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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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상영되면서 원작 「어린왕자」가 제 주의를 끌었습니다. ‘생텍쥐페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린왕자」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제 경우는 다르거든요. 생텍쥐페리 작품 중 제가 읽는 거라고는 「인간의 대지」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 개봉 전 그동안 생각만 했던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왕자」를 읽을 계획도 세웠습니다. 결국에는 읽기를 마치지 못했지만요. 여기서 유달리 생텍쥐페리의 작품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제 성향을 이야기하진 않겠지만 「어린왕자」를 비롯한 그의 작품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를 품고 선택한 에세이가 바로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이란 부제가 붙은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2015.12.15. 홍익출판사)》입니다. 정여울 작가의 글에 공감했던 좋은 기억이 여기서도 계속될 것이라 믿었거든요.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한 페이지에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중 보석 같은 문장이, 다른 한 페이지에는 정여울 작가의 독백을 수록한 에세이집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생텍쥐페리의 문장보다 정여울 작가의 문장에서 마음의 동요를 느꼈습니다. 읽는 내내 정여울 작가의 글에 매료되어가는 제 모습에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여겼던 기대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나 싶을 때, 갑자기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결국 ‘나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중 「어린왕자」만 널리 읽히는 것이 안타깝다(p.4)’고 했던 정여울 작가는 독자가 어떻게 하면 생텍쥐페리와 가까워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생텍쥐페리 개인사뿐 아니라 그의 작품까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런 글은 쓸 수 없었으리라 감탄하며 읽었던 시간들이 결국에는 생텍쥐페리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제야 ‘이 책은 생텍쥐페리의 보석 같은 문장들과 내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구성으로 ‘생텍쥐페리의 모든 것’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담아냈다(p.5)’고 말한 작가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에서 만난 생텍쥐페리의 빛나는 문장 중 마음에 콕 박힌 한 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외면했을 때 더 깊어짐을 알고 있지만 직시하길 두려워했던 마음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장이기에 공유하고 싶습니다.

 

고통이나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점점 무감각해지거나,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마음속에 있는 깊은 갈망을 외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나는 경멸한다. 그대는 잊지 말아야 한다. 풀리지 않는 갈등과 모순은 오히려 당신의 마음을 더 크고 깊게 만든다는 것을.(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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