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서유기 세트 - 전10권
오승은 지음,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2월

<서유기>의 캐릭터들은 소설 뿐만 아니라 (약간의 변형이 있긴 하지만)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편이라 상당히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여행기를 제대로 다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싶다. 원래 익숙한 건 다들 안다고 생각해서 잘 안 읽으니깐 말이다. 

사고뭉치 돌원숭이 손오공과 먹을것과 여색만 밝히는 저팔계. 어리버리 사오정 그리고 근엄한 삼장법사.  

이것이 내가 <서유기>를 읽기 전 그들에 대해 갖고 있던 기본적인 느낌이었다. 아마도 다른 매체를 통해서 이런 이미지가 굳어진 듯 싶다. <서유기>를 읽고 난 뒤 평가가 가장 많이 바뀐 인물은 손오공과 삼장법사다.  

단순 사고뭉치인줄 알았던 돌원숭이는 왕으로서의 평화로운 생활을 팽개치고 갖가지 고생 끝에 도를 깨닫고 신선이 된다. 뒤에 오만방자해져서 오행산에 갇혔다가 삼장법사에 의해 제자로 거둬들여지지만 사실 삼장법사보다 손오공이 더 똑똑하다.

왠지 위엄이 넘칠 것 같은 삼장법사. 분명 여행을 떠나기 전 그는 꽤 멋진 스님이었다.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걸음 하나 땔 때마다 재난이 일어나니 매번 잡혀서는 우는 것 밖에 할 줄 모른다. 손오공이 매번 그를 구하러 가야하니 그 뒤치닥거리가 만만치가 않다.  

손오공의 활약을 두드러지게 하려고 하다보니 삼장법사가 눈물이나 줄줄 흘리는 나약한데다가  매번 당하기만 하는 바보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저팔계는 저팔계란 이름 대신 멍텅구리라고 불리고(근데 하는 짓이 딱 멍텅구리 소리 듣게 생겼다.), 사오정은 비중이 별로 없는 건지 말 하는 경우가 얼마 없다.  그래도 사오정은 손오공과 더불어 그나마 <서유기>에서 개념이 잡혀있는 인물이라고 할까?  

뒤로 가면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해결하는 방법도 일정한 패턴대로 움직인다. 이게 한계라고 하면 한계라고 할까? 

구어체 표현 때문에 동화책 읽는 느낌이라고 별로 좋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난 괜찮았다. 다른 출판사의 <서유기>가 많았음에도 솔출판사를 선택한 것은 삽화 때문이었는데 그 부분은 꽤 만족스러웠다.

연산군일기-절대권력, 그 다음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 연산군일기, 절대권력을 향한 위험한 질주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2월

사극에서 단골로 출연하는 왕을 꼽으라고 하면 연산군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에 대한 대표적인 평가는 피바람 몰아치는 폭군. 여기에 조금 덧붙이면 조금은 불쌍한 사람. 뭐 이런식이 아닐까?  

모범생 컴플랙스에 걸려있는 아버지 성종을 보면서, 그는 답답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가 꿈꿨던 것은 왕의 절대권력 회복. 여기까진 참 좋았던 것 같다. 

사극같은 경우엔 연산군이 어머니 폐비 윤씨의 일을 알고 그 때부터 미쳐서 날뛰는 걸로 나오는데, 사실 그것이 아니라면?  

연산군은 냉철하고 머리도 뛰어났다. 초반엔 정치도 제법 잘했다.  

사화를 통해 피바람을 몰아친건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사실 그보다 심한 피바람을 몰고오고서도 명군 소리 듣는 임금이 여러명 있다. 형제를 죽이고 왕이 된 당태종 이세민이나 태종 이방원, 개국공신 씨를 말려버린 명태조 주원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연산군 폭군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건, 절대권력을 얻은 뒤에 그걸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는 것에 있다. 그 권력을 백성들을 위해 썼더라면 어땠을까? 자신의 즐거움에 권력을 낭비하다보니 결국은 폭군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 뿐이다.    

조선의 역대 임금 중 연산군만큼 자기 맘대로 권력을 휘둘렀던 왕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 때문에 반정이 일어나고 신하들의 권력을 강하게 만들어줬으니...개인은 즐거웠으나 왕조 전체로 봤을 땐 썩 좋은 일은 아닌 듯 싶다. 

모범생 성종의 유교국가 만들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 예종.성종실록 ㅣ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8월

예종의 이미지는 잘 그려지지가 않는다. 아마 치세기간이 짧다보니 평가할만한 것들이 많지 않아서인듯 싶다. 희미한 이미지만큼이나 관심도 떨어졌는데, 생각보다 꽤 괜찮은 임금이었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그에게 할당되어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남이의 옥'은 솔직히 떨떠름하다. 예종의 질투심과 대신들의 부추김 그리고 남이의 건방짐이 어울러진 사건이었을까? 진실이야 어쨌든 남이가 조금 아까운 인물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  

강력한 군주였던 세조와 예종시절을 지나오면서 대신들은 왕을 압박할만한 걸 찾았고 그 결과가 유교국가의 완성이었다. 성종의 경우 성공 케이스라고 할까?

