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 거대 플랫폼은 어떻게 국가를 넘어섰는가
라나 포루하 지음, 김현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매우 흥미롭다. 빅테크, 즉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에 대한 비판적 논의이기 때문이다. 네 기업은 미국 주식 시장 전체 지수를 끌어올릴 정도로 막강하고 거대하다.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주가 전망 또한 밝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책의 서두 '저자의 말'의 부제는 '스스로 악마가 된 빅테크 독점가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부편집장인 저자의 이력을 감안하더라도 부제는 꽤 자극적이다. 물론 이를 번역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뉘앙스 차이로 이해할 수도 있다. 책의 제목 "돈 비 이블Don't be evil"은 '사악해지지 마라'로 번역되었다. 해당 문구가 구글 임직원들의 첫 행동 강령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의 부제는 이의 대구로 스스로 사악해진 빅테크 독점가들이라는, '자신의 행동 강령을 스스로 어긴' 빅테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책의 내용은 빅테크에 대해 충분히 비판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빅테크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책 요약 : 빅테크의 문제점 세 가지

1. 독점
미국 기업 약 10%에 불과한 기업들이 재계 자산의 약 80%를 소유한다.
지구 전체 검색의 90%가 단 하나의 검색 엔진, 구글에서 이루어진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30세 이하 성인 중 95%는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전세계 신규 광고 지출의 약 90%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들어가며, 전 세계의 휴대전화 중 1%를 제외한 나머지 휴대전화는 모두 구글과 애플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매출 절반은 아마존 몫이다.

2. 인간 존중 의식이 없는 알고리즘
1)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 동안 자사 컨텐츠를 소비하도록 외부 자극과 인간 행동의 인과관계를 연구하여, 아이들, 취약계층과 같은 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대상을 더 공략하는 약탈적인 알고리즘의 횡행.
2) 급격한 일자리 감소.
3) 맞춤형 타깃팅 광고를 위한 개인 정보의 무자비한 수집과 활용 → 감시 자본주의의 출현.

3. 재계의 정치 장악
지난 미국 대선 때 러시아의 비밀 세력들이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플랫폼들을 이용해 도널드 J. 트럼프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은 이제 우리도 아는 사실이다. (14p)

2018년 봄,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선거 조작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미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했다. 당시 AP기자가 촬영한 저커버그의 메모지에는 "페이스북의 독점력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페이스북이 무너지면 중국 기술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미국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39p)

구글의 토론토 스마트시티 계획. 해안가 하이테크 구역에는 소음과 오염을 감지하기 위한 센서가 설치되고, 로봇이 지하 통로를 따라 우편물을 배달하게 될 것. 사실상 스마트시티로 이어지는 자체 도시 교통망 건설을 구글이 계획했다. 캐나다 최대 일간지 <토론토스타>의 폭로에 따르면 이러한 대가로 구글은 토론토 시 정부 금고로 들어가는 재산세와 땅값 인상분, 개발비용 등을 일정 부분 나눠 갖는 조건을 달았다. (356-357, 재구성)

구글은 2019년에 쿠바의 인터넷 접속 환경 개선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의 계획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첩보를 제공하는 나라다. 구글이 어떻게 쿠바의 인터넷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들게 됐을까? 에릭 슈밋과 구글의 세 경영자가 2014년에 쿠바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당시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가 한창이었음에도 구글이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구글 경영진은 쿠바를 방문할 수 있었다. 구글의 쿠바 방문 6개월 후, 미국은 쿠바에 대한 정책을 수정했다. (335p)

2014년 트위터는 자사 플랫폼을 이용해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136쪽짜리 안내서를 내놨다. (338p)


생각 정리 : 빅테크의 가장 큰 문제 네 가지

상기 내용을 토대로 빅테크의 가장 큰 문제를 아래의 네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1. 어떤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사 네트워크의 활동을 허락할 것인가 허락하지 않을 것인가에 관한 빅테크의 권한은 디지털 시대에서 경제적 생존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권을 모두 박탈할 수도 있는 막대한 권한이다. 그리고 이 권한의 작동 방식은 영업비밀이라는 베일에 쌓여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입점 제한, 유튜브의 노란 딱지, 계정 삭제 등)

2. 아동 학대, 음란물, 인종차별, 살인, 범죄 등과 같은 유해한 컨텐츠가 업로드되고 전파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할 의무를 가져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빅테크는 검열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3. 미국 기업의 약 10%에 불과한 기업들이 재계 자산의 약 80%를 소유하듯, 빅테크는 자본의 소수 집중화를 더욱 가속시켜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파괴한다. (일론 머스크가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2위의 부호가 되었다. 세계 1위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다. 점점 더 많은 부가 점점 더 소수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게 자본주의인데, 빅테크는 이 속도를 가파르게 가속시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지속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4. 국가 간 경쟁은 과거의 무력 전쟁에서 현재는 경제 전쟁(화폐, 무역, 기술)으로 그 양상이 달라졌지만, AI의 발달로 인해 기술력이 곧 군사력을 의미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의 발달은 우수한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 이 두 가지 요소가 핵심인데 이중 방대한 데이터는 미국과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보다 중국과 같은 중앙통제국가가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연구된 바에 의하면 AI 경쟁력의 핵심은 알고리즘의 우수성보다는 데이터의 방대함에 달려 있다. 이는 보다 경쟁력 있는 국가 모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기술 산업이 세계를 향해 던지고 있다는 뜻이다.


