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열국지 4 - 영웅이 때를 만나니, 완역 결정본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관중은 죽으면서 제환공에게 초, 역아, 개방을 곁에 두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었다. 하지만 제환공은 관중과의 약속을 어긴다. 결국 그는 역아와 초에 의해서 갇히게 되고 굶어 죽는다. 그의 곁에 단 한 사람만이 남아서 마지막을 지켜봤으니 천하를 호령하던 자 치고는 참으로 초라한 죽음이다. 제환공이 죽은 뒤에 그의 여러 아들들이 왕위를 놓고 다투느라 제나라는 혼란스러워진다. 시작 못지않게 마지막도 중요한 것 같다. 

어이없었던 송양공의 삽질 이야기.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한 그의 태도를 후세 사람들이 송양지인(송나라 양공이 베푼 그릇된 인의)라는 말로 비웃었다고 하는데 그리 어리석은 인간 또 있나 싶다. 

오랜 망명 생활 끝에 진나라로 돌아온 중이는 진문공으로 즉위한다. 
43세에 고국을 떠나서 이나라 저나라 돌아다니다가 62세에 임금이 되었으니 이런 감동의 드라마도 없을 듯 하다. 

이번편에서 한식의 유례가 나온다. 진문공은 망명 생활 중 자신과 함께 고생한 부하들에게 포상을 하는데, 깜박하고 개자추를 빼먹는다. (개자추는 진문공이 굶주리고 있을 때 자신의 허벅지살로 국을 끓여 받쳤던 인물이다.) 본래부터 벼슬에 욕심이 없던 개자추는 어머니를 모시고 산으로 들어가버리고..산에 불을 지르면 내려올거라는 진문공의 생각과는 달리 개자추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불에 타 죽는다. 진문공이 후회한건 두말하면 잔소리. 개자추를 추모하여 그가 죽은 날엔 일체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었던게 한식의 시작이다.

젊은시절 산전수전 다 겪은 진문공은 그 동안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나라를 훌륭하게 다스리고 마침내 제환공의 뒤를 이어 두번째 패자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주 열국지 3 - 개자추, 허벅지 살을 떼어 주인을 먹이다, 완역 결정본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궁중 여인들로부터 노나라의 난은 시작되고

첫장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3권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여자를 잘못 들이면 나라가 망한다.'

휘두르는 사람이나 휘둘리는 사람이나 거기서 거긴데, 많은 부인을 얻고서도 뒷수습을 제대로 못한 무능력한 왕에 대한 비난보단 여인네들 욕하기에 더 바쁘다. 자기 가정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천하를 호령하겠다는 꿈을 꾸는 왕이 더 우습다.

제환공은 위로는 천자를 모시고 아래로는 여러 제후들을 호령하는 첫번째 패자가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초반과는 달리 교만해지는 제환공. 관중이 살아있을 땐 그나마 괜찮았는데 이제 그가 죽었으니 앞으로 어찌될까싶다.

우나라의 우공은 진헌공이 주는 뇌물을 받고서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순망치한)며 이웃 괵나라와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해야한다는 궁지기와 백리해의 말을 듣지 않고 진나라에 길을 빌려줬다가 나라를 빼앗긴다. 훌륭한 임금은 훌륭한 신하를 알아본다고 진목공은 백리해를 염소가죽 다섯장으로 사서(?) 상경 벼슬을 준다.

진헌공은 여희에게 혹해서는 그녀 소생 해제를 세자로 세우려고 한다.
이미 세자로 있던 신생은 여희의 음모로 죽게 되고 공자 중이와 이오는 각각 책나라와 양나라로 몸을 피한다. 해제도 얼마 안 있어 목숨을 잃게 된다. 죄없는 남의 아들 죽여놓고 자기 아들 잘 되길 바라면 안되는 법이다. 그리 제 명대로 못 갈바엔 그냥 한 나라의 공자로 천수 누리며 살게 하면 될 것을...결국 여희의 욕심이 자기 자식 제 명대로 못 죽게 만들었다. 

