장인물이 자신의 여러 능력을 이용해 악과 맞서 싸우는 것처럼, 손은 온갖 물건을 사용하며 외부에 적응한다. 또 팔은 힘을 쓰고 머리는 몸을 이끌며, 눈과 귀는 외부를 느낀다. 이 책에서 이 등장인물들은 항상 뭉쳐서 돌아다닌다. 가끔 떨어져서 다닐 때, 성하게 이야기가 끝나는 경우가 적었다. 힘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을 때, 우리 사회도 이처럼 엄청난 위기를 맞고,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주제는 이렇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할이 있으며, 그 역할에 알맞게 자신이 일을 해야지 그 사회 전체가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글을 쓸 때에도 모든 몸이 서로 잘 돌아가지 않고,(예를 들자면 손이 연필을 잘 못 쥐고 자꾸 떨어뜨린다거나, 팔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거나, 결정적으로 머리에서 글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자기 멋대로 움직이거나 놀고 있으면, 그 글이 완성되기는 힘들 것이다.
난 옛날에 순전히 재미로만 읽은 책을 다시 한번 천천히 내 나름대로 주제를 찾아보았다. 다른 사람이 대부분 '남는 것'이 없는 책으로 결정하고, 흥미 위주의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에서도 이런 주제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지, 자기가 읽은 책에서 자신에게 유익한 교훈을 찾아낸다면, 그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