빅테크의 리더십에 대한 질문

현 상황과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 빅테크는 단지 뛰어난 기업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 방식(교육 활동, 소통 활동, 경제 활동)을 설계하고, 국가 간 경쟁(전쟁까지도)의 척도가 되며, 인류의 현 정치·경제 시스템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둘다에 대해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질문자임과 동시에, 더 나은 대답을 제시해야 하는(왜냐하면 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 빅테크이고,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분야(법, 정치, 경제 등)에서는 미래 경쟁력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과 산업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 짧은 시간에 급속히 성장해 온 지금의 빅테크 경영진들은 경영자가 아닌 사회 리더로서의 역량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방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일반 시민의 뜻이 모이고 이를 정치가 반영하여 거대한 빅테크를 유의미하게 쪼개어 영향력을 낮추거나(페이스북에 대한 미 정부의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 빅테크의 경영진들에게 사회 리더로서의 역할을 재교육하거나, 사회 리더로서의 자각이 있는 젊은 기술인들이 새로운 빅테크 스타로 떠오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빅테크는 티핑 포인트에 다다랐는가?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의 활성화를 통해서 '스스로를 교육할 수 있는 방대한 지식의 세계'가 어마어마하게 접근하기 쉬운 손 안의 세상이 되었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든 단체 카톡방에서 수 년째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빅테크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개인에게 '정보 접근과 네트워크의 자유'를 제공하고자 했던 빅테크가 이제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개인의 사생활을 자유롭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읽고서 한번쯤 나의 호의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빅테크가 티핑 포인트에 다다라서 더는 개인의 자유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8년 페이스북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 사용자의 비공개 대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39p)

빅테크는 그저 한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빅테크는 모든 것을 위한 플랫폼, 즉 인생의 운영체제가 되고 싶어 한다. 아마도 지금까지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기업은 아마존일 듯하다. (54p)

서구 방식의 개인적 자유를 전혀 전제하지 않는 시스템 내에서 성인이 된 중국인들은 빅데이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를 얻기 위해 기꺼이 개인의 사생활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은 건강 상태 추적 관찰을 위해 체내에 삽입하는 의료용 센서와 시민들이 거의 모든 활동을 할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방식의 사회 신용 시스템에 동의할 것이다. 마치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사회 신용 시스템 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쉽게 돈을 빌리고 집을 구할 수 있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차별을 받고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다. (376p)
(Louise Lucas and Emily Feng, "Inside China's Surveillance State", Financial Times, July 20, 2018.

빅테크가 티핑 포인트에 다다랐는지 판단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효과적이다.
"이윤을 얻기 위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기보다 소비자 행동을 유도(조종)하는 게 더 유리하다면, 과연 빅테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저자의 언급에 동의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빅테크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단순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69p)

기술 발달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수많은 개별 국가보다 더욱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기술 산업 주위에 경계선을 그을 방법을 찾는 것이다. (...) 빅테크와 관련해 걱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23p)


투자자가 부딪치는 역할 갈등

주식 투자자는 독점 기업을 선호한다. 강력한 이윤 창출 능력을 오랫동안 발휘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때 안전하게 많은 투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주식 투자자는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전세계적으로 그린 뉴딜 산업이 주식 시장에서 뜨거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한 산업에서 강력한 독점과 강력한 새로운 흐름이 동시에 발생하고, 이를 단 몇 개의 기업이 과점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한 산업이 다른 산업들을 무제한 삼켜 간다면.

개인 투자자가 어떤 예측을 하든지 아마도 우리는 현실에서 그 결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결과가 단지 투자자의 투자 수익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 어쩌면 인류 전체에까지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우리가 주식 투자자로서만이 아니라 다른 정체성, 이를테면 '부모', '민주사회 시민', '근로자', '건전한 경제인'으로서도 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는 거대 담론이지만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는 피부에 직접 와닿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는 낙수효과를 거치지 않고 빅테크가 일으키는 세계의 중요한 변화를 개개인에게 직접 유통한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는 무척 흥미로운 사건 전개다. 
다른 한편, 새해의 화두로 '리더십'을 꼽고 있는 나는, 개인이 자신의 여러 정체성을 통합해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조언으로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다. 책이 빅테크에게 걸맞는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물음과 동시에 독자에게도 자신의 여러 정체성을 리더로서 어떻게 통합하여 이 질문에 대답할지 묻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손에 쥔 작은 핸드폰을 통해 각 개인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거대한 담론에 당사자로 참여한다. 독자로서, 그리고 투자자이자 부모로서 나는 역할 갈등을 느끼며 이 담론에 참여한다. 책의 미덕은 바로 이 역할 갈등에 있다. 가장 손쉬운 대답은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다른 정체성과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답에는 리더의 역할이 없다. 더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의 리더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어린 자녀의 리더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사이드 게임 - 심리 편향에 빠진 메이저리그의 잘못된 선택들
키스 로 지음, 이성훈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대니얼 카너먼

나는 요즘 가치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 열심히 주식 책을 읽고 있다. 그런 내게 최근에 가장 많이 쏟아진 이름이 바로 '대니얼 카너먼'이다.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그는 심리학자다. 기존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토대로 이론을 전개했는데, 대너먼은 경제적 의사결정은 대부분 불확실성 하에서의 결정이라는 맥점을 짚었다. 상황이 불확실하면 인간은 직관적인 의사결정을 주로 내린다. 여기서의 직관은 합리의 반대말이다. 카너먼 교수는 이 비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체계적으로 학문적으로 집대성했다. 카너먼 교수는 '심리학 연구의 성과를 경제학과 접목해, 특히 불확실성 속 인간의 판단과 의사 결정에 관한 통찰을 제시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대표작 『생각에 관한 생각』은 메이저리그 프런트 오피스에서도 유행했던 모양이다. 이 책의 작가 키스 로는 2014년 봄에 『생각에 관한 생각』을 만났고, 이를 야구 분석에 접목했다. 그는 류현진 선수의 현 소속 구단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스탯 분석을 총괄하다 2006년부터 13년간 ESPN에서 야구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현재는 '디 애슬래틱'의 선임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했고, 카네기멜론대학교 태퍼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관점에서 메이저리그 사건들을 해석하다 

이 책 들어가는 말에 적힌 저자의 글이다.