진목공의 도움을 받아 왕이 된 이오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짓을 여러번했다가 제대로 당한다.
엄한곳에서 당하고 엉뚱한데 화풀이 한다고..전부터 공자 중이를 시기하던 진혜공(이오)은 그를 죽이려고 하고, 이 소식을 듣게 된 중이는 처자를 책나라에 남겨두고 망명길에 오른다.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는 중이를 위해 개자추가 자신의 허벅지살로 만든 고깃국을 받친다. 갖가지 고생 끝에 제나라에 도착한 중이 일행을 제환공은 환영하고 중이는 제나라에 머물기로 결정한다.

아직 제환공이 죽지 않았으니 4권에서 한번 더 나오려나?
각 권마다 한 가지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을 하다보니 마무리 안되고 애매하게 끝나는 경우가 있다. 시간순으로 진행을 하긴 하는데 인물과 사건 중심으로 이나라 저나라 왔다갔다 하는 형편이라 전체적인 흐름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앞 이야기를 모른다고 해서 뒷 이야기를 못 읽겠다 하는 건 적은 편이지만(혼인관계와 그에 기초한 가계도 덕분에 좀 골치아프긴 하다. 촌수 따지려면.) 좀 정신없는 것도 사실이다. 등장하는 나라와 인물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주 열국지 2 - 관표지교, 완역 결정본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라는게 대체로 아홉가지를 잘해줘도 한가지 서운하게 있으면 그 한가지가 기억에 더 잘 남는 법이다.

송민공은 여러차례 남궁장만을 놀리는데, 대부 구목이 옆에서 간하지만 남궁장만과는 무간한 사이이니 괜찮다며 희롱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 결국 열받은 남궁장만이 송민공을 죽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말조심하고 예의를 갖춰야하는데 송민공이 화를 자초하긴 했다. 이제 겨우 2권인데 (내가 생각하기에 별거 아닌걸로 삐져서는) 사람 목숨, 임금 자리가 왔다갔다하는 걸 보니 확실히 어지러운 시대인 듯 싶다.

2권은 제나라가 중심이다. 

여동생과의 문란한 관계 등등 문제가 많던 제양공이 죽자, 국외에 있던 공자 규와 공자 소백이 왕위를 놓고 다투게 된다. 공자 규에겐 관중이 있었고, 공자 소백에겐 포숙아가 있었는데 관중은 공자 소백에게 활을 쏜다. 소백은 순간 죽은척을 해서 공자 규를 안심시키고 제나라에 먼저 도착해 제환공으로 즉위한다. 공자 규 일파는 다 죽지만 관중은 죄인의 몸으로 살아서 제나라에 온다. 제환공은 그를 재상으로 삼는다.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며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포숙아다.

2권의 부제이자 관중과 포숙아의 지극한 우정을 가리키는 관포지교의 일화도 소개되어있다.

포숙아와 제환공이 없었다면 관중은 어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관중의 능력이 출중한 건 사실이나 그를 알아준 친구 포숙아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못된놈(?)을 재상 자리에 앉힌 제환공의 아량이 있었기에 그의 능력이 더 빛을 본 거라고 생각한다. 

조말이 노나라와 제나라가 동맹하는 자리에서 제환공을 위협하며 예전에 빼앗긴 노나라 땅을 돌려달라고 하자 알았다고 약속한 제환공은 "필부도 한번 약속하면 신의를 지키거늘 항차 군후로서야 더 말할 것 있으리오." 라며 그 약속을 지킨다. 확실히 제환공이 보통 인물은 아닌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조말은 무례하고 무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제환공이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헛되이 죽었을것이다.

제환공은 관중의 도움을 받아 춘추오패의 첫번째 타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내용이 마무리되지 않고 끊어진 탓에 3권에서도 그들의 활약은 계속 될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주 열국지 1 - 서주가 다하고 동주가 서다, 완역 결정본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구의 문학을 이해하려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듯, 동양 문학에서는 <열국지>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중략) 일반 동양문학에 등장하는 고사, 숙어, 인물 등 그 출처를 거의 다 이 <열국지>에서 볼 수 있다. -책머리에서-

'중국역사'라는 주제로 선정한 책 중 첫번째 <열국지>
<열국지>는 주나라 선왕부터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할 때까지 대략 550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삼국지>에 비해 인지도나 인기도가 낮은 것 같아 안타깝다. 

