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철학을 꿈꾸면서
전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피노키오의 철학 시리즈의 2번째 책. 첫번째 책을 읽고 좋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기대를 가지고 두번째 책을 주문했다. 두번째 책도 구성은 첫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철학 선생님과 아이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베리타스와(데카르트)의 대화등 모두가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철학이 아니라 철학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저자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선문답 형식의 대화 형식을 사용한 점은 적절했다고 하겠다. 역시 질문과 그에 따른 답 형식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스스로 그 질문의 답을 생각하게 만드니까 말이다.
우선 이번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데카르트, 칸트의 사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 보다는 오래 전 부터 생각해온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제1명제에 대한 의문과 칸트의 인식에 관한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 내려갔다.
모든 것을 의심해가며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자명한 것으로부터 다른 진리들을 이끌어내려고 시도한 데카르트가 생각한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제1명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 명제에 대해 난 오래 전 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는 걸까? 라는 조금 황당한 생각을 가져왔다. 이 세상의 법칙을 따르자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m보다 크고 100cm 보다 작은 물체가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곳에서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명제는 그 전제를 읽어 논리의 힘을 잃어 버릴 것 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것 부터 출발하자는 데카르트의 생각은 마지막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기본 틀 안에서 논리를 적용하므로 조금 순진한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의심할 수 없는 것이란 없으며 모든 것은 인식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식! 이 관점으로 데카르트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데카르트는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또 어느 누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생각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 현상 자체가 진실인가 거짓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a라고 인식하고 있느냐? b라고 인식하고 있느냐? 이다.
칸트가 말했듯이 사물이 우리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인식 조건을 충족 시키는 방식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인식된 것들만을 가지고 논리적인 틀을 세워 나가는 것이며 그 틀에 오류가 없으면 그 틀을 틀리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코끼리의 다리를 만져보고 나무라고 인식한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세상에는 움직이는 나무도 있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논리 틀은 틀리지 않다.
인식 자체가 틀리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어느것 하나도 올바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인식을 가지고 옳다 틀리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건 믿음이 문제인 것이다. 자신의 인식을 믿느냐? 그렇지 않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