이 책, 『인사이드 게임』의 아이디어가 처음 떠올랐을 때, 나는 책의 방향을 놓고 두 가지 길 사이에서 고민했다. 야구 예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설명하느냐, 아니면 인지 심리학자들과 행동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마음의 작동 방식을 통해 야구 역사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을 설명하느냐. '야구'와 '심리학'을 묶어 이야기를 풀어, 독자들에게 심리학의 기본 상식을 제공해 책을 덮었을 때 뭔가를 배웠다는 충족감을 주겠다는 아이디어는 마음에 들었지만, 어느 길로 가야할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보기로 했다.

사실 책은 한 마리 토끼를 사냥한다. 행동경제학으로 메이저리그의 역사적 사건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왜 저자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하느냐 하면,

이 책은 야구에 대한 책이다.
그렇지만, 야구에 대한 책으로만 읽히지 않기를 희망한다.

아마도 독자층을 넓혀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서술은 거의 농담이다. 서평의 후반부에 다시 이야기한다.)


어떤 내용들? 일부 목차와 맛보기 설명

Chapter 01 '로봇 심판'이 추진되는 이유
'기준점 편향'은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포함한 모든 판단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 동전 던지기. 다섯 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 여섯 번째 던지기에서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똑같이 5:5이지만 사람들은 뒷면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Chapter 02 빙산의 크기를 일각으로 판단하지 말라
'가용성 편향'이 스포츠계 담론 형성에 끼치는 영향
▶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중 익숙한 것에 가중치를 더 부여하여 선택하는 것.

Chapter 03 (지려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길 때가 있다?
'결과 편향' 혹은 승리라는 결과에 묻히는 모든 과정
▶ 감독이 야구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시합을 했는데도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다면? 사람들은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으로 판단한다.

Chapter 04 항상 해 왔던 대로
'집단 사고'가 야구의 그릇된 통념을 강화하는 이유
▶ 다음 타자가 강타자면 투수가 승부를 더 많이 걸어 올 것이므로, 타자의 성적이 좋아진다. 이를 '다음 타자 보호 효과'라고 하는데,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효과는 허상이라고 이미 밝혀졌다고 한다.

Chapter 05 클레이튼 커쇼 1명당 잊힌 이름 10명이 있다.
기저율 무시, 그리고 고교 투수 1라운드 지명이 여전히 나쁜 선택인 이유
▶ 제2의 커쇼를 뽑기 위해 여전히 투수 1라운드 지명이 많이 행해지는 상황. 그런데 1라운드로 지명한 투수의 메이저리그 생존율이 10%에 불과하다면?

Chapter 06 역사는 승자에 의해 써진다
투구수 논란, 그리고 '놀란 라이언'이 반론의 근거일 수 없는 이유
▶ 흥미롭다. 책에 투자회사 '모닝스타'의 이야기가 적혀 있어서다. 

2005년에 발간한 책 『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에서 조던 엘렌버그는 생존편향을 뮤추얼 펀드의 수익률 통계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뮤추얼 펀드에 대한 분석과 추천을 하는 금융 서비스 회사 '모닝스타'의 리포트를 인용했다. 리포트에서 '라지 블렌드'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 뮤추얼 펀드는 1995년부터 2004년 사이에 연평균 10.8퍼센트의 수익률을 냈다고 소개됐다. 같은 기간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을 넘는 훌륭한 결과다. 엘렌버그가 지적한 문제는, 10.8퍼센트라는 수익률은 승자만을 계산한 결과라는 것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뮤추얼 펀드까지 포함하면, 10년간 수익률은 8.9퍼센트로 떨어진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S&P 500의 연평균 수익률 10.4%에 많이 모자란다. 죽은 자를 세지 않으면, 모두가 살아 있는 것이다.

이 논의는 중요하다. 성공사례들만 모아서 공통된 성공요인을 찾아냈다고 광고하는 베스트셀러가 많은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분석이 되려면, 해당 성공 요인을 가졌음에도 실패한 사례들은 있는지 조사되어야 하고, 이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뇌피셜이 아닌 과학적인 연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 13 Chapter로 이루어진 책 : 두 마리 토끼의 뒷다리를 다 잡다

오늘 서평의 컨셉은 내 이야기를 최대한 하지 않고 담백하게 책의 이야기만 전달하기이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참고 문헌이자 추천 서적인 책 10권의 목록이 제시된다.

1. 대니얼 카너먼 : 『생각에 관한 생각』
2. 리처드 세일러 : 『넛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1. 보다 대중적
3. 댄 애리얼리 : 『상식 밖의 경제학』 - 1. 보다 대중적 
4. 게리 스미스 : 『표준 편차』 - 기자와 기업주, 정치가, 심지어 과학자들이 어떻게 통계를 이용해 사람들을 호도하는지 보여주는 책
5.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 『보이지 않는 고릴라』 -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6개의 인지 오류에 초점을 맞춤
6. 마이클 모부신 : 『왜 똑똑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Think Twice』는 200페이지도 안 되는 적은 분량으로 인지 편향과 오류의 종류, 작동 방식을 다룬다. 입문서로 손색 없다
7. 샹커 베단텀 : 『히든 브레인』 - 팟 캐스터의 책
8.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 『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의 서치 쿼리 데이터를 이용해 사회현상의 흥미로운 이면을 드러낸다.
9. 클로드 스틸 : 『고정 관념은 어떻게 세상을 위협하는가』 - 고정 관념은 야구계의 고질적인 문제이고, 다른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10.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 무작위적인 운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명쾌하게 드러낸다.

테드 윌리엄스의 『타격의 과학』을 주식 투자 서적으로 탐독했던 나는, 이 책을 주식 투자 서적이면서 동시에 메이저리그 야구에 대한 교양 서적으로 읽었다. 행동경제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이런 학문적 지식이 있고 이렇게 야구 분석에도 흥미롭게 쓰이는데 읽어보지 않을래? 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대한 교양 서적으로서는 무척 흥미롭다.
생각해보니 야구 전문가는 행동경제학의 안내서로 이 책을 읽으면 좋겠고, 행동경제학 전문가는 해당 학문의 실제 분야에 대한 적용 사례를 익히면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교양도 쌓기, 목적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저자가 두 마리 토끼를 노리며 쓴 이유가 여기 있었다.