웃지 않는 미녀 포사를 웃게 하려고 양치기 소년이 되버린 주나라 유왕.
주유왕은 포사의 웃음이라는 개인적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한다. 그 동안의 폭정으로 폭군 이미지 제대로 쌓아놓고 있었는데 봉화로 장난친게 결정타가 된 듯 싶다.  

유왕이 죽고 그의 아들이 왕위에 올라 평왕이 된다. 그는 견융이 두려워 도읍을 동쪽의 낙읍으로 옮기게 된다. 그 이전까지의 주나라를 서주라고 부르고 도읍을 옮긴 뒤부터를 동주라고 부른다. 아마도 동주 열국지라는 이름은 그래서 나온듯.

1권은 주평왕을 옹립하고 낙양 천도에 많은 공을 세운 정나라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정장공 어머니 강씨의 잘못된 자식사랑.
마마보이 공숙단(정장공의 동생)은 엄마만 믿고 형의 자리를 탐하는 우를 범한다.

형제간에 서열(?)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라고 할까.
위 아래가 어지러우면 작게는 가정을 흔들고 크게는 나라를 흔드는 법이다.
덧붙여 무조건 오냐오냐 하는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길이 아니라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려주는듯. 

정장공과 만전지계 제족의 활약은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계속될 듯한 예감이 들지만, 여자문제와 권력다툼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인듯 하다.  

등장인물 수가 많고 계보가 복잡하다보니 가끔 헷갈릴 때가 있는데, 뒤에 부록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참고하기 좋았다. '앞으로 큰 일 나겠네~'하는 암시들이 몇 개 지나간 탓에, 2권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과 바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한번 시도를 해봤지만,
너무 지겨웠던 탓에 중간에서 포기했었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었다.

<노인과 바다>는 쿠바의 늙은 어부 산티아고의 이야기다.
젊은 시절엔 재수와 지혜가 넘치는 이름 있는 어부였으나, 이젠 늙고 재수가 다해 84일간 고기 한 마리도 못 잡는 처지가 되어버린 산티아고. 그를 돕던 소년마저 부모의 성화에 그의 배에서 내린 탓에 그는 더욱 외로운 처지가 되었다. 

비웃는 사람들의 조소를 뒤로 한채 85일째 그는 배에 다시 오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고기 한 마리가 걸려드는데, 무지막지하게 큰 놈이었다. 

살기위한 몸부림과 오랜만에 걸린 고기를 놓칠 수 없었던 노인의 집념은 그들로 하여금 사흘간 바다에서 싸우게 만든다. 

노인이 자주 꾸는 사자꿈-백수의 왕인 한 마리의 사자가 아닌 저녁 바닷가에 몰려와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 어린 사자들-은 아마 지칠줄 몰랐던 젊은 시절에 대한 노인의 그리움이자, 미친 노인네라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꺾어보이겠다는 그의 의지가 아니었을까? 힘들고 지칠때면, '소년이 있었더라면..'하고 여러번 중얼거리면서도 다시 기운을 내 홀로 싸우는 노인.

노인은 죽여야할 대상인 고기에 대해서 형제로서의 존경심 내지는 사랑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가 고기잡이를 멈출 수 없었던 건 육체적인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어부로서의 자존심 때문이었으리라.

노인은 모든걸 던졌고 결국 싸움에서 이긴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상어떼의 등장으로 이미 지쳐버린 노인은 또 한번 그들과 싸워야했다. 오랜시간 상어와 싸우며 부둣가에 도착했을 때 그에게 남은 건 거대한 뼈다귀 뿐.
노인은 사자꿈을 꾸었다. 아마 내일도 바다로 나가겠지...

그는 진걸까? 지지 않았다.
애써 낚은 고기가 상어밥이 되어버렸지만 사흘동안 싸우며 그 고기를 낚은것도, 그 고기를 지키기 위해 상어떼와 목숨걸고 싸운 것도 그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깐. 

띠지에 있는 광고글을 보고서야,
헤밍웨이가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단 사실을 알았다.

이런 단순한 이야기가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건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니니까.

포기를 모르는 굳은 신념-패배의 쓴잔을 마신다고 해도 지칠줄 모르는 승리를 향한 고결함-을 산티아고에게서 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