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면증과의 동침 - 어느 불면증 환자의 기억
빌 헤이스 지음, 이지윤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부터 나는 불면증으로 고생을 했었다.
정신은 멍-해지고, 몸은 피곤하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잠들 수가 없었다. 나의 밤은 남들보다 길었고, 무서웠다.
지금도 남들보단 잠을 많이 못 자는 편이다.
이런 시간들이 오래 쌓이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기특(?)하게도 내 몸은 어느샌가 적응해 있었다.
지금은 남들보다 긴 하루를 보낼 수 있는것을 감사히 여기고 있다. 시간이 많다는 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렇고.
잠 못 이루는 불면증 환자를 위한 안내서, 불면증의 고통을 승화시킨 과학 논픽션의 마술.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쓴 글이라고 하니 좀 끌렸다.
책 소개글을 읽고서는 에세이와 과학서적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책인가보다하고 기대를 하게 됐다.
오래된 이야기처럼 들리는 유례라던지, 원인이라던지, 치료법이라던지 아니면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아무튼 불면증과 관련된 그 무언가를 기대했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불면증에 시달렸다. 자신이 불면증으로 고생을 했기 때문에 관심이 생겼고 관심이 생기니깐 관련 지식을 쓸어모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게 다다.
이 책엔 어떠한 주장도 없다. 그냥 자신의 경험을 쓰면서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이론들을 언급하는 수준이다. 설명이 그렇게 자세한 것도 아니다. 작가 자신의 불면증 원인에 대한 생각들은 조금 비약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불면증을 중요하게 다룬 책이라고 기대를 했는데, 살짝 빗나간 듯한 느낌이다. 읽을수록 작가의 개인사 쪽으로 쏠리니깐 말이다. 그러다보니 게이인 작가의 성정체성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 느낌이다. 에세이니깐 작가 개인사가 드러나는것에 대해서 반발심 같은 건 없다. 다만, 내가 기대하고 읽은 '불면증'에 대한 비중이 생각보다 적은것에 불만이다.
불면증 어쩌고 부분보단 차리리 주변이야기- 에이즈 양성 반응을 보이는 애인과의 관계(내가 보기엔 상당히 이상적인 관계였다.),애인의 치료약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중간 중간 보이는 신약에 대한 비판-가 훨씬 나았던 것 같다.
단순히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괜찮은 책이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책 제목에 신경을 쓰고 읽어서 실망감이 컸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