서평 마무리

주식 가치투자자로서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 가깝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독서 일정이 비어 있었다면 바로 다음 책으로 읽어도 좋았을 정도다. 두 번째 소득은 읽을 만한 책의 목록을 얻었다는 점이다.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책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보조개를 지닌 사람과도 같다. 그가 욕을 해도 보조개를 보이면서 욕하면 욕도 들을 만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꼭 아내가 보조개가 있어서 이런 비유를 적은 것은 아니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아내가 욕을 하는 상황은 아직까진 겪어보지 않았다) 세 번째 소득은 메이저리그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거다. 오늘 예능 프로 <집사부일체>에 류현진 선수가 나왔는데, 그의 내년 활약을 구경하는 일이 사뭇 더 재미있어 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 -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고전 강독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를 벗어난 책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동양 고전인 『대학』으로 가는 안내서를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대학』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대학』보다 저자인 신정근 교수에게 더 흥미를 느낀다. 『대학』의 다른 해설서보다 신정근 교수의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기대를 벗어나는 이런 만남은 언제나 얼마든지 환영이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이처럼 느닷없는 즐거움은 필연이라 피할 수 없다. 선택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에는 좋은 책을 만나 즐거워질 수밖에 없는 게 바로 독서 인생인 거다. 자, 책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서두 '저자의 글'에 따르면,
『대학大學』은 1700여 자의 적은 분량으로 유학의 기본 가치를 요령 있게 안내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대학』을 '리더, 인성, 배움' 세 가지 주제에 집중해 읽어보려 한다.

나는 리더, 인성, 배움 등의 맥락에서 『대학』을 읽으면서 우리가 얇은 자아thin self에서 두터운 자아thick self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얇은 자아는 세상을 살면서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금세 강한 상처를 받아 스스로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진다. 반면 두터운 자아는 외부의 충격을 받더라도 얼마든지 흡수하고 또 적절하게 대응하여 스스로 지켜내면서 끊임없이 강해질 수가 있다. 우리가 인성과 배움을 통해 진정한 리더로 거듭난다면 두터운 자아를 가질 수 있다.

고전 읽기는 시 읽기와 비슷하다. 원문을 읽고나면 머리가 멍해진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떠오르는 것은 이 의문뿐이다. 그래서 앞선 이들의 독해를 읽는 게 무척 도움이 된다. 하물며 그 독해가 뛰어난 학자이자 뛰어난 이야기꾼의 것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그러므로 동양 고전 읽기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골랐다면 만족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수다쟁이라서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꾸 다른 수다 거리가 떠오른다. 이를테면 이런 수다다. 환관은 임금의 권세에 기생해서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의 내가 꼭 그렇다. 뛰어난 것은 책인데 소개하는 내가 거창한 문장으로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환관같은 문장이다. 자, 고쳐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 
"막막한 동양 고전 읽기를 현대인의 삶 이야기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강독해주는 책이다. 뛰어난 학자가 썼으며 재미있고 교훈적이다."

거드름은 사라졌지만 참으로 재미없는 소개다. 그러니 그냥 다음부터는 좀더 개성있게 거드름을 피우기로 하자.


책의 구성

<이 책을 읽는 법> 코너에 다음과 같이 책의 구성이 안내되어 있다.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는 하루에 한 수씩 50일 동안 동양철학의 사서 중 한 권인 『대학』을 읽고 내 삶에 필요한 통찰을 얻는 책이다.

이 책은 인생에 필요한 10개의 키워드를 선정하고 총 10강으로 구성해 『대학』 한 수와 함께 곱씹어야 할 50개의 단어를 선별했다. 이는 고전을 읽는 하나의 방법으로, 원문의 순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중심에 두고 고전의 메시지를 끌어내 읽을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이다.

이 책은 아래의 4단계를 따라읽도록 구성되었다.
1. 입문(문에 들어섬) : 원문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 소개한다.
2. 승당(당에 오름) : 원문의 독음과 번역을 곁들여서 제시한다.
3. 입실(방에 들어섬) : 원문에 나오는 한자어의 뜻과 원문의 맥락을 풀이한다.
4. 여언(함께 이야기 나누기) : 원문을 현실적인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인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급기야 세계 최초로 인성 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인성교육법'이 제정되었다. 법안은 2014년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하고, 2015년 1월 20일 공포되면서 6개월 뒤인 2015년 7월 21일에 시행되었다.
(...)

인성교육진흥법은 제정 단계부터 '인성이 교육의 대상이 되느냐'라는 원론적인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성품도 지식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통해 나아질 수 있으므로 그 효과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인성 교육으로 사회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면 이는 너무 단선적인 사고방식이다. 교육과 함께 세대 사이의 이해와 소통이 중요하다. 서로 잘 알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성이 체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2010), 『90년생이 온다』(2018) 등을 읽는다면 세대의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77p)

이 부분을 읽다가 저자인 신정근 교수님에게 반했다. 추천해주신 두 권의 책도 읽기로 했다. "인성이란 상대를 잘 알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체득된다."  

이런 배움이야말로 스승과 함께 동양 고전을 읽는 기쁨이 아닐까. 이 기쁨을 조금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이광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랑스러운 책

열한 살인 첫째 아이가 잠들기 전 이렇게 물어 볼 때가 있다.

"아빠. 아빠는 절 얼만큼 사랑해요?"

한때 시를 쓰던 사람으로서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렇게 대답한다.

"기다려봐 OO야. 지금 아빠의 마음 속에 시가 떠오르고 있어."

이 책에 대한 소감을 적고 있는 지금 나는 위와 같은 심정이다. 이 책의 사랑스러움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먼저 떠오른 것은 사진이다.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

-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132억 광년 거리에 있는 우주의 풍경.



이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에게 대답했다.

"OO야. 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빠 마음에 사랑이 가득 차. 그 사랑은 점점 자라서 우주만큼 커져. 그런데 그 우주는 이렇게 아름다운 별들로 가득 차 있단다."