예종이 즉위 14개월만에 죽자, 왕위 계승 서열 3순위인 자을산군이 성종으로 즉위한다. 그의 즉위는 여러 이해관계가 엮여서 이루어진 결과였다. 아마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았기에 될 수 있으면 대신들과 충돌하지 않고 고분고분 어찌보면 답답할 정도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 듯 싶다. 언론기관의 강화와 지나친 유교의식의 강화로 나오는 폐해 또한 만만치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태평성대라고 불리울만한 시절이었다.   

새롭게 알 게 된 건 성종의 할머니이자 세조의 부인인 정희왕후에 대한 기록들이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수렴첨정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았던 탓에 별 기대를 안했는데, 처음엔 이렇게 모범적으로 행한 사람이 있었구나 싶었으니 말이다.  

폐비 윤씨에 대한 기록은..사실 사약받아야할만큼 큰 죄였나 싶은게 개인적인 생각이라, <조선왕조실록>을 참고하고 있을 이 책에서 조금 아쉬움이 느꼈다고 할까?

기본의 중요성

워렌 버핏의 9가지 충고 - 젊은 투자자를 위한
궈옌링 지음, 강경이 옮김 / 이스트북스 / 2007년 9월

워렌 버핏의 투자법은 기본적으로 '치밀함'과 '기다림'이라는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투기꾼들이 주가그래프를 분석하며 그 굴곡에 울고 웃을 때, 그는 기업의 가치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사람들은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투자가치가 높은 우량주를 끈기 있게 기다리는 데는 인색합니다. 매매를 반복하고 갈아타기를 자주 시도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저는 일단 투자를 하면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무덤덤하게 지켜보며 되도록 움직이지 않는 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곧장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가격이 될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수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가격이 될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기업이 탄탄하다면 지금은 이래도 기다리다보면 제 가치를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주가그래프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건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다.

기업의 가치를 보고 그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다는 그의 가치투자법에 대해선 이미 널리 알려져있는 상태이다. 너무 당연한거라 비법같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단순하면서도 당연한 비법을 제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라 알면서도 잘 못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기다림'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주식을 매입한 뒤 그 주식이 다음날 아침 바로 오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

보통 사람들은 버핏이 어리석다고 말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빨리 눈에 보이는 수익을 거두고 싶다는 조급증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기업 분석을 하고 그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 어떻게보면 주식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식에 대한 인식이 로또당첨이라도 되는 것마냥 '한방에 인생역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두들 기본은 무시한채 화려해보이는 기술적 분석 같은 걸 찾아대는 것 같다. 

원래 진리라는 건 단순한 법이라고 할까?  
단백하고 단순해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그의 9가지 충고를 잘 새겨두어야할 것 같다.

앤 라이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ㅣ 뱀파이어 연대기 1
앤 라이스 지음, 김혜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처음 만난 건 tv를 통해서였다. 어머니께서 즐겨보시던 드라마와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중간에 잠깐 본 것 뿐이라서, 안 본거나 마찬가지였지만.

책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탓에, 책으로 보자는 생각으로 서점을 뒤졌지만 이미 절판된 후였다. 중고라도 사려고보니 잘 보이지 않고 도서관에서도 누가 훔쳐갔는지 목록만 있을 뿐 책은 없었다. 

한 동안 잊고 있다가 이번에 황매출판사에서 전권을 출판하기로 했단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구매를 했다. 책 표지 디자인은 일단 깔끔하니 마음에 든다. 

루이지애나 한 농가의 평범한 청년 루이스는 레스타에 의해 뱀파이어가 된다.
양심이나 죄의식 같은 인간적인 것들을 버리지 못한 그는 몸은 뱀파이어이면서도 생각하는 것은 인간인 어정쩡한 존재가 된다.  본능적으로 피에 끌리지만 그의 이성은 그것이 악이라고 정의내려버리고 이 어긋남이 루이스를 괴롭힌다. 인간적인것과 뱀파이어로서의 삶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던 그가 자신의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루이스가 파리에서 만난 아르망이라는 뱀파이어와 나눈 대화들은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었던 듯 싶다. 

사실 처음엔 조금은 가볍고 재미있게(물론 이 책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읽을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썩 가벼워보이진 않는다. 머리가 좀 복잡해지는 느낌이랄까? 물론 줄거리가 복잡하다던지 그런게 아니다. 생각할거리를 제법 던져주고 있어서 그런 것 뿐이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야, '뱀파이어 연대기'라는 타이틀이 기억이 났다. <뱀파이어 레스타>를 이어서 읽어봐야할 듯 싶다.

+)
그다지 꼼꼼하게 독서하는 편이 아닌 내 눈에 간간히 틀린 곳이 발견됐다.

p242 그는 죽어도 믿으려 하지 했다. -> 하지 않았다.?
p273 마지막줄 이주 ->아주

중간 중간 예를 들어 ~했다와 같은 걸 ~하다 이런식으로 어색한 문장들이 몇 개 보였다는 것 정도. 페이지를 표시해놓은 메모장을 잃어버려 정확한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지만, 3-4군데 정도 틀렸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초판이라서 그런것 같은데, <뱀파이어 레스타>와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도 비슷하게 출판되서 조금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