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 -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고전 강독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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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벗어난 책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동양 고전인 『대학』으로 가는 안내서를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대학』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대학』보다 저자인 신정근 교수에게 더 흥미를 느낀다. 『대학』의 다른 해설서보다 신정근 교수의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기대를 벗어나는 이런 만남은 언제나 얼마든지 환영이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이처럼 느닷없는 즐거움은 필연이라 피할 수 없다. 선택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에는 좋은 책을 만나 즐거워질 수밖에 없는 게 바로 독서 인생인 거다. 자, 책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서두 '저자의 글'에 따르면,
『대학大學』은 1700여 자의 적은 분량으로 유학의 기본 가치를 요령 있게 안내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대학』을 '리더, 인성, 배움' 세 가지 주제에 집중해 읽어보려 한다.

나는 리더, 인성, 배움 등의 맥락에서 『대학』을 읽으면서 우리가 얇은 자아thin self에서 두터운 자아thick self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얇은 자아는 세상을 살면서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금세 강한 상처를 받아 스스로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진다. 반면 두터운 자아는 외부의 충격을 받더라도 얼마든지 흡수하고 또 적절하게 대응하여 스스로 지켜내면서 끊임없이 강해질 수가 있다. 우리가 인성과 배움을 통해 진정한 리더로 거듭난다면 두터운 자아를 가질 수 있다.

고전 읽기는 시 읽기와 비슷하다. 원문을 읽고나면 머리가 멍해진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떠오르는 것은 이 의문뿐이다. 그래서 앞선 이들의 독해를 읽는 게 무척 도움이 된다. 하물며 그 독해가 뛰어난 학자이자 뛰어난 이야기꾼의 것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그러므로 동양 고전 읽기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골랐다면 만족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수다쟁이라서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자꾸 다른 수다 거리가 떠오른다. 이를테면 이런 수다다. 환관은 임금의 권세에 기생해서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의 내가 꼭 그렇다. 뛰어난 것은 책인데 소개하는 내가 거창한 문장으로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환관같은 문장이다. 자, 고쳐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 
"막막한 동양 고전 읽기를 현대인의 삶 이야기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강독해주는 책이다. 뛰어난 학자가 썼으며 재미있고 교훈적이다."

거드름은 사라졌지만 참으로 재미없는 소개다. 그러니 그냥 다음부터는 좀더 개성있게 거드름을 피우기로 하자.


책의 구성

<이 책을 읽는 법> 코너에 다음과 같이 책의 구성이 안내되어 있다.

『1일 1수, 대학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우다』는 하루에 한 수씩 50일 동안 동양철학의 사서 중 한 권인 『대학』을 읽고 내 삶에 필요한 통찰을 얻는 책이다.

이 책은 인생에 필요한 10개의 키워드를 선정하고 총 10강으로 구성해 『대학』 한 수와 함께 곱씹어야 할 50개의 단어를 선별했다. 이는 고전을 읽는 하나의 방법으로, 원문의 순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중심에 두고 고전의 메시지를 끌어내 읽을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이다.

이 책은 아래의 4단계를 따라읽도록 구성되었다.
1. 입문(문에 들어섬) : 원문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 소개한다.
2. 승당(당에 오름) : 원문의 독음과 번역을 곁들여서 제시한다.
3. 입실(방에 들어섬) : 원문에 나오는 한자어의 뜻과 원문의 맥락을 풀이한다.
4. 여언(함께 이야기 나누기) : 원문을 현실적인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인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급기야 세계 최초로 인성 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인성교육법'이 제정되었다. 법안은 2014년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하고, 2015년 1월 20일 공포되면서 6개월 뒤인 2015년 7월 21일에 시행되었다.
(...)

인성교육진흥법은 제정 단계부터 '인성이 교육의 대상이 되느냐'라는 원론적인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성품도 지식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통해 나아질 수 있으므로 그 효과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인성 교육으로 사회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면 이는 너무 단선적인 사고방식이다. 교육과 함께 세대 사이의 이해와 소통이 중요하다. 서로 잘 알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성이 체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어느 철학자의 행복한 고생학』(2010), 『90년생이 온다』(2018) 등을 읽는다면 세대의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77p)

이 부분을 읽다가 저자인 신정근 교수님에게 반했다. 추천해주신 두 권의 책도 읽기로 했다. "인성이란 상대를 잘 알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체득된다."  

이런 배움이야말로 스승과 함께 동양 고전을 읽는 기쁨이 아닐까. 이 기쁨을 조금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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