아이는 이 대답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저자가 우주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우주'를 처음으로 어렴풋 느끼고 생각하게 된 것은 9세 무렵이었다.
대도시 변두리의 판자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 1년까지 다니다가 근교 시골로 이사를 갔다. 좁은 골목 안에서만 살다 보니 들판과 강도 있고 산도 있는 시골은 그야말로 별세계처럼 여겨졌다.

(...) 대입을 앞둔 큰형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 별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저 별들 보이지? 그런데 저 별들이 지금은 저기 없을지도 몰라."
다들 뜨아한 얼굴로 큰형을 쳐다봤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얘기였던 것이다. 큰형이 다시 말했다. "왜냐하면 저 별까지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서 별빛이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엄청 걸리거든.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저 별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아주 과거의 모습인 거야. 지금 저 별이 그대로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러곤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빛만큼 빠른 로켓을 타고 저 별에 다녀온다면 지구는 몇 백 년이 흘러가버렸을 수도 있단다."
참으로 낯선 얘기였다. 어린 나이에도 내가 살아온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에 나는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그 얘기는 오래 여운을 남겨 별의 세계, 우주의 느낌을 내 속 깊이 심어 놓았다.
큰형은 얼마 후 서울로 올라가 문학을 공부했고,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가가 되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형으로부터 별 이야기를 들은 나는 이렇게 천문학 작가가 되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린이에게도 되도록 별과 우주를 많이 보고 읽게 하는 것이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머리와 가슴에 별을 담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은 분명 삶의 길이 다를 것이다. (18-19p)

천직 비슷한 출판사를 접은 것도 따지고 보면 우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야근을 하고 밤늦게 귀가하는데,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어느 고층집 베란다에 누런 조등 하나가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머리 속을 딱 때렸다. '아, 정신없이 살다가 아파트 안방에서 죽으면 저렇게 베란다에 조등 하나 걸고 끝나겠구나.'
밥벌이에 파묻혀 바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안방에서 죽는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 있을까. (...) 나는 우주로 사라지기 전에 내가 어쩌다 우연히 태어나 살게 된 이 우주란 동네를 좀더 알아보고 싶었다. (21p)


저자가 책을 쓰게 된 사연

1) 책에서 발췌
교사는 모름지기 자기 수업이 재미있도록 머리를 쥐어짜고 열정을 쏟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에 '수포자'가 많은 것은 아이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수학을 재미없게 가르치는 수학 교사들의 무능 탓이라 생각한다. (24p)

2) 유튜브 작가 인터뷰에서 발췌 (https://www.youtube.com/watch?v=79iJWTSeNco)
Q) 작가님이 천문학 책을 쉽게 쓰시게 된 이유는?

A) 천문학 책이란 게 사실 지식만을 나열해 논 천문학 책을 읽다보면 상당히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잠 안 올 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5분 만에 잠이 온다고 이런 우스개도 하는데. 역시 저도 천문학 책을 100권 이상 읽다 보니까 천문학 책이 이래서는 많은 사람들이 읽기 힘들겠다. 그래서 이걸 좀 더 인문학적으로 그리고 융합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천문학 책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재밌는 천문학 책을 써 보자.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천문학 콘서트"였는데, 그 책은요 시골 할머니들도 읽어요.
저는 늘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하거나 할 때 늘 재미라는 것이 제 화두입니다. 어떻게 재밌게 할 것인가. 책이나 강의나 이게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가 없어요. 감동을 못 주면 임팩트가 없어. 임팩트가 없으면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모든 것은 재미라는 거에 초점이 맞춰져서, 책이든 강의든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수업이든, 이게 다 재미라는 데 초점을 맞춰서 해야 될 필요가 있다.


책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서 특별히 좋았던 부분을 에버노트에 옮겨 적으려면, 책의 절반 이상을 타이핑 쳐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그 작업을 시작했다. 우주에 대한 책을 보기 시작한 건, 내가 우주나 밤하늘에 원래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명상을 익히기 시작한 명상 초보인데, 명상법 중에 우주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가르침이 있어 왜 그럴까, 하는 호기심에 우주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사람이 우주에 사로잡혀 일생을 바치는지 분명히 알게 됐다. 우주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에 우주를 사랑하는 데 다른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면 아름다운 우주를 보면 될 일이데, 굳이 왜 이런 책이 필요한가? 궁금해질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기록이면서, 그와 동시에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래 책의 내용을 일부 옮겨 본다.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처음 알아낸 베테에게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얘기가 하나 있다. 32세 노총각인 베테가 애인과 함게 바닷가를 거닐고 있을 때, 여친이 문득 서녘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 저기 저 별 좀 봐. 정말 예쁘지?" 그러자 베테가 으스대면서 한 대꾸가 정말 놀라운 내용이었다. "응, 그런데 저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세상에 나뿐이지."
얼마나 엄청난 말인가? 마침 그때가 논문을 발표하기 하루 전 날이었다. 베테는 별의 에너지원 발견으로 196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논문 발표 후 무려 30년 만에 받은 셈이다. (...)

(...)한스 베테는 2005년, 100세에서 꼭 한 살 빠지는 99세에 우주 속의 별에게로 돌아갔다.
마지막 임종의 자리를 지킨 사람은 그의 아내였다고 하는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바닷가 그 여성이 맞다! 이름은 로즈 베테. 이듬해 두 사람은 결혼해서 무려 66년을 같이 살다가 헤어진 것이다. (71-72p)

은하 탄생의 시초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수없이 많은 초신성 폭발의 찌꺼기들이 태양과 행성, 우리 지구를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 은하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약 2억 개의 초신성 폭발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무게 중 절반을 차지하는 산소를 비롯해, 지구를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은 수소만 빼고는 모두 별과 초신성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말하자면 별은 우주의 주방장인 셈이다. 모든 원소들은 별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 곧 피 속의 철, 뼈 속의 칼슘, 갑상선의 요오드, 머리칼의 탄소 등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전부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과학이고 실화다.
우리는 별에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메이드 인 스타'다. 만약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죽으면서 아낌없이 제 몸을 우주로 내놓지 않았다면 여러분이나 나, 그 어떤 인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나와 별, 나와 우주의 관계다. (85p)

평생을 함께 밤하늘을 관측하다가 나란히 묻힌 어느 두 여성 별지기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는 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이제는 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We have loved the stars too truly to be fearful of the night (88p)


책에 대한 한 줄 평 : ★

"신비한 것은 세상이 어떠한가가 아니라 세상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다." - 비트겐슈타인 (영국 철학자) (33p)

"나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 왜냐하면 이 우주는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스피노자는 '우주는 자연이자 신이다'라고 말했다." - 아인슈타인 (160p)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을 별점으로 평가해야 한다면, 부여되는 모든 별이 텅 비어 있지 않고 밝은 빛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그래서 내 평점은 빛나는 별 다섯 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는 이 책에 대해 총 서른 개의 평점이 달렸다. 그중 스물여덟 개는 별 다섯, 두 개는 별 넷을 부여했다. 내 평점은 스물 여덟 명과 뜻을 함께 한다. 마침 우리 조상들은 매일 달이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스물여덟 개로 나누어 별자리를 정하였는데 그것을 '28수'라 하였다. 반가운 우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심리 투자 법칙 - 개정판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심리 투자 법칙
알렉산더 엘더 지음, 신가을 옮김 / 이레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치투자자와 트레이더의 관계는 부부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대체로 니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 다투지만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가치투자가 있기에 주식 트레이딩은 도박이 아니라 투자 활동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트레이더가 있기에 호재와 호실적이 주가에 즉각 반영되어 가치투자자는 인내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가치투자자이고 싶은 나에게 트레이더를 이해하는 일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 유저가 저그나 테란 유저를 이해하는 일과 유사하다. 우리는 근본이 다른 테크트리를 사용하지만 같은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게임에 임하는 자세와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특정 사건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서로 배울 점이 많다.

이 책은 트레이딩 계의 거장 알렉산더 엘더 박사의 저서로 트레이딩계에서는 손꼽히는 고전이라 한다. 엘더 박사는 정신과 의학박사로 1950년생이다. 원서인 『Trading for A Living』은 그의 나이 마흔 셋인 1993년에 출간되었고, 그 개정판은 2014년에 『The New Trading for A Living』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개정판에 대한 국내 번역본으로 2020년 12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나는 이벤트에 참여하여 이 책을 이레미디어 출판사로부터 선물받았다. 

옮긴이는 '신가을'님으로 『데이비드 드레먼의 역발상』 등 다수의 투자 서적을 번역한 분이다. 책은 의미가 분명하고 읽기 편한 문장으로 잘 번역되어서, 580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임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책은 크게는 11부, 세부적으로는 5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가장 많은 3~10부(17장~56장)는 트레이딩 방법론이다. 해당 부분은 초보 가치투자자가 깊게 탐구할 영역은 아니라고 보아 외국 휴양지의 풍경을 관람하듯 느슨하게 읽었다. 책의 내용 중 특히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은 부분은 앞의 1장~16장(들어가는 글, 1부 개인심리, 2부 집단심리)로, 아래에서는 이하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서평을 작성했다. 


들어가는 글

01 마지막 미개척지, 주식시장

아마추어가 돈을 잃는 이유는 딱 세가지다. 게임이 어려워서. 무지해서. 그리고 자제력이 부족해서.

오랫동안 사귄 친구가 있다. 그의 부인은 기품이 있지만 좀 뚱뚱한 편이라 계속 다이어트를 해왔다. 늘 살을 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모임 같은 데서 케이크나 감자에는 입도 대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집에 놀러 가면 늘 부엌에서 커다란 포크로 케이크를 먹는 부인의 모습이 보였다. 날씬해지고 싶다고 말했지만, 부인이 여전히 뚱뚱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쾌락의 유혹이 나중에 체중이 줄었을 때 오는 즐거움과 건강에 대한 욕구보다 더 강했던 것이다.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순간적인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시장에서 도박을 하는 충동적인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 경우다. 사람들은 자신을 속이고 자신을 상대로 게임을 한다. 남을 속이는 것도 나쁘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건 아예 가망이 없는 일이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책이 서점에 널려 있건만 과체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 다른 사람들이 참석한 파티에서는 음식을 참고, 집 부엌에서 혼자 포크로 케이크를 먹는 부인의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낀다. 그런데 이 장면이 누군가에게 발견되었기에 망정이지,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면 영원한 미스터리나 위장의 성능이 너무나 뛰어났던 가엾은 부인에 대한 이야기로 남았을 뻔했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내가 '인간미' 있는 스토리를 쓰는지 아니면 '가엾은' 스토리를 쓰는지를 살펴보자. 가엾은 스토리라면 자기자신을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 자기자신의 비밀을 아직 스스로 찾지 못한 것이다. 역시 정신과 의사의 진단답다.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려면 안전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위험을 줄여야 성취감도 느끼고 게임을 통제할 수 있다. 트레이딩 역시 마찬가지다.
▶ 번지점프, 암벽등반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안전 규칙은 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할 터. 트레이딩이 그런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 종류라면, 왜 어떤 사람들은 트레이딩에 끌리는지 알 것 같다.

트레이딩을 진지한 지적 작업으로 취급해야 성공할 수 있다. 감정적인 트레이딩은 치명타다. 성공을 보장받는 길은 자금을 방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마치 전문 스쿠버 다이버가 늘 산소 공급기를 주시하듯 훌륭한 트레이더는 자본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02 문제는 심리다

훌륭한 정신의학과 훌륭한 트레이딩에는 공통되는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다.
▶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 정신을 맑게 하라는 뜻이다. 감정의 빗방울이 차창을 가득 메워서 앞이 잘 안 보일 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차를 멈추고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다른 하나는 그대로 차를 운행하면서 와이퍼 작동 스위치를 켜는 거다. 나의 경우 오늘의 주식 거래일지를 아내에게 어떻게 브리핑할지 생각하다보면, 아무리 거센 빗방울일지라도 시야를 가리지 못한다. 나의 고성능 와이퍼는 와이프다. (My excellent wiper is my wife)

사실 트레이딩 성공률은 여성이 더 높다. 전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자제력이 뛰어나고 겸허하기 때문이다.
▶ 공감된다. 분명 알렉산더 엘더 박사도 자신의 책을 아내가 볼 것이라 짐작했으리라. 뛰어난 위기감지 능력이다. 역시 명불허전 트레이더.


03 미리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걸림돌

성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성공은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
▶ '성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다. 헌데 조금만 더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싶다. 예전에 '해물찜'을 정말 맛있게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 가게 사장님이 꽤 큰 돈을 받고 해물찜 비법을 다른 사람에게 전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돈을 내면 비법을 배울 수는 있다. 그러나 비법을 익히는 건 돈으로 할 수 없다. '성공은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익혀야 얻을 수 있다'로 저 문장을 이해하면 조금 더 실감난다.


제1부 개인심리
04 왜 트레이딩하는가?

트레이딩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많은 이가 돈이 있으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막상 자유를 얻으면 뭘 할지 딱히 정한 게 없으면서도 말이다.
▶ 자유시간에는 책을 볼 생각이다. 그런데 자유시간을 만들기-주식 투자 수익을 얻기-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 이 순환 오류. 내겐 축복이다.

자아실현의 길에는 걸림돌이 있다. 바로 많은 사람이 자기 파괴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자아실현의 기회를 풍성하게 제공하지만 자멸의 기회도 많이 제공한다. 내면의 갈등을 시장에서 분출한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트레이더는 서로 모순된 소망을 시장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길을 간다면 결코 가고 싶지 않았던 곳에 이를 수밖에 없다.
▶ 자아실현이 자기파괴로 이어지는 까닭은 헤르만 헤세가 이미 설명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 넓은 자아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좁은 자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 위의 얘기는 인문학도의 관점이다. 공학도나 스포츠 과학도는 이게 무슨 외계어인가 할 것이다. 인생과 투자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건 유명 뷔페에 다양한 음식이 차려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고르기 어렵게 왜 이렇게 음식이 다양하냐고 불평을 할 게 아니라면 취향 따라 입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기로 하자.


05 현실과 환상

자동조종장치에 대한 환상은 일종의 유아 퇴행 현상이다. (...) 시장은 엄마가 아니다.
▶ 강력하다. 공감된다. 나도 결혼을 하면 저절로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 아내는 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마찬가지다. '시장은 엄마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유와 독립을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그냥 입바른 소리일 뿐이다. 일이 좀 꼬이고 힘들어지면 자유고 독립이고 다 포기하고 '강력한 지도자'를 찾아 헤맨다.

시장 지도자들을 둘러싼 갖가지 스캔들에 관한 책으로 윌리엄 갤러처가 쓴 《승자 독식》이 있다. 한번 읽어보라.
▶ 『승자 독식』.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한 권 추가.


06 트레이더 스스로를 망치는 행위

도박은 한마디로 확률에 무언가를 거는 게임이다. 어느 사회에나 도박이 존재하고, 사람은 대개 일생에 몇 번은 도박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도박이 자위 대체 수단이라서 많은 사람이 도박에 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분 상태에서 계속 손을 움직이는 행위, 거부할 수 없는 충동, 멈추려는 결심, 중독성 강한 쾌락, 죄의식. 모든 측면에서 도박은 자위 행위와 비슷하다.
▶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쾌락을 얻기 위해서 투자자산을 거래한다면 그 이야기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어린 시절을 짓눌렀던 마음의 짐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변하도록 노력하라. 트레이딩 일지를 기록하라. 트레이딩에 진입하거나 청산할 때마다 이유를 기록하라.
▶ 거래할 때마다 아내에게 오늘의 거래를 어떻게 보고할지 생각하라. 화목한 가정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성난 도깨비에게 혼쭐이 나고 싶은가.


07 트레이딩 심리

트레이더로서 성공하느냐 여부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이 어떻게 할지 아는 것도 어렵지만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르면 경기에서 질 수밖에 없어."

트레이딩을 배울 때 나는 트레이딩 심리에 관한 책을 가능한 한 모두 구해서 읽었다. 많은 필자들이 일리 있는 조언을 제시했다.
(...) 다 나름대로 일리 있지만, 서로 상반된 주장들이 아닌가?
(...) 어느날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 나의 트레이딩 방식을 바꾼 발상은 정신의학에서 나왔다.
▶ 상반되는 조언들은 생각하게 만든다. 혼란 속에서 생각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실마리를 찾을 때의 기쁨이란. 앎의 기쁨은 무척 강렬한 것이어서 중독되면 계속 상반되는 조언들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부작용도 생긴다.

"여보. 우리 이번 크리스마스에 여행갈까?"
"아내여. 나는 다르게 생각하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현실에 보탬이 될 정도로만 생각하라는 거다. 생각은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한다.
(어라? 이 이야기 분명 좀 전 도박이야기에서 본 듯...?)


08 알코올중독자들의 모임에서 배운 트레이딩 교훈

손실로 계좌가 깡통이 된 트레이더와 알코올중독자 사이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알코올중독자가 독한 술 대신 맥주로 바꾸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트레이더는 트레이딩 전략만 계속 바꾼다. 패자는 자신이 트레이딩에서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아내가 주짓수를 배운다면 알코올중독자는 술을 끊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 무척 궁금하다. 그렇다고 시험해볼 수도 없고.


09 패자들의 모임

돈을 날리게 만든 문제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새로운 트레이딩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승자의 규율과 자제를 체득해 나갈 수 있다.
▶ 만화 『슬램덩크』에서 안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풋내기가 상급자로 가는 과정은,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것이 그 첫 번째"라고.

내 친구는 이런 우스갯소리를 했다. "난 아침이면 시황판 앞에 앉아서 이렇게 말하지. '내 이름은 존이야. 네놈의 숨통을 끊어놓을 거야'라고." 이런 생각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지만, '패자들의 모임'의 사고방식은 사람을 평온하게 만든다. 마음이 평온하고 느긋한 트레이더는 가장 안전한 최선의 매매 기회를 찾는데 집중할 수 있다.
▶ 긴장이 아니라 집중. 그렇다. 엘더 박사님. 말이 잘 통하는데?!


10 승자와 패자

선원은 바다를 통제하지 못한다. 다만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원숭이는 나무 등걸에 부딪혀 발을 다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나무를 걷어찬다. 이런 원숭이를 보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원숭이처럼 행동할 때도 이렇게 스스로를 비웃을 것인가?

마크 더글러스는 《훈련된 트레이더》에서 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장에는 시작도 중간도 끝도 없다. 모든 개념은 우리가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감정 분출이 전적으로 자유로운 영역, 즉 어떤 외부의 제재나 제한이 없는 영역에서 자신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면서 자란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나 자신이다."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트레이더는 '정신 수양'이라는 관점에서 트레이딩에 접근한다."

자금 관리 계획을 세워라. 첫 번째 목표는 오래 살아남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자본을 꾸준히 늘리는 것이며, 그다음 세 번째 목표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트레이더들은 대개 세 번째 목표를 처음으로 내세울 뿐, 첫 번째, 두 번째 목표가 있는지도 모른다.
▶ 이 문장은 가치 투자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래 살아남는다. 자본을 꾸준히 늘린다. 그리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 올 것이다.


제2부 집단심리
황소는 뿔을 위로 치받으며 싸운다. 황소는 매수자로, 상승 쪽에 배팅해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을 거둔다. 곰은 앞발로 내리쳐서 싸운다. 곰은 매도하는 사람, 즉 하락 쪽에 베팅해 주가가 하락하면 수익을 거둔다.

스파이크트레이드닷컴에서 유능한 트레이더 두 사람이 같은 주식을 선택해 한 사람은 롱 포지션, 한 사람은 숏 포지션을 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지켜 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한 주가 끝날 무렵 두 사람 모두 수익을 거두는 일이 종종 있다. 이것만 봐도 어떤 주식,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보다 트레이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4 시장의 군중과 나

인간은 중압감에 시달리면 본능적으로 독립성을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시장의 군중을 이끄는 것은 가격이다.

트레이딩에 임할 때는 자기 자신을 살펴 심리 상태의 변화를 잘 감지해야 한다.
▶ 투자 실패 원인 중 중압감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는 건, 달리 말하면 중압감만 극복하면 투자 성공이 꽤 가까워진다는 얘기다. 그러니 가까운 투자자들에게 권해야겠다.
'명상하세요. 명상하세요 다들.'

 - 새로운 스타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든다. 명상 래퍼 김하온은 새로운 문화의 선구자가 될 수 있을까?



서평을 마치며

트레이딩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더 분명해지는 게 있다. 기술적 분석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
하워드 가너드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을 아래 8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언어(linguistic),
② 논리 수학(logical-mathematical),
③ 공간(spatial),
④ 신체 운동(bodily-kinesthetic),
⑤ 음악(musical),
⑥ 대인 관계(interpersonal),
⑦ 자기 이해(intrapersonal),
⑧ 자연 탐구(natural) 지능

이를 참고하여 나는 아래와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본다.

1. <② 논리 수학>과 <⑧자연 탐구 지능>이 발달한 사람은 트레이딩에 매력을 느낄 확률이 높다. 
2. 반면 <① 언어 지능>과 <⑦ 자기 이해 지능>이 발달한 사람은 가치 투자에 매력을 느낄 확률이 높다. 

'1.'과 '2.' 중 어느 쪽인지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이렇다. 정서가 포함된 글을 읽는 게 즐거운지 아니면 정서가 포함되지 않은 자연과학 글을 읽는 게 더 즐거운지 확인하는 거다. 문학작품이 파브르 곤충기보다 즐겁다면 가치투자자의 소질이 더 있다. 반면 문학작품보다 파르브 곤충기가 더 즐겁다면 트레이딩이 적성에 맞을 확률이 더 높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다시 강조하자면 위에 적은 이야기는 검증을 해보고 싶은 가설 차원의 아이디어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의 자기이해에 새로운 자극을 준다.
트레이딩도 마찬가지다. 가치투자의 바깥에서 가치투자를 바라보는 것은, 가치투자자에게 새로운 관점에 대한 자극을 준다. 

숲에서 벗어나 숲을 바라보는 일은 숲속에서 평생 살리라 결심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숲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익히는 건 숲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일. 아내를 사랑한다는 건 아내 곁에 오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아내를 깊게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깊게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보. 자기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 이틀 정도 자기 곁을 떠나있겠어."
"다녀와 이틀. 난 일주일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삶은 어찌 이리 삭막한가. 
자, 농담은 이쯤하고 서평의 마무리를 지어보자. 

가치투자자가 되고 싶은 나에게 트레이딩에 관한 책을 읽는 건, 마치 아내에 대한 책을 읽는 것처럼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친숙한 그런 느낌이었다. 다 읽고 나서, 나는 트레이딩과 가치 투자가 어느 지점에서 구분되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트레이더들은 '무엇'을 거래하는지 연구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상장 시장에서 거래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연구한다.

나는 역설적이게도 '주식이란 기업의 소유권이고, 우리는 기업의 소유권에 투자한다'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이 어떤 의미인지를 트레이딩에 대한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체감했다.
워런 버핏도 벤저민 그레이엄을 만나기 전까지는 트레이딩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버핏이 남긴 이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The best thing I did was to choose the right heroes. It all comes from Graham. - Warren Buffett
(내가 한 일 중 가장 훌륭한 것은 올바른 영웅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그레이엄 교수로부터 나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